이는 중견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위험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중 증권사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푸념 가운데 하나다.
지난 18일 한라건설이 기존 발행주식수(963만7000주)의 107.5%에 달하는 유상증자(1036만3000주)를 발표한 이후 건설주를 둘러싼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도급순위 53위인 성원건설이 이달 초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한라건설이 중견건설사 자금난 우려에 불을 당긴 것.
성원건설은 설상가상으로 전일 바레인 정부와 체결한 642억5000만원 규모 이사타운(ISA TOWN)게이트 입체교차로 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공기 지연에 대해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공사계약을 해지한 영향이 크다고 해명했음에도, 증권가는 유동성 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 내렸다.
건설 경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깊어지면서 건설주 투자 모멘텀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는 증자 등의 이슈만으로도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이라, 당분간 해당 기업 주가는 물론 건설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 대형사 대비 낮은 '자본금 비율'이 문제
대신증권이 이날 중견 건설사의 자본금 확충 필요성을 지적한 분석 보고서는 건설업계는 물론 건설주 투자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신증권이 시공순위 16위~50위까지 상장되어 있는 20대 중견건설사의 재무비율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중견건설사들의 자본금 확충이 왜 필요한지 확인 가능하다.
먼저 대형사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 대비 총자산 비율은 119.5%로 중견건설사 평균 113.3%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중견건설사가 33.5%인 반면 대형건설사의 비율은 46.4%이다.
자본금으로 한정해 분석한 결과, 대형건설사의 자본금/매출액 비율은 평균 37.4%인 반면, 중견건설사의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이 증권사 조윤호 연구원은 "전체 20개 분석 대상 중견건설사 중 매출액 대비 자본금이 5% 미만인 건설사는 유상증자 발표 이전 한라건설(2.9%)을 포함, 11개 건설사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외형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견건설사의 경우에는 자본금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고 한라건설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 증자 외엔 다른 대안은 없나?
그렇다면 이렇게 낮아진 중견건설사의 자본금 비율을 늘리기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증자와 같은 자기자본으로의 자금 조달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차입금을 늘리는 기존의 타인자본 조달 방법보다 증자와 같은 자기자본으로의 자금 조달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금융위기 이후 중견건설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대주단 가입 등을 통한 채무유예 선고와 자산매각 등을 통한 지연 전략, 그리고 신규 차입금을 늘리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
특히, 차입금 증가와 같은 유동성 확보 전략은 자금 사정이 양호한 우량 건설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이익 규모가 점차 축소된 반면, 이자비용은 늘어나면서 이자보상배율도 최근 위험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조 연구원은 "중견건설사의 영업이익이 대부분 급증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차입금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중견건설사 입장에서는 타인자본을 자기자본으로 대체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차입금 형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 보증 문제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도 중견건설사 장기 성장을 위해 자기자본 확충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한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향후 PF 지급 보증이 IFRS 도입을 통해 부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PF 지급 보증이 부채로 인식되면,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공순위 및 신용평가에 있어 주요 항목인 부채비율 관리 측면에서도 타인자본보다 자기자본 증가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증자에 '목 메는' 이유 있었네
한라건설을 시작으로 중견건설사들의 향후 증자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는 증권가와 신용평가업계의 판단 근거는 민간주택경기 부진 지속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자금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한신정평가의 이날 '공공부문 건설시장 동향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가 중견건설사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정부의 경기부양 및 다수의 건설 프로젝트를 고려한다면 공공부문 공사가 당분간 안정적인 양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온기가 중견건설사로 확산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신정평가는 그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가 대부분 큰 규모이고 상당한 규모의 선투입 자금이 필요한 민간투자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일부 시공능력과 자금력, 그리고 기술력을 겸비한 중견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당장의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대다수 중견건설사 입장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
공공부문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최저가 낙찰제가 확산될 경우 발주처와 공종 다변화가 미비한 중소 건설사의 채산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분석이다.
곽노경 한신정평가 애널리스트는 "현재 진행되거나 진행 예정인 민자 사업은 대부분 대형인데다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곽 애널리스트는 "프로젝트 수행과 경험 면에서 대형사에 비해 떨어지는 중견건설사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그만큼 작고 자체 신용으로 자금 확보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