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신들이 '보증하는' 양대 모기지업체 구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월가에서는 이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설마했던 사태가 이제 현실화되고 보니 이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의 성격과 또 발생하는 위험부담을 누가 뒤집어 쓸 것인가가 곧바로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 폴슨 재무장관이 어떤 식으로 구제하든 회사의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NY Times)지는 전날 기사를 통해 정부가 이들 업체 중 한 곳 혹은 두 곳 모두 정부가 맡아 관리하는 일종의 '국유화'를 단행할 것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미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하는 업체인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곁들여 소개했다.
◆ 누구 책임이며 누가 막음하나
돌이켜보면 지난 3월 미국 정부와 의회가 올해 이들 대형 모기지업체들에게 2000억 달러나 추가로 모기지자산을 수용할 수 있게 할 때 금융시장은 순진하게도 이것이 금융위기 사태를 안정시키는 안정판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조치는 오히려 이들 '아메리칸드림'을 유지하는 축을 뒤흔드는 꼴이 됐다.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패니매 등이 파산할 것이며, 그러면 결국 미국 납세자들의 돈으로 정부가 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공공기관도 아니고 완전히 사적인 기업도 아닌 주택저당업체들의 성격이 곧바로 수면 위로 부상한다. 납세자의 돈으로 사적 기업의 주주를 돌보는 것은 강렬한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주주들 역시 이런 것을 바라는 '모럴 해저드' 사태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기업(GSEs, 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s)인 패니매(연방전미저당협회(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의 통칭),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저당회사(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의 통칭)은 미국 아메리칸드림의 역사가 만들어 낸 '반공공 반민간 기업'으로 희귀종이다.
의회가 특허기업으로 만들고 정부가 보증해 이들은 대단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다. 의회에서 의무를 부여하길 주택시장에 자금을 끊임없이 흘려넣도록 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보증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위험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금융 위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이 미국의 꿈을 지탱하는 역할 뿐 아니라 의회의 특허를 받아 금융시스템의 핵심부에서 작동하는 준공공기업이 파산하도록 방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상 정부와 의회가 시킨대로 일했는데 무조건 네 책임이라고 도외시할 수도 없다. 일명 '대사불사(too big to fail)'론에 이런 주장이 포함된다.
반대로 정부가 보증하긴 해도 분명 실적 성장과 배당금 지급을 원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사적인 기업을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으로 막음한다는 것 또한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의회 의원들은 대부분 납세자가 아니라 주주가 위험과 손실을 떠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파산을 막으면서, 국유화는 아닌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지는 아직 막연하다.
◆ 당국, 대처 부심.. 이번에도 '창발적인' 대처방안 나올까
아마도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우선주를 보통주와 비교할 때 훨씬 더 할인된 가격으로 대규모로 매수하는 것과, 연방준비은행의 재할인창구를 열어줘 단기 자금을 공급하는 것 정도의 옵션이 결합될 수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베어스턴스 구제 때 사용했던 우회 자금 지원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당장 월요일 예정된 프레디맥의 30억 달러 규모의 단기채권 발행이 시험대로 다가왔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여전히 다수 투자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확실성 때문에 성공적으로 끝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베어스턴스 구제 때처럼 미국 시장이 열리기 전인 아시아 시장 시간 대에 대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이들이 발생한 채권이 단기자금조달 시장에서 담보로 활용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곧바로 해당 금융기관에게 급격한 파급효과를 보일 수가 있어 좌시하기 힘들다.
더구나 더이상 모기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대출 및 관련 증권조차 매각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면, 소비자들의 모기지금리 상환부담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
프레디맥 쪽에서는 유입되는 자본을 새롭게 투자하지 말고 유보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는 중이다. 프레디맥은 77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대출과 관련 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여기서 매달 100억 달러 정도의 상환자금이 유입된다. 보통은 이를 새로운 모기지에 재투자하지만, 이를 중단하면 자금조달 필요가 줄어들어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기지 투자를 중단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취약해진 미국 금융시장 전체가 다시 동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 월가, 위험에 노출된 자와 위험을 이용한 자
월가는 분명히 이번 사태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팍스핏(Fox-Fitt)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빗 트론(David Trone)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양대 모기지업체가 보증한 모기지증권을 360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으며, 또 이들이 발행한 채권도 150억 달러나 매수했다. JP모간체이스의 경우도 같은 자산을 각각 650억 달러 및 220억 달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슈 알브레히트(Matthew Albrecht) S&P의 증권 애널리스트는 월가 투자은행들이 그 동안 상대적으로 강한 분야였던 모기지 인수관련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보증한 모기지채권 및 자체 증권에 대한 수수료 수입은 무려 9억 5200만 달러에 달했다. 올들어서도 이미 5억 5000만 달러나 발생했따.
또다른 이슈는 구제 필요성이 현실화되자 이를 미리 간파하고 독수리처럼 달려든 투자세력들이다.
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 산하의 그로스펀드오브아메리카(Growth Fund of America)는 최근 패니매 주식을 5000만 주나 매입했다. 얼라이언스번스틴홀딩스(AllianceBernstein Holdings)와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 역시 대량 주식을 매수했다. 앞서 그로스펀드오브아메리카는 빌밀러의 레그메이슨밸류트러스트(Legg Mason Value Trust) 다름으로 프레디맥의 주식을 2500만 주 이상 보유했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이들 모기지업체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게 된 사연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