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의 금융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대거 빼나가자 자칫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것이 금융위원회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에 착수한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유수 금융기관의 자산가치 하락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에 한 몫을 한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HSBC는 19일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HSBC 당사자는 물론이고 금융위원회도 가격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 협상종결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HSBC는 발표문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전개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자산가치의 상당한 변화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발표문에서도 보여지듯 세계시장과 마찬가지로 외환은행의 주가도 크게 하락하면서 당초 계약된 인수 가격보다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HSBC가 견지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의 유수 금융기관들 역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는데 60억불(약 6조원)이나 되는 돈을 들일 이유가 없어졌다는 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들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메릴린치는 BOA로 넘어가고, 이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마저 불안하다는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미국계 상업은행 와코비아와의 합병 추진 가능성 등이 보도되고 있다.
18일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은 451억달러, 모건스탠리는 241억달러이다.
우리은행 홍콩IB법인 한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의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외국 상업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HSBC도 강력한 인수후보군에 들어가 있다"며 "이런 상황서 HSBC같은 캐쉬보유자로선 굳이 외환은행을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뜀했다.
특히 상업은행들은 이런 상황에서 좋은 조건으로 투자은행을 인수한 후 위기상황에서 보여지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면 좋은 기회로 역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아울러 외신들의 보도 등에 비춰 다른 대안들이 여럿 생김으로 해서 HSBC는 외환은행 인수 포기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만약 국제금융시장이 진정되는 듯 보이다가 최근 리먼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또다시 요동치지 않았다면 HSBC로서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1년여를 버텨온만큼 외한은행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HSBC로의 매각을 내심 반겼던 외환은행으로선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더군다나 론스타와 HSBC간에 매매계약 만료일(지난 7월말)을 일주일 앞두고 금융위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에 착수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당시엔 오히려 이같은 국제금융 상황이 외환은행 매각엔 득으로 작용했었다. 당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자금을 빼가고 국내 직접투자 또한 부진한 상태였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에는 외환은행 매각 심사에 착수할 수 없다던 금융위 등의 정부 당국도 이같은 국내외 분위기로 자칫 외국인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될까하는 우려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됐었다.
게다가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외자유치를 강조하면서 HSBC로의 매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물론 M&A 딜이라는게 가격을 비롯해 여러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이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은 외환은행이 새 주인을 맞을 뻔 하다가 또다시 다른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되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