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내년 신흥시장의 증시 전망은 경기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선진국 시장보다는 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신흥시장이 선진국시장과 '디커플링(decoupling)'될 것이란 기대는 '신화'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고, 개별증시의 특수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초 투자자들이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 가졌던 기대감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극도의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했던 수십억 달러를 회수하면서 올해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가 56%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이머징마켓의 펀더멘털이 과거 어느 때보다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급락세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투자자들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보유 주식을 처분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동유럽쪽 주가지수가 68% 급락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헝가리와 우크라이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인도 시장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켓워치는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를 기준으로 올해 이머징마켓들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시장과 비교적 선방했던 시장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이머징마켓의 흐름을 전망했다.
◆ Worst 5
1. 러시아
러시아는 1998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봉착하면서 올해에만 증시가 72%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 급락과 글로벌 신용경색,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러시아 시장으로부터 도피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과 그루지아와의 전쟁으로 인한 내정 불안은 러시아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올랐다.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광범위한 루블화의 평가 절하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러시아가 다른 이머징마켓에 비해 60% 정도 가치가 하락해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제출되고 있다.
알렌 콘웨이(Allan Conway) 슈로더(Schroders) 수석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해 '비중확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시점에서 러시아가 부담되는 시장인 점은 인정하지만 최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까지 가격이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질 것 같지 않고 또 루블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혜로 원자재주의 상승을 기대해 볼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 터키
전형적인 '캐리트레이드' 대상 국가인 터키는 올해 주식이 66% 급락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경제 성장률 둔화, 고물가 압력, 내정 불안 등이 투심을 위축시켰다.
최근 터키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신규 대출 요청을 타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IMF 자금의 확보 여부가 내년 터키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출되고 있다.
3. 헝가리
올해 부다페스트 주가지수는 65% 급락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높은 외채 비율,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은행 등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치솟는 외채 비율로 인해 헝가리 정부는 IMF와 EU, 세계은행으로부터 250억 달러 규모의 구제자금을 신청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헝가리 경제 성장률이 5% 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IMF 등의 구제자금 투입으로 내년 금융분야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헝가리 정부는 더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4. 인도
인도 센섹스(Sensex) 역시 올해 65% 급락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3대 신흥시장으로 꼽혔던 인도는 자산가치에 버블이 급증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둔화된 경제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동시에 급격히 늘어난 통화량 조절과 예산 적자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뭄바이 테러에서 알수 있듯이 국내외 정세 또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수입되는 원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최근 유가와 상품가격 하락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충분한 매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상품가격 하락과 미국 고용시장 악화는 인도의 아웃소싱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5. 인도네시아
지난 2007년 중국 다음으로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인도네시아 증시는 올해 증시 지수가 62%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10월달에만 급증하는 매도주문에 못이겨 주식시장이 여러번 문을 내려야만 했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ㅤㄷㅚㅆ으며 상품각격의 하락으로 고무와 팜유의 수출 마진이 급감했다. 여기에 루피아 가치도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Best 5
1. 콜롬비아
올해 콜롬비아 대표지수는 27% 하락하면서 주요 이머징마켓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지수를 방어한 국가로 꼽혔다.
지난 9월 콜롬비아 정부는 외국인의 주식 투자 제한을 없애는 한편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2년간 매도제한 규제도 완화했다. 이같은 조치가 증시에 상승 탄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작은 시장 규모와 외국인 투자가 적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2. 이스라엘
MSCI 이스라엘 지수는 올해 30% 하락했다. 특히 이스라엘 증시 지수는 테바제약(Teva Pharmaceutical Industries Ltd)의 주가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의해야 할 대목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의 이머징마켓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러시아의 루블화와 유가 사정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터키에 비중을 두는 것도 현명한 투자방안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3. 칠레
MSCI 칠레 지수는 올해 자국 통화 집계로는 20% 하락했지만 달러 환산시 3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증시는 약세장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강세장에서는 다소 저조한 전형적인 안정 위주의 시장이다.
칠레는 구리의 주요 수출국이자 구리 가격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칠레 정부는 채광을 몇몇 외국계 기업에 맡기고 수출은 국가가 지정한 코델코를 통해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지난 3개월간 구리가격이 56% 이상 하락했어도 증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4. 멕시코
멕시코는 지역경제가 미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주가 지수가 45% 하락한 것도 선방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씨티그룹은 내년도 멕시코 경제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유일하게 확실한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주요 석유 수출국인 멕시코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에 의존도가 큰 멕시코보다는 저렴하고 내수시장이 큰 브라질이 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5. 남아프리카공화국
올해 요하네스버그 증시의 대표지수는 48% 하락했다. 지난해까지 극심한 전력 부족이 금과 백금 수출에 의존하는 이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었다.
하지만 상품 가격 급락과 경제 성장 둔화, 경상 수지 적자, 내정 불안 등을 감안하면 올해 남아프리카 증시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신흥시장, 상대적 선전 기대
LPL 파이낸셜의 클레인탑(Kleintop) 연구원은 내년 4/4분기나 혹은 2010년 이머징마켓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알렌 콘웨이 슈로더(Schroders)의 수석연구원은 "비록 내년 경기상황이 호전되지 않더라도 이머징마켓은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적정 수준 이하로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밝히며 향후 1~2년 동안 선진국 시장에 비교하면 이머징마켓은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