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성장률 하향 속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월말에 접어들면서 수출업체들의 네고가 출회되면서 매물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전력의 교환사채, 국민연금의 런던 HSBC빌딩 매입 관련 달러 수요가 유입되며 낙폭은 크지 않았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3.30원으로 전날보다 3.50원 하락하며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원/달러 선물(Futures) 12월물도 1154.60으로 3.70원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하락한 1155.50원에 출발한 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와 한전 및 국민연금 관련 저가 결제수요가 유입되면서 반등, 1157.00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잠시 강보합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주가 상승과 더불어 수출 네고 등이 출회되면서 하락, 약보합권에서 조금씩 조금씩 밀리며 1153.00원의 일중 저점을 기록하면서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35억44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에서 25억8500만달러 등 모두 61억2950만달러가 체결됐으며, 이날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내일 기준환율도 1155.00원으로 하향 고시된다.
◆ 연말 수급 주목, 외환당국 나서줄까?
시장 자체적으로는 연말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북클로징이 이뤄지는 분위기에서 수급이 시장 변동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수요쪽에서는 한전과 국민연금 관련 달러매수세가 마무리됨에 따라 저가 결제수요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한전이나 국민연금의 이벤트성 달러수요 덕분에 결제수요가 나름 연중 최저치 경계감 속에서 유입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외환당국의 달러매수 여부가 매수세력의 존재감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에서는 연말까지는 외환당국이 최소한 1150원대선은 방어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저금리 통화인 달러를 차입해서 고금리 수익를 쫓는,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시킬 만한 재료가 나오지 않는 한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에서 당국의 매수강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록 '장부가격'에 불과하다는 연말 종가이기는 하지만, 기업 회계기준상 매출 수익 등 재무제표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환율은 매우 중요하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환율이 1150원대로 내려오면서 저가 결제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며 "수출 네고의 경우 밀고 내려오면서 파는 게 아니라 환율 반등시 매도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말에 접어들면서 결제수요가 있고 수출 네고는 밀고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1150원선에서는 수급이 크게 불균형을 보이지는 않아 크게 빠질 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전과 국민연금 등의 이벤트성 달러수요가 해소됐기 때문에 큰 수요는 역시 당국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환당국이 1150원선은 방어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그렇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 환율 변수 중요, '환율 하락=경기회복 지연' 우려
더욱이 내년도 '기저효과'가 매우 크게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의 하락,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KDI는 지난 22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한국경제가 5.5% 성장하며 경상수지 흑자가 140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겠지만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 역시 내년도 우리 경제가 4%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OECD 역시 4.4%의 성장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지만 기획재정부 노대래 차관보는 "성장률 숫자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전년을 기준으로 얼마만큼 성장했는가로 계산되기 때문에 전년도, 즉 올해 성장률이 낮을 경우 분모가 작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좋은 수치가 나와 '과대평가' 또는 '착시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노대래 차관보는 "양적인 성장률 뿐만 아니라 성장의 질적인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에 의한 고용이 아니라 민간의 고용이 늘어야 하고, 재고에 따른 성장이 어느 정도인지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 역시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비치고 있다.
이날 윤 장관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어려운 세계경제 여건 하에서도 주요 수출품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우리 기업들이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면서도 "최근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신흥국 후발기업의 추격이 거세지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업 경영에 따른 제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 자금조달 ▲ 원자재 수급 ▲ 노사관계 및 세무행정 등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을 점검하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도 '민간의 자생적 성장'을 통한 경기회복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이날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정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시 제기됐다.
특히 이성태 총재는 지난 금통위에서 환율 변수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나 변동에 대해서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입 지지'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무엇보다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의 이익이 압박을 받게 되고 경기회복세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연말로 접어들면서 시장에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며 "아래쪽은 당국의 개입과 저가 결제수요가 일부 진행되면서 하락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말까지 수출 네고가 산적하고 수급이나 펀더멘탈이 환율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다"며 "다만 연말 북클로징 시점이 다가오면서 크게 미는 세력이 없어 1150~70원의 레인지 속에서 외환당국을 포함해 연말 수급에 따라 하향 여지를 살피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