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KT 사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 회장은 3월에 회장직에 올랐다. 화려한 공직생활에 이어 10년간의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KT맨으로 다시 재출발에 나선 것이다.
KT맨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강도높은 개혁으로 KT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일까. 이런저런 구설수에도 만만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이 회장의 'KT 개혁'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방만한 조직 운영의 문제가 부상한데다 남중수 전 KT사장과 조영주 전 KTF 사장등이 납품비리사에 얼룩져 최악의 시점이었다.
이 같은 현안들은 KT맨으로 첫 출발하는 이 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할 숙제였다. 내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잇따르는 구설수, 개혁의 부작용?
이 회장은 지난 9개월 동안 지지부진했던 KT와 KTF의 합병을 일사천리로 성사시켰고, 지속적인 내부 감사를 통해 비리를 척결하는 쇄신작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 회장에 대한 KT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 따르면 대표적인 것이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섰지만 아직도 이런 시선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취임 10개월이 다되어 가도록 따라붙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회장이 정통 KT맨이 아니라는 점이 때문일 터. 정부각료 출신으로 KT 조직 장악면에서 그만큼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취임 이후 줄곧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연관성이 입방아를 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직에 있었다고 해서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낙하산 논란은 근거없는 이야기로, 이 회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성을 가지고 KT를 이끌어 갈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KT와 KTF의 합병 과정에서 인력구조조정을 최소화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라는 점에서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KT와 KTF 합병으로 임원직급이 상당부분 줄어든 반면 이 회장은 외부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물러난 KT 토종인사들 사이에서 이 회장에 대한 시선이 좋을 리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회장은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 대신 내부 비리 척결에 힘을 쏟았다. 단적으로 지난 7월에는 감사를 통해 대대적인 내부 비리를 적발해내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 회장 취임 후 영입한 검찰 출신의 정성복 사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도 있다. 클린 경영 차원에서 임원 6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19명을 대거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이 도리어 내부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게 내부 일각의 시선이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외면한 채 개혁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사 인원이 줄고 업무 부담이 커진데다 비용 통제가 심해졌다는 것도 불만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KTF와의 합병 이후 직원들의 사기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면서 "KT는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합병에 성공했고, 두 회사가 하나가 됐으니 모든 것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지만 이후 회사의 성장비젼과 개혁과정에도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인 이석채의 남겨진 숙제
최근에 KT의 모 임원이 갑작스럽게 퇴임한 것을 두고 내부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도 역효과의 한 단면이다. 이 임원은 이 회장 취임 이후 불과 4개월만에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두단계나 고속 승진하며 이 회장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서유열 부사장의 측근 인사였다는 점에서 뒷말을 낳고 있다는 전언이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퇴임 임원이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강력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이 회장 체제에게 누가 될까 지난 8월 초 돌연 퇴직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보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있는 명예퇴직을 본인이 신청해 퇴직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우선 과제로 진행했던 KT와 KTF 합병효과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경쟁사와의 출혈경쟁으로 KT-KTF의 통합 이후 수익적인 측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높은 것. 수년동안 말만 많았던 합병 문제를 취임과 동시에 강력하게 밀어붙여 지난 6월 마무리했으나 그 후 별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금방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벌써 합병 효과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르다"며 "최근 KTF와의 합병을 통한 다양한 결합상품 출시와 기업용FMC 사업 강화 등 유무선 컨버전스 사업에서의 시너지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각료출신답게 불도저식 개혁으로 굵직한 현안을 풀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영자적 평가는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3만명이 훌쩍 넘는 거대조직을 이끄는 경영인으로의 성과는 이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