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비현실적 사업시스템에 투자자, 사업자 모두 '헉헉'
민간투자사업(이하 민투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일제히 대출을 꺼리는 데 있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주춤하던 BTL 관련 금융약정 체결은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이 BTL 등 민투사업 대출을 기피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장하는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 회사채 수익률보다 훨씬 낮은 보장 수익률(국채금리+가산율)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보니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같은 금융권의 대출 기피가 계속되자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제2, 제3 금융권 자금을 쓰거나 브릿지론 등 변형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즉 금융권의 대출 회피->수요자의 변형 대출->사업의 수익성 악화->대출 회피가 되풀이되는 현실이다.
민투사업에서 수익률은 보통 가산율에서 결정된다. 가산율이란 향후 물가변동 등에 대비해 기존 추가금리에 더해주는 추가금리로 보통 국채금리의 1% 정도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환경이 악화되면서 발주자는 가산율을 예년 수준인 1% 정도로 유지하려고 하고 투자자들은 1.3%~1.7% 정도를 요구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민투사업 활성화의 또다른 제약은 자금재조달(Refinancing) 문제다. 자금재조달은 사업시행자가 금융약정 당시와 시행법인 자본구조, 출자자 지분 및 타인자본 조달조건 등을 변경해 출자자의 기대수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다.
문제는 이같은 자금재조달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면 시행자와 주무관청이 이익을 반분해야 하나 반대의 경우, 즉 최근 같은 금융환경 악화로 손실이 생기는 경우 시행자가 모두 손실을 부담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이에 대해 “자금재조달 과정에서 官이 별다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익은 나누고 손실은 전담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항”이라며 “최소이익보장도 없고 민자제안이 모두 수용되는 것도 아닌 현실에서 사업자들이 정부를 믿고 민투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건설업종 특성상 사업을 수주해도 금융권이 수익 보장을 이유로 대출을 안 해주면 건설사는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은행들은 늘어난 대출원가를 수익에 산입하려 하고 정부는 현실적 고려없이 사업 성과만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이 빈발하자 정부 역시 산업은행을 통해 1조원을 대출하고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 보전을 다소 확대하는 등의 'BTL사업 개선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은 사업이 계획돼 있으나 최근 상황 때문에 금융약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한시 지원책일뿐 근본 처방은 못 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물산의 한 임원은 ”업계가 주장하는 것은 인프라 건설사업인 민투사업이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진행될 수 있도록 위험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것인데 정부는 아직도 단기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경협약 체결과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민투사업 대부분은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대비해 민간투자비에 대한 변경협약을 체결한다. 이 때 사업시행자는 물가상승분만큼 대출약정금액을 늘려야 하는데 은행이 이를 안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변경협약을 체결시 변동분에 대한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데 은행이 추가 투자를 안 해주고 있고 그렇다고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건설사들이 마냥 끌고 가고 있는 사업장이 많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건설업계는 민투사업 활성화를 위해 외부환경 변화로 인한 사업비 변경시 정부가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자금재조달시 최소이익보장이 있는 사업에만 이익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가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면서 업체 평가를 기술 아닌 가격 위주로 하고 있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현행 민투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민간의 투자 의욕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