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보면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온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전일보다 66.5원 오른 1290원까지 치솟은 후 정부의 개입으로 1269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는 급락하고 금리는 뛰었다. 종합주가지수는 1350원대로 주저앉아 1년9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91일만기 CD금리는 5.91%로 7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는 두가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달러부족이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외화차입이 막혀 있다. 하루짜리로 롤오버하는 수준에서 버티고 있고 기일물 차입은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기댈 곳은 외환보유액 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달러를 공급하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로 아직은 여유있다고 할수도 있지만 정부와 한국은행만 쳐다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얼마나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을 보면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와 다른바 없다. 외환위기가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다만 성격은 다르다. 지난 97년은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진앙지였고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그 수혜를 봤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중심지에서 위기가 터져나왔고 아시아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수혜를 보지 못하고 피해국이 되고 있다.
이런 피해는 경제체질이 상대적으로 약한 신흥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제 관점에서 보면 97년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국 경제는 그 때보다는 외환위기를 견디는 내성이 강해졌지만 글로벌 경제가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 경제주체들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가계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풀어 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금융기관은 나만 살겠다고 현금확보에만 치중하지 말고 경색된 돈줄을 풀어야 한다. 기업들은 여유있는 곳은 달러 사재기를 자제하야 한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정부가 각 분야의 실정에 맞는 미시적인 대책을 세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외환보유액이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잘 관리를 해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말대로 외환보유액은 지금처럼 위기가 왔을 쓰라고 늘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외화차입이 안되는 상황이 장기화돼 외환보유액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의 중앙은행 및 정부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중앙은행간 스왑 확대 등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아끼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과 일관성있는 대응을 통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