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인수기관들이 채권 가격 하락 우려까지 감안해 높은 이자를 요구하면서, 한국 수출입은행이나 필리핀 정부 등 우량 발행 주체까지도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면 더 많은 금리를 써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번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19개 주요 달러본드 및 유로화본드 중에서 지금까지 가격이 상승한 경우는 정유사가 발행한 2종목 뿐이다. 지난 4월 발행된 홍콩 나인드래곤페이퍼(Nine Dragon Paper)사의 채권 수익률은 발행 당시의 8%보다 1%포인트나 상승했을 정도.
이들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기업공모(IPO)처럼 발행 채권을 보유하면 가격 차액까지 자본이득으로 먹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는게 보통인데, 올해 현실은 달랐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아시아 역외 채권 발행을 주도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싱가포르 소재의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Aberdeen Asset Management)의 한 펀드매니저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표면 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신규발행에 참여할 의욕이 없을 것이며, 당연히 유통시장에서 이들 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관망하고자 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비록 글로벌 신용 위기가 아시아발은 아니기는 하지만, 투자자들이 위험도가 높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발행주체의 채권은 가급적 피하면서 지역 채권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iTraxx지수는 3월 고점 650베이시스포인트(bp=0.01%포인트)에서는 후퇴했지만, 최근 563bp 수준으로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전에는 아시아 역외 채권발행 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은행들은 발행시장은 물론 유통시장까지 필요할 경우 해당 증권을 지원할 정도의 자체 자금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발행 채권 가격 결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들이라도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들어서는 아시아 시장의 현물 채권 거래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또한 투자자들이 기존 보유물량의 가격이 더 떨어질 경우에 대비하여 헤지 상품을 매수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3억 달러 내외인 아시아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물량이 크게 작아 변동성이 더욱 심하다.
또 조엘 킴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홍콩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의 위험보유성향 약화와 증권사의 시장 유동성 지원 능력 약화가 겹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모든 요인들의 영향으로 올해 아시아 역외 채권 발행시장의 불황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톰슨로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이미 1/4분기에 G3, 즉 달러, 유로 및 엔화 표시 유로본드 발행 규모는 186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8%나 급감했다.
홍콩의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투자담당은 "앞으로 발행 주체들은 시장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