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온라인 경제통신사를 지향하는 뉴스핌은 막힌 돈줄을 풀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이 돌게하자'는 주제의 캠페인성 신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돈이 돌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화 및 재정공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시장기능을 살려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부와 시장이 힘을 합쳐야만 정책효과가 빠르고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은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번 신년기획의 제1부에서 '회사채시장을 살리자'에서 1년 가까이 마비상태에 빠져있는 회사채시장을 살릴 것을 제안합니다. 회사채시장이 살아서 기업들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2부는 '은행 자금중개 氣를 살려라', 3부는 '기업 상생경영으로 위기 넘자'입니다.
뉴스핌이 기획주관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돈이 돌게하자' 신년기획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기획·주관: 뉴스핌

후원: 금융위원회

[돈이 돌게하자] 1부 "회사채시장을 살리자"
② 회사채 시장, 얼마나 얼어 붙었나?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속히 꽁꽁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에 새해들어 조금씩 봄바람이 불고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수준인 2.50%로 기준금리를 팍팍 낮춘 데다 MMF펀드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단기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돈이 넘쳐나자 수익률 높은 회사채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일에 발행된 1년만기 한진중공업 회사채(신용등급 A)은 지난 15일 민평대비 75bp 낮게 체결됐고, 만기가 2년 남은 현대자동차 회사채(AA)도 민평대비 25bp 아래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또 만기가 1년 남은 현대하이스코채(A)도 10bp 언더, 잔존만기 9개월인 포스코파워채(AA+)는 17bp 아래에서 체결됐다.
AA급 회사채가 품귀현상을 보이자 매수세가 A급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A-등급까지는 온기가 전파되지 않고 있고, 대부분 만기가 1년 안팎인 단기물만이 선호 대상이 되는 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신용위험의 해소(또는 감소)가 아닌 '돈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주는 곳으로 시장 분위기가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예상치 않은 악재가 터지기라도 하면 회사채시장은 다시 얼어붙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무디스가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는 뉴스가 보도된 뒤 금호렌터카(BBB), 기아자동차(AA-) 회사채는 금리가 민평대비 147bp, 30bp 급등한 채 체결되기도 했다.
◆ 회사채 시장 얼마나 얼어붙었기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과는 달리 지난해 전체적인 회사채 발행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회사채 발행규모는 2006년 22조310억원에서 2007년 27조2520억원으로, 지난해 37조785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발행은 AAA, AA+ 등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게 한계다. AAA~AA0 등급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12조3039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규모의 35.5%에 달했다. BBB+~BBB-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2조6597억원에 그쳐 비중이 7.10%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BBB급 이하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회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막혔다. 리먼 사태 이후 우량기업에 조차 리스크 관리를 해오고 있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비우량 기업으로서는 자금조달에 이중고, 삼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9월 BBB+와 BBB0 등급 회사채는 각각 100억원, 80억원 어치만이 발행됐고 10월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1월 들어와서 BBB0 회사채는 200억원 발행이 전부였고 12월에는 BBB-등급의 회사채가 100억원 규모로 발행되는 데 그쳤다.
월별 회사채 발행규모는 지난 10월 저점을 지나 11월 2조4443억원, 12월 7조4841억원으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2월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들이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한 점을 감안한다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이 살아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증협 관계자는 "리먼사태 이후 10월에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긴 했으나 A급 이상보다는 BBB급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이후 11월과 12월에 회사채 발행이 전반적으로 늘긴 했으나 12월에 금융지주회사들이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한 특수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A급도 찬밥, 돈은 BBB급에서 스탑!
A급이라고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유통시장에서는 A급에 대한 시장의 냉랭한 반응을 몇몇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23일. A-등급의 두산건설 회사채 14억원이 20%에 급매물로 나왔다. 이는 전일 민평보다 6.41%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두산건설 회사채는 이후 2억원의 추가 매물이 나왔다.
이보다 앞선 9월에는 두산엔진(신용등급 A) 회사채도 민평대비 1.56%포인트 9.21%에 거래됐고 금호그룹 회사채(BBB)도 유동성 위기로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사려는 데가 없어 큰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한국금융지주회사채(AA-)의 경우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와 거래한 신용연계채권(CLO) 1590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200억원이 전일민평대비 1.31%포인트 급등한 7.49%에 거래가 체결되기도 했다.
올들어 회사채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BBB급은 여전히 한파를 맞고있다. 현재로선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AAA 등급 3년만기 회사채의 경우 지난해 11월 28일 국고3년 대비 스프레드가 303bp에서 이달 15일(금리 4.85%) 현재 128bp로 절반 이상 축소됐지만, BBB0급 3년만기 회사채의 경우 15일 현재 금리가 10.70%로 같은 기간 스프레드는 664bp에서 713bp로 오히려 49bp 확대됐다.

만기가 짧은 1년 BBB0 회사채도 지난해 11월 28일 455bp에서 이달 15일 390bp(금리 7.47%)로 65bp 축소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데다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국고채, 공사채, 은행채, 우량 회사채 순으로 돈이 돌고 있지만 아직까지 BBB급 이하 회사채로 그 온기가 전달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같은 현상의 이유는 우선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은 것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16일에야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 111개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잠정 마무리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구체적인 윤곽을 나타내야 시장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유동성의 힘으로 현재 A급까지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BBB급 이하의 회사채의 경우 구조조정 등 불확실한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신용경색이 여전해 돈이 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보다 가시화된다면 BBB급 이하의 채권에 대해서도 돈이 좀 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19일 은행들은 건설사와 조선사를 포함해 13곳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결정했고, 단 1곳만 퇴출 판정을 내렸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 5월쯤 BBB0급도 해빙?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희망은 있다.
A0까지로 확대된 회사채 매수세가 BBB+로 전이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진행된다는 신뢰감이 형성되면 돈은 BBB+ 이하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는 5.25%에서 2.50%로 2.75%포인트 인하됐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풀고 있어 기관들의 자금 사정은 넘치는 상황이다. 신뢰할 수 있는 데다 고수익 상품이라면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신협, 새마을금고, 지역 농협의 경우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는 등급을 BBB+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관의 투자가 BBB급 회사채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형호 아이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지방 신협, 새마을금고, 지방 농협 중앙회는 회사채 투자 가능 등급을 BBB+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다"면서 "금리가 워낙 낮은 상황에서 돈은 넘쳐나고 있는데 고수익률로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다. A-에서 BBB+ 회사채로 돈이 돌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돈의 물꼬가 터진다면 BBB+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작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에 투자해 만기 상환된 자금이 묶여 있는 만큼 BBB급으로 자금의 도는 물꼬가 트인다면 이들 자금도 충분히 유입돼 시장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시점을 대체로 5월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의 구조정이 원활히 진행되고 한은도 그때까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용등급이 BBB+,BBB0 가운데 견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에 온기가 돌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BBB+ 신용등급을 보유한 코오롱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위한 태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BB급으로 온기가 돈다고 해도 BBB-까지 매수세가 확대되기는 조심스러워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관계자는 "BBB0까지 회사채 매수가 들어오기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면서 "더욱이 BBB- 등급의 경우 투기등급 바로 전 등급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아도 이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