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14일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새롭게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과 건설부문장을 맡게 되면서 이를 둘러싼 건설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국내 건설업계의 4강 업계인 삼성과 현대에서 모두 엔지니어링社 대표가 건설사의 신임사장에 취임한 것도 적지 않은 이변으로 꼽힌다. 같은 건설분야에서 '큰집'인 건설사에 비해 엔지니어링은 '작은집'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총 자본금은 약 6조9653억원으로 7259억원에 머물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10배에 이르며 매출액은 7조9437억원으로 2조5354억원인 삼성엔지니어링에 3배를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링社에서 건설사 대표가 탄생한다는 것은 건설사로선 적지 않은 '굴욕'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이변의 시작은 건설업계의 맏형 답게 현대건설이 먼저 시작했다. 올 2월 현대건설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김중겸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새로운 현대건설 사장으로 확정했다. 김종학 현대도시개발 사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김중겸 사장이 현대건설의 새로운 CEO로 확정된 것은 무엇보다 그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보여준 실적 때문으로 평가됐다.
2007년 현대건설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옮겨 간 김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취임 전인 2006년 매출 2400억원이던 회사를 불과 2년 후인 2008년에는 매출 7400억원, 경상이익 1100억원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고려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중겸 사장은 고향인 현대건설에서 몸을 담다 잠시 현대엔지니어링에서 CEO로 재임한 정통 건설맨인 것과는 반대로 삼성물산 정연주 사장의 '전공'은 건설이 아니다.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그룹 입사 후 삼성건설 경영지원담당이사와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역임하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영전한다.
건설 '순혈'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약점을 보이지만 정 사장 역시 맡았던 회사를 정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는 김 사장과 다를 바 없다. 정 사장은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부임한 뒤 1조1300억원이던 매출을 올해 4조원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9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 실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을 업계 1위에 올려놨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모두 계열 엔지니어링社 대표를 건설사 대표로 '승진'시킨 것은 두 회사 모두 해외 건설 수주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 임계 상태에 놓인 만큼 해외 건설 진출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두 회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김중겸 사장은 '힐스테이트'를 내세워 주택분야에서 정상화를 이룬 이종수 사장을, 그리고 정연주 사장은 '래미안 신화'의 주역인 이상대 부회장에 이어 각각 대표에 취임했다. 이는 결국 국내 건설시장을 다져온 주역 대신 해외 사업에 더 전문성을 발휘 할 수 있는 신세대 CEO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삼성물산의 경우 올해 해외사업은 수주실적이 크게 떨어졌으며 몹시도 자랑하고 있는 두바이의 세계 초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마저 공사대금 지급 논란이 벌어지며 준공을 늦추고 있는 등 해외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엔지니어링사에서의 '새 피' 수혈은 불가피 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마련이 필요하다고 해도 엔지니어링사에서 건설사 대표가 나온다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선 유쾌하지 못한 일"이라며 "현대건설이 성공적인 사장 교체를 했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외 사업실적이 부진한 삼성물산으로서도 충격요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