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한마디로 실망스런 내용이다. 민영화 대상의 대부분이 이미 예정된 기관이거나 중소규모이어서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공기업 개혁의 핵심인 통폐합대상으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등 2개기관으로 한정한 것은 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공과 토공은 주요사업인 주택용지개발 등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통폐합대상의 최우선 순위에 오를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같은 이유라면 중소기업의 대출보증업무를 취급하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통폐합도 미적댈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신보와 기보의 통폐합이 1차 공기업선진화 방안에서 빠진 것은 두 기관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고 내부적 반발등에 정부의 개혁의지가 밀렸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각 공공기관의 주요사업과 업무내용을 보면 중복된 부문이 적지 않다. 당장이라도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기업에 이양하면 휠씬 높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거둘 사업도 적지 않다. 누구보다 정부가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대형 공기업을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통폐합등 강력한 개혁대상을 최소화 한 것은 노조와 기득권층의 반발을 의식한 처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기업 개혁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핵심공약이었다. 주요 공기업의 경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인데다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시스템이 미흡해 어영부영 일해도 퇴출되지 않는 ‘신이 내린 직장’으로 규정했다. 이에따라 민간기업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이미 설립목적이 유명무실해진 공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민영화 등의 형식으로 개혁하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정하고 출범초기부터 역량을 집중했던 것은 이런 맥락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 세부적인 방안을 자꾸 미적댔고 이 과정에서 차츰 후퇴하는 모습마저 비춰졌던게 사실이다. 공기업 개혁은 당초 청와대가 주도했으나 해당부처로 넘겨졌다. 이해관계를 따지면 사실상 동업자인 해당부처에 공기업개혁을 맡긴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게 뻔하지 않은가.
공기업 개혁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노조와 기득권층의 반발, 정치적 지역적 이해관계가 얽혀 용두사미에 그친 전과가 있다. 그만큼 이해조정이 힘들고 노조의 반발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강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개혁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정력을 집중, 발휘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특히 공기업 개혁은 해당기관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어떤 입장과 자세를 견지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공공기관 CEO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에 공감하고 국정과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기업 개혁의 관건은 개혁의지가 확고하면서 깨끗하고 검증된 CEO의 선임이 출발점이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라는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공기업 CEO를 대폭 교체하는 배경은 이런 이유때문 일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방안을 마련하기 앞서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의 오염된 부위를 과감하게 도려낼 수 있고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는 인재를 널리 구해 CEO로 발탁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과정에서 특히 고려할 점은 내부반발은 물론 국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 어느 공공기관이든지 민영화 또는 구조조정은 이해관계자와 이익단체 등의 강한 반발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자칫하면 국민의 불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국민의 비판적 인식이 커다란 원군이다. 개혁의 칼을 마음먹고 빼어 들고도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의 경영형태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비판은 정부에 부메랑이 되어 큰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공기업 개혁은 경영효율성 제고, 기능조정, 민영화, 통폐합 그리고 소유구조 등의 각 기관별 산업별 특성에 적합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세워 강력히 추진할 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