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각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탓이다.
반면 유독 조용한 곳도 있다. 재계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8일 발행된 ‘친일인명사전’에는 재계 인물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주를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부 현준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의 조부이자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의 조부인 홍진기, 김연수 삼양사 창업주 등이다.
해당 그룹이 재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보니 그 반발이 클 법도 하지만 실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현재 해당 기업에서는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언급하기를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현재로서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제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는 커녕 소송 등의 절차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손사레를 치고 있다.
기업 정통성을 위해 창업주 및 오너의 가족을 ‘근대화 경영인’라고 칭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 유형은 일부 기업에서는 “그런 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에 내용파악 중이다”라는 것이다.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인물들은 대부분 2005년 8월 민족문제연구소의 1차 발표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아리송하다.
심지어 지난해 4월 수록예정인물 4776명을 발표했을 때도 재계 인사들에 대한 내용은 세상에 공개됐다.
두번째 유형은 ‘억울하다’는 경우다.
일부 기업은 “당시 시대상황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일제정부에 잘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업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친일로 비춰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에 대해 소명과 참작 기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들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친일인명사전’에는 지난해 발표했던 수록예정자보다 이의가 받아드려진 인물 등 300여명이 빠졌다.
그럼 ‘친일인명사전’ 관련 기업이 이렇게 숨죽인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의 선조가 친일 관련 논란에 휘말리면서 친일기업으로 불리는 것이 우리 정서상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 태생에 대한 정통성 논쟁이 부각되면 일부 이미지 타격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과연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재계의 침묵이 세간의 관심에 대한 답인지 궁금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