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7세인 소로스는 자신이 주창한 '재귀성(reflexivity)'이란 경제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을 펴냈다. 여기서 그는 "지난 25년간 성장해 온 '초강력 거품'이 지금 붕괴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재귀성 이론'은 시장이 자동안정장치의 작용으로 끊임없이 균형 주위에서 움직인다기 보다는 불균형이 발생하면 그것이 추세화, 가속화하면서 극한에 이른 뒤에야 다시 안정기조로 되돌아온다는 주장이다. 소로스는 이런 주장과 함께 추세가 극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탈출한다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새로운 경고를 담은 책에 대한 소로스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그가 과거 펴낸 책들의 예측은 헤지펀드 운영자로서의 그의 성과와 비교할 때 한참 모자라는 것이었음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신문은 소로스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금융시장에서는 성공한 비결 그리고 철학자로서의 그의 영감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다음은 WSJ가 소개한 소로스와의 인터뷰 내용.
WSJ: 지금 상황이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라고 했는데, 증시가 18% 정도 밖에 내리질 않았다. 대공황 때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인데.
소로스: 내 생각엔 주택가격이 더 급격하게,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하락할 것 같다. 연말까지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것보다 좀 더 광범위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데, 한 가지는 매우 오랫동안 전세계 경기침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30년대의 재연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10년간 불황이 지속된 일본식의 '머들스루(muddle-through)' 양상이 전개될 수는 있다. 고용시장 여건이 아직은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는 수출 경기를 부양한 달러화 약세와 또 기업부문의 매우 강력한 입지 때문이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는 얘기다.
WSJ: 지난 25년간 우리가 경험한 위기는 현 시스템이 안정적임을 확신하게 만들어 더욱 큰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결국 한 차례 급격한 붕괴로 나아갈 '시험용 이벤트'라고 했는데, 이번도 그런 이벤트인가?
소로스: 매번 당국이 구원하면서 시장이 스스로 교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화됐다. 경제를 구제할 때마다 새로운 성장동력, 새로운 신용 자원 그리고 신용 확대를 위한 새로운 도구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부풀어 오른 주택 가격을 사실상 모두 대출해버렸다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럴 때마다 난 '늑대다'라고 소리 친 양치기였다. 1987년 에서 처음, 1998년 에서 그 다음, 그리고 이번에 펴낸 책에서도 재앙을 경고했다. 양치기가 세 번째 '늑대'라고 소리쳤을 때, 실제로 늑대가 왔다. 물론 이번 사태가 경기침체 없이 해결된다면 나의 '초강력 거품' 얘기는 심각하게 신뢰가 훼손될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또 한번 '늑대다'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경기침체가 도래한다면, 이건 나의 재귀성 이론이 입증되지 않는 셈이 된다.
WSJ: 이제까지 세상에 대한 예측이 틀렸는데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소로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만 부자가 될 수 있었다.
WSJ: 어떻게 거품이 발생하는 와중에도 분별력을 유지할 수 있었나?
소로스: 분별력을 유지한 적 없다. 나도 늘 공황 상태에 빠졌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나도 낙관에, 또 비관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얘기는 내 실수를 인식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거다.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종종 등에 극심한 통증이 오곤했는데,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게 사라지곤 했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대해 싸우거나 혹은 내빼거나 해야 한다. 내도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리진 않았고, 종종 실수하면 손실을 줄이는데 급급했다.
WSJ: '재귀성' 이론이 진짜 성공의 배경이었나, 아니면 그냥 훌륭한 거래전문가였을 뿐인가?
소로스: 지금 내 투자 수익률은 좋지 않은 편인데, 좀 더 길게 보면 대단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두 가지로 설명 가능하다. 한 가지는 재귀성 논리, 다른 한 가지는 앞서 밝힌 '등의 통증'. 내 생각에는 이들 두 가지를 잘 조합했던 것 같다.
WSJ: 성공한 투기꾼 혹은 박애주의자보다는 철학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소로스: 그 이상이다. 알겠지만 사람들은 고민을 가지고 있고, 내겐 바로 그게 고민거리다. 내 철학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반응은 소로스가 성공한 덕분에 자신의 본분에 비해 과도한 것을 원하게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물론 상당히 그럴 듯한 얘기다. 분명히 성공한 펀드매니저가 된 것이 나에게 그런 기반을 제공했다. 하지만 내 아이디어는 그것이 지닌 장점으로 먼저 평가되었으면 좋겠다. 난 지금 어떤 경계지점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난생 처음으로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상원의 스탭들이 내 책을 읽는 통에 상원 상업위원회에서 증언해주기를 요청받기도 했다.
WSJ: 그럼 학계 혹은 정책결정단위의 유력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것인가?
소로스: 분명 학계에서 인정받는 정도는 아니고, 정책결정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린스턴대학에서 '거품'을 연구한 전문가들의 신문 기사를 봤고, 그들 중 한 사람과 만나려고 한다. 내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논의에 관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화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과도 만날 생각이다.
WSJ: 하지만 그린스펀에 대해선 상당히 비판적이었잖나.
소로스: 그린스펀은 금융시장의 가장 대단한 '조작자들' 중 한사람이다. 물론 좋은 뜻에서 한 얘기다. 그는 2001년에 심각한 경기침체가 오지 않도록 막아냈다. 그러나 금리를 너무 오래 동안 낮게 유지했고, 대출기준이 약화된 것이나 사기 행각이 이루어지는데 대해 경고하지 못했다. 그린스펀은 너무 시장 근본주의자였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두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 주장이 자기강화되는 것 같았지만 결국에는 자멸적인 것이 됐다.
WSJ: 그린스펀은 혁신에 따른 수혜가 간혹 거품이 발생해도 좋을 정도라고 했는데.
소로스: 물론 그건 슘페터의 창조적인 파괴론에서 나온 얘기다. 하지만 지나치게 변화의 창출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융 혁신은 적절한 규제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순전히 축복 만은 아닐 수도 있다. 19세기를 보면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지면서 금융 위기가 속출했다. 하지만 매번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이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수단이나 기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내가 시장보다 더 나쁜 '중앙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당국자들은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 자산거품을 완화하는 것이 책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신용 규제나 금리 조절 모두를 포함하는 얘기다.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