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안전지대로 다시 몸을 숨기면서, 대형은행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계산하느라 바쁘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도 상대적으로 '우등생'에 속했던 JP모간체이스가 3/4분기 들어서 벌써 15억 달러의 평가손을 봤다는 소식이나, 골드만삭스의 실적전망과 투자의견이 하향조정된 것은 시장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13일자 기사를 통해 증시 전문가들은 7월 중순부터 새롭게 등장한, '최악은 지났다'는 식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용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결국 신용시장이 안정되려면 바로 그 시장의 담보가 되는 주택가격 하락이 멈추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데, 문제는 주택가격 안정세가 빠른 시간 내에 찾아올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택 재고는 이미 11개월분이나 누적되어 있고 2009년 초반까지 13개월 규모로 증가하면서 고점을 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미국 정부보증기업인 프레디맥(Freddie Mac)은 주택가격이 고점대비 15% 하락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수정, 약 18%~20% 정도는 조정되어야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는 판단을 제출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저당증권 가치가 신용 위기 태풍 속에서도 손상 없이 안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WSJ지는 어찌보면 은행권이 이 같은 기대를 쉽게 버리지 않기 때문에 증권시장에서는 '항복선언(capitulation)'이 나오지 않고 있고 나아가 손상된 재무여건을 말끔히 씻어내려는 아픈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들 은행이 주택과 대출상품을 크게 낮은 가격에 팔려고 할 때 이 시장에 다시 매수세력들이 등장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헐값 매각이 뼈아픈 손실을 수반하더라도 시장의 거래가 정상화되고 주택시장, 나아가 신용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주택저당증권 시장의 상황이 최근 더 악화되는 것은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등 대형 모기지업체들이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무여건 악화와 자본여력 감소로 인해 더이상 주택저당증권 시장을 무조건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의 안전판이 빠진 셈이다.
미국 정부가 이들 업체에 대해 어떤 식으로 지원할 것인지가 불명확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도 모기지시장의 우려를 강화시킨 요인이다.
현재 시장의 긴장 상황을 측정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있다.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보증하는 주택저당증권과 미국 국채 사이의 스프레드가 그것.
베어스턴스 구제가 이루어진 3월에 약 0.5% 정도였던 이 스프레드가 최근에는 0.65%까지 확대됐다. 이 스프레드는 연초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으며 6월 초에도 0.16%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은 JP모간의 모기지 평가손 우려를 이끌어냈고, 이에 따라 화요일 뉴욕시장에서 주가가 한때 9.5%나 급락했던 것이다. 우등생이 죽을 쑤고 있는데 다른 열등생들은 상황을 보나마나라는 비관적인 인식이 투자자들을 휘감았다.
이런 여건은 이번 달에 분기말이 도래하는 골드만삭스에게는 큰 타격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고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이다.
1년 전 주택시장 조정과 함께 시작된 금융 위기는, 언젠가는 그 끝을 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쉽게 그 끝을 예상하는 것도 삼가해야 할 일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