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애초에 한계가 뚜렷했던 회담이었던 만큼,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곧바로 제출됐다.
실제로 이번 회의는 새롭고 구체적인 대안이나 혁신적인 정책 공조를 이끌어 내기 보다는 이제까지 진행되던 논의를 종합하여 '5대 원칙과 47개 중단기 과제'로 정리했을 뿐이다. 해야할 일에 대한 동의로, 훗날을 기약하는 성격이 강했다.
성명서의 기조에 대한 각국 입장 차이나 G20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도 즉각 제기되었다.
앞으로 G20을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 및 경제의 질서 재편 가능성이나 규제의 변화 전망을 열어둔 것은 성과이자 또한 더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등장했다.
◆ 구체적인 대책 없이 '약속'만 남긴 G20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건축박물관(National Building Museum)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심각한 도천에 직면,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금융시스템 개혁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결의"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약 5시간여 걸쳐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금융시장 감독과 기구 개혁 그리고 적절한 통화 및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성명서는 G20의 역할과 관련, 합의된 원칙과 결정의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해 오는 2009년 4월 30일 이전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차기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이 정상회의를 주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부시는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생각보다 건설적이고 성공적이었다"고 말한 뒤, "전 세계의 문제를 푸는데 한 차례 회의로 해법이 나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G20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부시 대통령이 주최하기로 한 것은 자유무역과 개방된 세계경제라는 원칙을 후퇴시키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성명서의 머릿말엣는 "우리의 노력은 시장경제 원칙, 무역·투자 자유화, 효과적으로 규율되는 금융시장 등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원동력이라는 공통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은 이 부분을 성과로 삼고 있다.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 미국이 사실상 의제를 주도할 능력이 없게 되자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의견을 적극 내놓았지만 대부분 타협에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20개국이 재정 정책과 통화정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을 같이 하기는 했지만, "공동 부양 프로그램 같은 것을 내놓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통상적인 정상회담 성명서와는 달리 이번 G20 공동성명서는 A4용지로 5페이지에 달하는 전반부 성명서 기조와 후반후의 6페이지의 실천항목 제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부각된다.
전반부는 현재 위기의 원인에 대한 평가와 이제까지 취해진 조치와 향후 대응 조치 그리고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일반 원칙, 재무장관 및 전문가 작업, 개방된 세계경제를 위한 공약 등으로 이루어졌다.
후반부는 금융위기 극복과 재발방치를 위한 액션 플랜으로, ▲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 감독․규제의 개선 ▲ 금융시장 신뢰성 제고 ▲ 국제협력강화 ▲ 국제금융기구의 개혁이라는 5대 원칙에 대해 각각 내년 1/4분기말까지 이행해야할 단기 과제와 추가적인 중기 과제를 담았다.
◆ G20 유효성 재확인 필요.. 일단 IMF가 최대 '승리자'
전문가들은 이번 G20 회담의 성과에 대해 긍정반 부정반의 태도를 보였다.
수많은 지도자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둘러 앉은 자리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번 회의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상황 판단이나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서로 공유했을 것이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은 긍정적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간의 규제와 국제기구개혁에 대한 의견 차이나 쟁점은 모호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었고,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상의 구체적인 정책 공조 합의가 없이 일반적인 이행 과제들만 나열했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팀 라이언(Tim Ryan) 미국 증권산업및금융시장협회(SIFMA) 회장은 "여러가지 개혁 및 기준도입, 자유무역 및 투자 원칙 등 G20이 논의한 쟁점들 대부분은 이미 연구되어 온 것들"이라며, "우리는 이번 회의가 쟁점을 한단계 밀고 나갈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경제적 질서의 재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관심이 뜨거웠으나, 시간이 가면서 이미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는 줄어든 상태였다.
상황의 긴급성 때문에 갑자리 마련된 자리라 참여 주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조율하고 합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임기가 불과 두달 남은 '레임덕' 상황이고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주요 선진국이 일제히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인데다, 신흥시장과 경제로 위기와 혼란이 빠르게 전염되고 있었기 때문에 긴급 회의 소집은 불가피한 상태였다.
G20 수장들은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을 "복잡하고 불투명한 신종 금융상품"외에 "일부 선진국가들 중에서 정책결정자와 규제 및 감독당국이 금융시장에 형성되고 있는 위험들은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하지 못한 미숙성"에서 찾았다. 또 "일관된 거시경제정책의 부재 및 구조개혁 미흡"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이에 따라 각국의 여건을 감안한 "적절한(appropriate)" 통화 및 재정정책 운용, IMF의 신흥시장국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대, 국제금융기구의 지속적인 역할을 위한 재원확충 노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적절한'이란 표현에서 보이듯이 구체적인 정책 공조보다는 각국의 여건에 따른 임의적인 정책 대응 여지를 남겨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합의했다고 해도, 이런 정도라면 각종 의제가 유발하는 민감한 충돌로 인해 정책 운용이나 개혁이 힘들고 느리게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인정한 대목은 유럽 측의 입장을 살려준 대목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 복잡한 금융상품 및 금융기관들의 재무상황에 대한 공시 강화, 과도한 위험추구 방지를 위한 인센티브체제 개선 ▲ 모든 금융시장, 금융상품 및 금융기관을 규제대상으로 포함해 금융시장의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기능 제고 ▲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시장조작 행위 방지 및 정보 공유 ▲ 규제당국의 국가차원 협력 기능 강화 ▲ IMF, WB의 지배 구조 개선 필요 ▲ IMF의 위기 대응 핵심적 역할 수행 등의 구체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막대한 구제 및 시장 개입을 단행한 장본인인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과도한 시장개입에는 우려를 표명하는 모순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회담 후 발표한 개별 성명을 통해 "개혁 권고안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성장을 향한 가장 분명한 길은 바로 자유 시장 자본주의(free capital capitalism)"이라고 주장했다.
G20 지도자들은 "모든 금융시장과 상품 그리고 시장 참가자들은 적절하게 규제되거나 감독의 대상이 된다"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이 대목이 헤지펀드나 여타 사모펀드 등에 대한 직접 규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런 미국 측의 태도는 부시에서 오바마로 대통령이 바뀌면 그 접근방식이나 태도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까지 고려하면 G20 회담 성과를 잠식하는 최대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회의의 최대 승리자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국제기구인 IMF였다. G20 성명서는 IMF가 현재 위기에서 교훈을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뿐 아니라,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신흥시장 구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원 확충 노력 강화 필요도 지적했다.
이번 워싱턴 회의는 1944년 브레튼우즈 회담 이후 가장 중요한 금융경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측은 그 의미를 가능한 한 축소하고자 했지만, 이번 위기는 미국이라는 국제 금융 및 경제 질서의 중앙부에서 권력이 신흥국으로 일부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G20 성명서는 세계경제의 경제적 비중의 변화를 반영, 앞으로 금융 개혁을 주도한 주체인 '금융안정포럼(FSF)'의 회원국을 신흥 경제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공평하고 정확하며 포괄적이며 올바른 새 국제금융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선진국 중심의 G7은 오늘날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충분치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위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G20이 새로운 변화의 중심으로서 새로운 국제질서의 조정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그 정당성과 유효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