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온라인 경제통신사를 지향하는 뉴스핌은 막힌 돈줄을 풀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이 돌게하자'는 주제의 캠페인성 신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돈이 돌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화 및 재정공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시장기능을 살려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부와 시장이 힘을 합쳐야만 정책효과가 빠르고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핌은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번 신년기획의 제1부에서 '회사채시장을 살리자'에서 1년 가까이 마비상태에 빠져있는 회사채시장을 살릴 것을 제안합니다. 회사채시장이 살아서 기업들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2부는 '은행 자금중개 氣를 살려라', 3부는 '기업 상생경영으로 위기 넘자'입니다.
뉴스핌이 기획주관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돈이 돌게하자' 신년기획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기획·주관: 뉴스핌

후원: 금융위원회

[돈이 돌게하자] 1부 "회사채시장을 살리자"
(15) 스크린매매와 10억원
시장은 무엇보다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사거나 팔기를 원할 때 적정한 가격과 적절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유동성이 갖춰져야한다는 거다.
국내 회사채 시장이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는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과 달리 메신저나 전화를 통해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거래 상대방이나 물건을 찾기 쉽지 않고, 가격이 적정한 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채권 거래는 100억원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연간 30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채권시장 거래규모에 비해 100억원 거래단위는 크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회사채만 떼어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이에 시장참여자들은 메신저 중심의 거래방식에서 스크린 매매로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스크린 매매와 함께 거래단위를 10억원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다.
◆ 금투협·해외 ATS업체, 스크린 매매 도입 계획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채권 장외거래시스템(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있다. 한국증권연구원에 해외 사례 등 연구 용역을 의뢰했고, 채권시장 참가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릴 예정이다.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은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개된 공간(플랫폼)에 각각 호가를 제시하면 이에 따라 개별적인 협상(네고)을 통해 거래를 성사시키고, 자금결제까지 이뤄지는 구조다. 장내 주식시장과 비슷하지만 가격/시간/수량 우선 원칙 등에 따라 경쟁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호가를 확인한 후 개별적으로 협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증권회사의 채권중개기능의 수단으로서 정규 거래소 이외의 대안적인 채권거래 플랫폼을 통해 대부분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ATS업체인 '블룸버그' '트레이드웹(Trade Web)' '이스피드(eSpeed)' 등도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사 통합단말기인 'eBond'를 통해 국내에서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대부분 블룸버그 단말기의 이 시스템을 이용해 거래를 하고 있다.
ATS의 도입으로 거래의 편리성과 투명성이 강화되고,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거래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의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현재 메신저에 의존하는 채권매매관행을 스크린매매로 전환시키고, 매매단위를 10억원으로 낮춰야 회사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스크린 매매 도입의 걸림돌
하지만 스크린매매시스템 도입이 제도와 관행 등 여러 이유로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우선 제도적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의 '거래소 유사시설 개설 금지' 조항이 걸림돌이다. 이 법 제386조 ②항은 거래소가 아닌 자는 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을 개설하거나 유사한 시설을 이용하여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 조항을 개정하거나 예외를 인정해줘야 스크린 매매가 가능하다.
금투협 관계자는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은 거래소의 경쟁매매방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 기능과는 구분해서 봐야한다"며 “금투협이 주관하고 있는 프리보드나 채권 IDB 처럼 예외를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채권의 특성상 장내보다는 장외에서 거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1998년 말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매매주문의 증권거래소 집중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사설거래시스템의 개설 및 운영을 증권업자의 업무 중 하나로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제도의 변화 외에도 관행은 더욱 고치기 어렵다. 메신저 중심의 거래 관행이 불편하고,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받았지만 거래소를 통한 국채 장내거래 의무화도 사실상 무력화시킬 정도로 유지돼왔다. 이는 끈끈한 인간관계를 기초로 정보 제공 등 서비스가 부가되고, 포지션 노출을 막아준다는 보이지 않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팀장은 "스크린매매시스템이 도입돼도 먼저 호가를 냈을 때의 부담감, 포지션 노출 등 때문에 쉽게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채 중에서도 발행량이 많은 종목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발행 주간사 등이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이다.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의 채권브로커팀은 계약직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영업실적에 따라 수익을 회사와 나누는 형태로 근무한다. 스크린매매가 도입되면 이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김춘배 NH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일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거래에 필요한 단말기 숫자를 줄이는 등 생존이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스크린매매 취지에 공감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인프라를 갖출 수 있어야한다"고 주문했다.
◆ 거래단위를 10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현재 운용되는 채권형 펀드들은 운용규모가 100억~200억원대에 불과하다. 1000억원을 넘는 펀드는 몇 개 없는 실정이다.
공모펀드의 운용 원칙 중 하나는 ‘10% 투자제한 룰(rule)’이다. 즉 펀드에 편입되는 특정 종목이 전체 자산의 10%를 넘을 수 없다. 최소 10개 종목 이상으로 분산 투자하라는 거다.
펀드매니저들은 이 룰을 지키기 위해 100억원 단위로 채권을 사서 규모가 작은 여러 개의 펀드에 나눠 편입시켜야한다. 문제는 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있을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펀드에 들어있는 채권까지 꺼내 한번에 100억원 단위로 팔아야하는 것.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국채나 통안채 등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특히 회사채 경과물을 100억원 단위로 거래하기는 펀드매니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회사채 거래단위를 10억원으로 낮춰야할 필요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몇십억원어치만 팔라고 연락이 와도 나머지를 팔 때 가산금리를 붙여 싸게 팔게될까봐 거래를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채권을 100억원 단위로 거래하는 것은 시장의 오랜 관행일 뿐이어서 시장참여자들의 합의만 있으면 고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와 비슷하다.
삼성투신 김의진 본부장은 "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정책당국에서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유도해줘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표현용 NH투자증권 채권영업팀 부장은 "스크린 매매와 거래단위 10억원이 이뤄지면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개인들의 회사채 투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들이 회사채를 매입하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거래 시스템이 갖춰지면 유통시장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