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규모의 미국 재무부 구제금융 계획의 성공 여부는 결국 미국 주택 가격이 더 하락세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바닥을 치고 안정되거나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 안정대책이 일단 시장 안정에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 문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당장 더글라스 엘멘도프(Douglas Elmendorf)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시니어 펠로우는 "정부의 안정 대책에 너무 기대를 많이 걸지 말 것"부터 주문했다.
재무부의 부실채권 매입 대책도 주택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 즉 미국 중산층의 모기지 상환 능력의 감소를 어찌할 도리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미국 금융 위기의 배경: 주택가격 하락
실제로 미국 금융 위기의 기초 배경에는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이 도사리고 있다.
과도한 차입을 배경으로 소비하고 호사를 누렸던 미국인들은 이제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추가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주택 차압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또 경기가 좋지 않게 되고 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모기지 상환 능력도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하고, 또 이를 별도의 파생상품과의 연계하에 자르고 묶어서 거래한 것이 상황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차치한다면, 이들 금융기관의 거래가 번성한 배경에는 미국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는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존재했다.
실제로 미국 역사상 전국 주택가격이 하락한 경우는 매우 짧은 기간, 그것도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하락한 경우가 단 한번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발생한 적도 없고, 다른 나라들처럼 조정을 겪지도 않을 것"이란 점을 암시하곤 했을 정도다.
어쨌거나 2년 전부터 개시된 미국 주택가격 하락은 점점 가속화되었다. 올해 6월 S&P/케이스실러지수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7월 고점부터 19%나 하락한 상태. 이는 금융기관들의 막대한 손실을 유발했다. .이제는 더이상 생존할 능력도 사라진 업체가 나오고 있다. 주택소유자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는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따로 털어내겠다는 이 계획은, 분명히 금융시장 안정이나 모기지시장 나아가 주택시장의 동요를 막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는 피(유동성)가 돌지 않는 시장의 작동을 좀 더 정상화시키는 것일 뿐,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고 실업률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아마도 미국 경제가 급격한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 정도의 효과가 기대될 뿐이다.
◆ 근본 문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충고
에디 맥켈비(Ed McKelvey)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도 앞서 엘멘도프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말까지 성장을 중단하고 내년에도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맥켈비는 "최근 강화된 새로운 금융 혼란으로 경제 전망을 다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 이 같은 상황은 정책당국의 대응을 유발하면서 이를 통해 금융 위기의 충격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재무부의 안정대책이 어떤 모양으로 확정될 것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어떤 식의 조치든 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 차압 규모가 더이상 빠르게 증가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리 해리스(Maury Harris) UBS 증권의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구제와 상환이 어려워진 주택소유자들에 대한 청산 프로그램의 가동을 통해 이런 결과가 나오면 주택가격이 지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크 잰디(Mark Zandi)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주택저당증권만 매입해서는 안 되고, 관련 대출자산까지 모두 매입해야 차압 발생을 억제하는 등 전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와튼스쿨의 부동산담당 교수인 수전 워터(Sasan Wachter)는 "금융 기관들의 부실대출을 장부에서 뽑아주는 등 잘만 한다면 당장 내일 새로운 대출 실행이 가능해 질 수 있다"며, 매년 100만 이상의 가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규주택 구입이 주택재고의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터 교수는 재무부의 부실자산 매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새로운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은행들이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자본을 풍부하게 공급해야 하며, 부실한 모기지의 채무조정을 통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주택차압 매물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면 더이상 대출을 꺼릴 것이며, 주택을 구입하려는 의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워터 교수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조각은 신용시장의 어려움 때문에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아니라 과도하게 형성된 주택재고로 인한 가격 하락세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