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팔고 있는 키고(KIKO: 통화옵션상품)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
이에 대해 외환시장이나 강만수 장관한테서 이를 팔지 못하도록 지시받은 것으로 지목된 금융감독원은 황당하고 어리둥절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도 강만수 장관이 이전에 ‘이러한 지시를 한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혼란스런 양상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고환율 책임론을 은행이나 시장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고환율 정책 과오에 대한 물타기용’ 자기방어적인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재정부 강만수 장관은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 답변을 통해 "키코(KIKO)상품은 은행에는 큰 손실이 없으면서 상대방 중소기업은 2~3배 손해를 보도록 한 비정상적이고 기상천외한 상품"이라며 "이런 상품이 다시는 거래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강 장관의 발언이 나오고 나서 재정부는 바로 공식입장을 통해 "(강 장관 발언은) 불공정한 옵션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은행들과 기업들도 과도한 판촉 및 투기적 거래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건전한 옵션거래 등 파생거래 자체를 비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해명자료 자체를 보면 강 장관이 금감원에 지시했다는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KIKO 상품을 투기적 거래로 몰아세우려는 의도가 분명히 읽히고 있다.
KIKO라는 상품은 최근 중소기업의 대규모 환손실을 초래하면서 일부 문제점이 있지 않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그렇지만 환율 급등시 위험성이 노출돼 있는 이러한 상품이 정부의 일방적 고환율 정책에 영향 받았음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하락 공포감이 강했던 지난해의 사정에서 하락시 최소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필요했던 상황이고, KIKO상품은 그에 적합한 상품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은행들의 적극적인 판촉도 있었지만, 기업들이 그 외환상품을 더욱 원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올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빚어지는 과정에 이명박 새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고, 특히 정권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말이 많았던 강만수 위원이 개편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오면서, 고환율 입장을 피력하면서 환율 급등을 적극적으로 유발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대기업한테 좋아 경기 하강을 보완할 수 있고 수출대기업→납품중소기업→일자리창출, 그리고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여행 축소 가능성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친 기업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전 참여정부의 지나친 원화의 고평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렇지만 중소기업까지 혜택을 주려던 고환율 정책은 불과 몇 달 만에 갑작스럽게 930원에서 1030원선 이상으로 100원이 급등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밥이든 정책이든 간에 주변에서 수용할 환경이나 여건, 태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
환율이 10년만에 장기 하락 추세를 거두고 반등 추세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정책까지 유발되면서 중소기업들한테 혜택은커녕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가입했던 KIKO옵션이 멍에로 작용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배경에는 현재 시장환경이 10년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더욱이 금융시장, 게다가 파생상품시장이 어떻게 확대 심화됐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전 조사나 분석이 없이 ‘고환율 정책’을 자기입장으로 관철시키려던 무리수가 결국 물가 앙등까지 몰고 온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원성’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예전 정부가 주가를 관리, 즉 증시를 부양하려다 증안기금을 조성한 바 있고, IMF 시절 채권안정기금을, 그리고 환율안정을 위해 외평기금을 썼다가 대거 손실을 보거나 시장참여자들한테 위험을 전가시켰던 전례대로, 대한민국 정부의 '관치성‘ 시장 개입은 결국 주식, 채권, 외환 등을 두루 다니면서 정책실패로 나타났다는 점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강만수 장관이 KIKO옵션상품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기상천외의 상품”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 시장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외환시장이든 파생상품시장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진금융기법’에 대해 ‘무지하고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최중경 차관을 ‘대리경질’ 당하게 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과, 또 시장과 소통하겠다’, 그리고 ‘말 실수를 줄이겠다’는 자숙의 태도는 온 데 간 데 없이 다시 ‘구관이 명관’이듯 ‘눌변과 다변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단 고환율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최근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물가와 민생안정’으로 기조가 바뀌었고,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달러매도개입의 강화로 드러난 상태다. 또 이러한 사정은 차치하고라도 강만수 장관의 시장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강 장관의 지시를 받았다는 금감원 쪽도 키코관련 사항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만수 장관의 KIKO상품 거래 제한 발언에 대해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마켓리스크 문제인데 환율이 올라서 손실을 봤다고 감독원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것에 관여하면 펀드도 관여해야 하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장관의 발언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좀더 완화된 입장, 즉 장관의 발언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원칙을 부정하지 못하므로,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면서도 에두른 입장을 나타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강만수 장관의 발언은 투기적 옵션 상품에 대한 원론적 얘기"라며 "앞으로는 키코같은 상품의 손실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이어 그는 "키코 상품은 3월말 이후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는 은행 내부 단속도 있지만 금감원이 창구지도를 하는 등의 조치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금감원이 창구지도로 KIKO상품의 판매를 막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금감원이 지도를 하든 어쨌든, 이미 3월 이후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KIKO상품에 가입할 이유는 없어졌다. 이 대목은 정부가 환율 급등으로 KIKO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즉 사전에 KIKO를 몰랐다가 3월말 이후에나 이에 대처했다는 방증으로서만 값어치를 가질 것이다.
은행권 반응은 또 다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KIKO옵션은 확률이 들어가 가격에 반영된 아주 기본적인 옵션 상품인데 정부가 거래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들으면 웃을 얘기고 이런 식이라면 아예 파생상품을 거래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결국 종합해 보면 재정부쪽에서는 시장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강만수 장관은 재정부쪽도 잘 모르는 사안을 국회에서 답변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은 더욱 강 장관의 의사결정 방식을 불신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사실 환율이 정부 당국자로 인해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그 속도가 급격하게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은 정부의 영향이 컸다"며 "환율정책과 관련해 불과 3~4개월 후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당국이 자신들은 정책에 전혀 책임질 일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시장참여자로서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분명 강만수 장관이 취임하고 난 후 환율이 급속하게 올랐다는 사실은 환율 그래프를 봐도 얼마든지 증명되는데 시장만 투기꾼으로 몰고 있는 인식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중경 차관이 대신 경질됐다는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강만수 장관은 자신의 정책 실패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한 강 장관은 이전의 불통을 벗어나 같이 소통하며 잘해보겠다며 ‘소폭 만찬’을 했던 의기투합의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권한과 더불어 시장을 부정하는, 그래서 IMF 이후 고통스럽게 진행된 시장중심의 개혁성과, 이명박 정부의 근간을 훼손하는 발언이다.
더욱이 이전까지 환율에 대한 ‘관치성’ 시장 개입이나 ‘추경 편성’ 논란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경제 정책에서 잘못된 것도 없었다는 자기방어 자세는 국민과 시장에 대해 무책임을 드러내, 종국에는 상실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일 뿐이다.
경제정책은 한 사람의 의지나 고집으로 될 일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상식이다. 경제정책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환율정책의 책임론도 모두 경질된 최중경 차관에게 덮어씌운 강 장관이 다음에는 어떤 발언을 할지 궁금하다고 시장사람들은 얘기한다.
강만수 장관은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디로 가고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과연 알고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