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연방기금금리를 0~0.25% 목표범위로 인하, 사상 최저이면서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구사한 지 사흘 만에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인 무담보콜금리를 0.10%로 0.2%포인트 인하했다.
양국 중앙은행은 공히 주택저당증권(MBS)과 관련 기관발행채권 혹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나아가 장기국채 매수를 고려하거나 기존 매수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유동성 공급 보완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사실 BOJ가 이미 0.3%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추가 금리인하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되기는 했지만, 이번 금리인하는 예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례적인 정책을 구사하여 1993년 이래 처음으로 美日 기준금리가 역전되자 엔/달러가 13년 여만에 최저인 87엔 선까지 급락하는 등 외부의 강제 요인이 발생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는 19일 금리인하 결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엔화 강세가 유일한 정책 결정 배경은 아니고 여러가지 고려요인들 중 하나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BOJ도 미국과 같이 금리인하 외에 보완 정책을 내놓았다.
중앙은행이 담보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대출하는 '보완대출제도'의 적용금리를 0.3%로 인하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으며, 민간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당좌예금에 대한 지급 금리는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가 제로(0%)인 0.1%로 결정했다.
또 BOJ는 정부가 요청한 상업어음(CP) 매입과 또한 자체적으로 장기국채 매수액을 증액하는 것에 대해서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장기국채 매수 규모는 기존 연간 14.4조엔에서 16.8조엔으로, 월 1.2조엔에서 1.4조엔으로 늘어난다.
BOJ는 이번 성명서에서 "수출이 해외경제 둔화를 반영해 감소하고 있고 내수도 기업실적 둔화와 고용 및 가계 소득 약화에 따라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따라 "현재 일본 경기 여건은 악화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그 정도가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향후 경기 전망과 관려해서는 "경제가 물가 안정 속에 지속적인 성장 경로로 회복하는 데는 해외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으로 볼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양적완화'가 아닌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활용한 '신용지원책'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번 정책결정이 과거 BOJ가 실시한 '제로금리 정책' 혹은 '양적 완화' 정책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대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하는 정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과거 일본이 현금과 은행 지준을 확대하는 등 대차대조표의 '부채'에 집중한 정책인 반면 이번 연방준비제도 정책 초점은 주택저당증권 및 관련기관채 매입, 기업어음(CP) 시장지원, 기간자금대출 및 해외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 등 '자산'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어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유동성 공급 확대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본질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의 '유동성함정'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연준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금리 수준 자체를 문제 삼았던 일본과 달리 우리는 신용 스프레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시라카와 총재도 "미국이나 일본 중앙은행의 이번 조치는 과거 시행했던 '양적 완화' 정책과 같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적 완화'는 경상계정의 잔액 목표치를 설정해 거시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이런 점에서는 이번 정책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대책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해주기 위한 특화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앞으로 결코 추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 하방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햐 한다"면서 "단기적으로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도 곁들였다.
그러나 그는 또한 제로금리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금리를 제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서 은행권이 자금을 관리할 동기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중앙은행의 위험자산 축적', 안전한가?
사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일련의 위기 대응책을 통해 억 단위가 아닌 조 단위의 유동성을 풀어놓았다.
위험 대출자산 매입 방침으로 인해 연준의 자산규모는 3조 달러 수준으로 확대된다. 18일자 기준으로 연방준비제도의 자산규모는 2조 3118억 달러로 전년대비 2.6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유자산 중에서 안전한 국채의 비중이 20.6%로 전년대비 비중이 65.9%나 줄어들었다. 대신 기업어음(CP) 매입과 주택담보대출 관련 위험 자산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대차대조표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대신 그 질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 내용과 방식은 다양하지만, 연방준비제도가 내놓은 일련의 대책은 특정 금융기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일부 위험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 금융시스템의 기능 작용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이 추가적인 위험을 매수하기에는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중앙은행이 위험자산 매입으로 쏟아부은 자금이 모든 레버리지가 큰 기업들까지 스며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연방준비제도의 유동성 공급 대책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게 됐다. 과감한 금융안정 대책은 필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것이다.
물론 적자 정책은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주요국가들이 동시에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가 크게 약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란 위안 섞인 지적은 제기된다.
어쨌거나 중앙은행이 위험 자산이나 담보를 너무 많이 취득한 것은 위험한 일이며, 이는 나중에 금융시장이나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쉽게 회수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임스 해밀턴(James Hamilton)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의 접근 방식이 지니는 위험은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면서, "금융시스템에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려면 장부상의 증권을 매도하거나 대출을 환수해야 하는데 누구도 원치 않는 부실자산을 매각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강제로 풀어 놓을 경우 취약해진 금융기관들이 다시 충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올해 연준 이사직에서 물러난 프레드릭 미시킨(Frederic Mishikin) 콜럼비아대학 경제학 교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은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자산이고 기업어음(CP) 등 담보를 통한 기간 대출(RP)은 원래 대출 기간이 짧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방어 논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민간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는 와중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위험자산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는 것은 납세자들의 돈을 점점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부 구제기금이나 연준의 자산매입 혹은 담보 수취는 최상위 'AAA'등급 담보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등급이야 바뀔 수가 있는 것이며, 따라서 표준적으로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