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금리인상으로 유로존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25%포인트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달러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2008년 초부터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 역전이 발생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4월부터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중단해 격차가 더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ECB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다시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정책 기조를 예상해 볼 때도 이 같은 격차는 당분간 더 확대되거나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7월 4일 독립기념일로 휴가 상태이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반응은 일단 중단된 상태.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 주말 美달러화 급강세.. 당분간 방향 찾기 부심할 듯
ECB 금리 결정 및 트리셰 총재의 발언 전후로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당초 ECB가 추가 긴축을 시사할 것으로 보고 유로화를 매수했던 세력들은 황급히 포지션을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했다. 달러/유로는 순식간에 1.59달러에서 1.57달러 아래로 1% 이상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이 확정되면 달러/유로가 쉽게 1.60달러까지 테스트할 것으로 보고 있었으나, 트리셰 총재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자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미국 공유일을 앞두고 시장 참가자들이 자리를 비운 탓에 환율 움직임은 좀 더 과대해졌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인데, 과연 주말 흐름이 다음주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당분간 방향성 찾기에 주력하는 '관망'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몇달 동안 달러/유로는 1.53~1.60달러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와 인플레이션 전망 그리고 통화정책 전망의 불확실성에다 중국과 산유국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미국 환율정책 의중 변화 조짐 등으로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태다.
한편 달러화는 고유가에다 금융시장 불안 지속 그리고 결국 미국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는, 매도 요인이 아직 많은 상태.
단기적인 관건은 ECB처럼 연준도 연내에 한 두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화를 부양할 것인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화성에서 온 ECB, 금성에서 온 연준?
하지만 ECB가 과감하게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선 것과 달리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태세다.
하반기 경기가 크게 회복될 조짐이 없고, 당분간 주택경기 약화, 금융시장 혼란 지속 그리고 고용시장 악화에다 고유가 부담까지 역풍이 많기 때문에, 확실한 경기 회복 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선제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기가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 3일 헨리 폴슨(Henry Pauson) 미국 재무장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당국의 최대 현안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정작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정책당국의 우려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국제기구들도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위협 때문에 아직 저금리 기조인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각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와 물가 여건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런 점에서는 정책 기조가 완전히 어긋날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발견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피터 후퍼(Peter Hooper) 도이체방크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제출한 "화성에서 온 ECB, 금성에서 온 연준"이란 제하의 보고서에서 "ECB와 연준은 서로 유사한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이면서도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정책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의 경우 마치 화성의 싸움신 마르스가 승인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연준의 경우 비너스 여신이 돌보는 것처럼 매사 조심하고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이런 차이에 대해 후퍼는 양 중앙은행의 자산가격 붕괴 및 인플레이션 급등이라는 차별적인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 대공황의 극단적인 디플레이션과 실업 사태에 대한 중앙은행의 실책이라는 정신적 외상(trauma,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연준 관계자들은 자산가격 붕괴와 부채 디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1987년 주가 폭락, LTCM 파산, 닷컴 버블 붕괴 때 대처가 그 예다.
유럽은 아마도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통화 개혁이 가장 두드러진 경제적 트라우마이며, 따라서 분데스방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극단적으로 민감한 특징을 보여왔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ECB의 설립 및 정책 목표 설정, 그리고 최근 ECB의 정책 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및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책 관계자들은 연초까지 급격한 금리인하 효과가 실질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때를 기다리자는 입장이 우세한 실정이다.
한편 ECB도 이번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추가 긴축 사이클을 가동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후퍼는 따라서 유럽의 경기가 더 악화되거나 하면 내년에 가서는 EC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연준은 계속 금리를 동결하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가 '수렴'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륙 간 정책 기조 결별의 개시라기 보다는 시간이 가면 풀어질 일시적인 마찰 정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