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은 누가 내정되더라도 금융계의 큰 관심을 받는 자리이다. KB금융지주는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대투금융, 한국금융지주 등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계는 황 내정자의 귀향을 다른 누구보다 특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책임자(CEO)로서 보여준 경영스타일이 깊게 각인되어 있고 커다란 현안과제가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인사를 둘러싼 ‘뒷말’도 있다.
황 내정자는 누구 보다 화려한 금융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1975년 삼성그룹에 입사, 삼성물산과 회장비서실을 거쳐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 사장을 각각 역임한 ‘삼성맨’이다. 이후 BNP파리바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장,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차례로 지냈다. 증권과 금융을 섭렵한 금융맨인 셈이다.
삼성투신운용에서는 삼성생명투신운용과 합병해 대우사태로 촉발한 투신권 위기를 극복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국제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삼성증권의 CEO로서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는 또 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때는 우리은행장을 겸임하며 ‘우리 등에 칼을 대면 우리도 뒤통수를 치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불사하며 경쟁은행에 대응,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영업전략에 힘입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3년동안 총자산을 104조원 가까이 늘려 우리금융을 국내 1위의 금융기관으로 올려 놓았다.
이번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배경에는 이같은 경영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은게 첫째 이유이고 두 번째로는 KB금융지주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과제를 동시에 부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는 9월 정식 출범예정인 KB금융지주는 우리금융그룹 등에 이은 국내 3위의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중심의 은행업에 절대적으로 치우쳐 있다. 말하자면 증권 보험 등의 비은행 분야가 아주 취약한 기형적인 종합금융사에 해당한다.
황 내정자는 바로 비은행 분야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역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황 내정자와 KB금융지주를 이끌어 갈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비은행 분야에 별다른 경험이 없다. 비은행 분야가 황 내정자에게 큰 비중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외환은행 매각과 산업은행 민영화는 국내 금융기관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해 있다. 금융기관의 판도가 단번에 바뀔 수 있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대상이다. 최고금융기관으로 발돋움 하려는 KB금융지주인 만큼 초대형 M&A을 성사시켜야 하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숙원인 금융국제화와 글로벌 은행의 토대구축은 초대형 M&A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더욱 책임이 무겁다.
황 내정자의 전력으로 볼 때 KB금융지주가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업경쟁이 치열해 질 것은 쉽게 예상된다. 기업생존과 성장을 위한 경쟁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수익을 소홀히 한 채 영업실적만을 높이기 위한, 1등을 위한 무리한 경쟁은 경영부실의 ‘부메랑’을 맞을 위험이 크다. ‘돌격 앞으로 식’의 영업위주 경쟁은 옳지 않다.
황 내정자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본인을 탐탁하지 않게 보는 시각을 바로잡는 일이다. 당장 국민은행 노조가 황 내정자의 회장 선임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반발중에 있다. 금융기관 CEO로서 능력을 문제 삼기보다 정부기관과 여타 금융기관장에 하마평이 자주 올랐던 탓에 ‘낙하산 인사’라며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황 내정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처신과는 상관없이 금융관련 정부 고위직과 산업은행 총재 등의 하마평이 무성했던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와 어떤 식이든 끈이 닿아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삼성비자금과 무관하지 않다는 불필요한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금융기관 최고경영책임자로서 도덕성에 흠집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황 내정자가 KB금융지주 회장으로서 경영능력을 확실히 보여 주면 시중의 불필요한 오해와 의혹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더욱이 황 내정자가 능력을 인정받고 신뢰를 얻는다면 시장은 더 크게 봉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맡기도록 요구할 것이다. 황 내정자가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