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삼성중‥수주잔량 풍부해 이익 기대
[뉴스핌=이강혁 이연춘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모처럼 만에 웃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경기와 민감하게 연동되는 조선업종의 특성 때문에 그동안 전반적으로 침체됐던 조선업이 기지개를 켤지 주목된다. 지난해 조선업종의 선박 수주는 2008년 대비 90% 가량 곧두박질친 상태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이 잇달아 대형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역시 비조선 부문의 실적이 좋고, 상반기 수주잔량도 쌓여 있어, 올해 목표치는 상향조정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의 수주갈증을 해소하고,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올해 수주 순항 '청신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조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일,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32만t급 유조선 2척과 18만t급 벌크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또, 메이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로부터 고정식 원유생산 설비 1기도 수주했다.
이들 계약의 총금액은 약 7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약 40억 달러 상당의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업계 1위에 올라선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100억 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올해 매출 12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원 이상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로서 2008년에 이어 또다시 '매출 10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해 규모와 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조선업계 최강자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수주잔량은 이런 포부의 청신호다. 단적으로 현재, 794만CGT·167척(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잔고가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첫 수주는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첫 메이저 선사와의 계약이라 더 의미가 있다"며 "시장 전망에 밝은 그리스 선주가 움직이는 것을 볼 때 선박 시장도 회복세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따라 전체적인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풍력과 CO2 포집 기술의 사업화 등 각종 기술개발과 설비에 6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TX조선해양도 11일, 터키 선사 덴사(Densa)로부터 5만7300(DWT)급 벌크선 4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했다. 이번에 수주한 벌크선은 길이 190m, 폭 32.3m, 높이 18.5m에 14.5노트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으며 진해조선소에서 건조된 후 내년부터 차례로 인도될 예정이다.
STX는 지난해 총 31척, 25억달러 규모의 수주 실적을 달성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에는 첫 수주가 4월에 이뤄졌던 것에 비해 올해는 연초부터 상선 수주에 성공하면서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현재 STX의 수주잔량은 다롄 생산기지를 포함 276척, 187억불이다.
STX는 지난해 금융위기로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최장기간 발주 중단 사태를 맞았던 만큼 올해는 세계 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그룹 전반적인 회복을 점치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조선 부문의 신규 발주가 조금씩 살아나며 조선업계가 차츰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신규 계약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는 선주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주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던 한진중공업 역시 1년1개월만에 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법인인 HHIC-Phil은 대만 선주사 대만 신건해운으로부터 18만톤급 벌크선(건화물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주한 선박은 케이프사이즈급 규모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해 2011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원가경쟁력을 이번 수주의 비결로 꼽았다. 필리핀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이 선박 제조원가를 낮췄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시장불황 속에서 독보적인 원가경쟁력을 갖춘 수빅조선소의 진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선가가 하락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수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해 6도크 건조까지 마쳤으며, 현재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 조선소는 부지 면적이 264만㎡로 부산 영도조선소의 10배가 넘으며, 길이 70m 도크 와 길이 550m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적잖은 상반기 발주 물량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수주랠리에 아직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새해가 2주밖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할 분위기는 아니다.
현재의 수주잔량이 풍부한데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부진한 선박부분을 월등한 수준으로 메워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기, 29억7000달러(미얀마 포함시 3기, 43억7000달러) 수주에 그쳤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중공업은 연초 올해 목표치를 매출 21조55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177억달러의 수주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랜트 부문이 워낙 활발한 탓에 지난해 극심한 조선업계 가뭄 속에서도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사업부 이외에도 6개 사업부가 45:55 정도의 비율로 매출 비중을 다각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업체로 현대중공업을 꼽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중동 플랜트 수주 모멘텀, 비조선 부문의 이익 기여도 확대 등으로 호실적이 예상되고 후판가격 인하와 건조선가 상승 등도 이익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수주가 안되고 있지만 수준잔량은 2년반치를 가져가고 있어 상반기 농사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단기적으로 위기가 금방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수주 잔고가 올해부터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선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크루즈선 등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어 내부적인 기대감이 높다.
단적으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크루즈선 건조시대를 열었다. 미국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사가 실시한 11억달러 규모의 크루즈선 건조입찰에서 계약대상자로 단독 선정됐다.
크루즈선은 올해부터 약 120억달러(13척) 이상의 발주가 예상되고 있어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가 반드시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꼽아왔다.
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프랑스 테크닙사와 함께 로열더취쉘이 발주하는 LNG-FPSO 건조 및 장기공급을 위한 독점적 계약자로 선정된 상태다.
향후 15년간 로열더취쉘사가 발주예정인 대형 LNG-FPSO에 대한 독점적 공급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세계 조선·해양 역사상 최대 발주금액(척당 50억달러)으로 기록될 LNG-FPSO를 수주하게 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상반기 수주에 대해서는 아직 가시적인 것은 없다"면서도 "상반기 크루즈선 본계약이 남아 있는 등 수주가뭄으로 인한 어려움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