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장에서 1,020원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달러-원 환율의 급등세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문득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팔자는 거꾸로 놓아도 팔자, 팔자는 바꿀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하늘이 정해 놓은 운명을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의미로 사람들 대화 속에서 간혹 들어볼 수 있는 우스갯소리이다. 환율안정을 위한 당국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제갈길을 찾아가는 양상이라 이 같은 말이 떠올랐던 것 같다.
- 유가가 하락하고 증시가 좀 안정되고 나면 시장의 롱 마인드도 한풀 꺾이면서 달러-원 상승시도에 제동이 걸리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못해 보인다. 원화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하늘이 정해 놓은 피할 수 없는 길이구나 하는 생각 마저 들게 하고 있다. 당국이 한시름 놓는 듯한 틈을 타 강한 저항선으로 여겨져 왔던 1,020원을 가뿐하게 뚫고 올라선 것을 보면 시장의 롱 마인드가 꺾이기는 커녕 그동안 당국에게 쥐어박힌 것에 대한 恨풀이라도 할 기세로 보여진다.
- 그간 당국이 수없이 많은 개입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들볶은 영향이었던지 까칠까칠해진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 막무가내식으로 환율을 10원 이상 올려놓는 모습에서 당국의 오랜 억압과 쥐어박음 속에 독살스럽게 변한 일부 시장참가자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국을 향한 시장의 이번 반란이 범상치가 않아 보이며 당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희생을 치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지난 금요일밤 있었던 뉴욕외환시장 마감상황을 보니 시장이 이번 반란을 아무 이유없이 무작성 일으킨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미 달러화가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서 큰 폭으로 상승한 채 뉴욕장을 마감하였다. 미국 신용시장에 대한 위기감 속에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더불어 약세를 면치 못해 왔던 그간의 추세에서 완전히 돌아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같은 세계적인 현상으로부터 원화가 예외가 되어야 할 만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 유로존의 경기하강 리스크를 강조한 ECB의 금융정책위 이후 장기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한 유로-달러 환율이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서 추세적으로 상승할 채비를 끝냈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된 일본의 엔화도 중요 저항선인 110엔선을 상향 돌파하면서 추세적인 상승 가능성을 연상케 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들의 하락과 더불어 호주 및 뉴질랜드 달러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 이 모든 것이 세계경기 침체기를 앞두고 기축통화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로 해석된다. 팔자를 유난히도 좋아한 나머지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2008년 8월 8월 오후 8시에 개막한 중국의 四柱八字도 올림픽 이후에는 내리막길 경제를 경험하도록 예정되어 있나 보다. 올림픽 개최일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올림픽 이후 나타날 중국경제의 후퇴를 우려하면서 4%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그나마 국내기업들의 수출경기를 지탱해 주었던 중국경제의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부분은 원화에는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원화강세기의 화두였던 글로벌 달러화의 하락과 국내기업들의 수출 호조가 이제는 글로벌 달러화의 상승과 수출부진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서게 하는 주변 정황들이라 생각된다.
- 꽃이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고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 기쁠 때가 있으면 슬플 때가 있고 아플 때가 있으면 건강할 때가 있다. 비단 이러한 단편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세상일은 돌고 도는 반복되는 현상들의 집합체와 같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는 일일 것이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으니 과욕을 버리고 겸손해지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하나님이 정해 놓은 세상 이치인 것 같기도 하다. 과거 수년간 진행되었던 원화 강세기가 막을 내리고 원화 약세기가 시작되고 있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실력자라 할지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당국의 대대적인 개입 이후 다시 재개되는 양상인 이번 상승은 최소한 금년 최고 수준이었던 1,050원대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이번주내 이루기가 벅찬 일로 여겨진다면 이달중에는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국록을 먹고 있는 죄로 당국은 이번에도 우국충절 어린 노고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나 그래봐야 조물주의 손바닥 안에서 바둥대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지난 7월과 같은 과잉 충성은 외환보유고만 축낼 뿐일 것이다. 팔자는 뒤집어도 팔자라고 하는데 당국의 충절이 하늘을 감동시킨다면 모를까 약세기로 접어들 운명에 처한 듯해 보이는 원화의 사주팔자를 당국이 바꿔 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금주 예상 범위: 1018.00 ~ 104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