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북한 곡물 조달부담 급등과 정책적 시사점 ]
1. 문제 제기
최근 들어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곡물가격의 급등은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업국의 식량 수요 증가,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 확대 등 수요 요인과 지구 온난화에 의한 작황 부진과 식량 자원화 추세 등 공급 요인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곡물가의 급등은 1995년 이후 곡물 부족분을 대외조달에 의존해 왔던 북한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의 원조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곡물가 급등으로 인하여 상업적 수입 능력마저도 제한되어 2008년 북한의 식량 사정은 1995년에 못지않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식량수급 상황을 진단하고, 곡물가 급등에 따르는 지원부담 규모를 추정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북한 곡물 수급의 현황
(과거 추이) 북한은 1994/1995 양곡년도 이후 2006/2007년까지 연평균 127~250만톤의 곡물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127만톤은 기초 대사를 위한 최소 소요량, 250만톤은 세계보건기구 권장의 정상적 소요량) 최소 소요량 대비 곡물 자급률은 80% 수준이다. 북한은 부족한 곡물을 외부로부터 조달하여 수급을 맞춰오고 있는데, 조달 규모는 연평균 123만톤 수준에 달한다. 북한의 곡물 조달 내용을 보면, 무상 또는 차관 형식의 개별 국가별 지원이 연평균 74만톤(한국 지원분 22만톤 포함), 국제기구 지원 40만톤, 상업적 수입 8만톤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7/2008년 현황) 북한은 2007/2008 양곡연도에도 최소 119만톤의 곡물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정상적 에너지 섭취량 기준으로는 271만톤 부족) 이같은 곡물 부족 상황을 ‘고뇌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후반과 비교하여 보면, 북한내 곡물 수급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뇌의 행군’ 시기 북한내 수급은 연평균 147만톤(1995/1996년은 170만톤) 공급부족이었으나, 2007/ 2008년도에는 119만톤 공급부족이다. 1인당 최소 소요량 167kg으로 환산할 경우 ‘고뇌의 행군’ 시기는 연평균 880만명분(1995/1996년은 1,018만명분), 2007/2008년은 713만명분에 해당하는 식량 규모이다.
3. 북한의 부족 곡물 대외 조달상의 문제점
첫째, 최근들어 국제사회의 대북 곡물 지원이 급감하고 있다. 1995~2004까지는 유엔합동호소에 의하여 대규모의 대북지원이 이루어졌다. 동기간 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총액은 연평균 1억 5천만 달러이며, 이중 90%인 1억 3천만달러 정도가 식량지원을 위해 사용되었다. 이를 당시 국제 곡물시세를 감안하여 물량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약 75만톤에 해당한다. 그러나, 2005년 이후 국제사회 지원이 개별지원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대북 지원액이 연평균 5천 5백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했을 뿐더러, 그중 식량지원은 1천 1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은 1995년보다 더 심각해질 수도 있으며, 한국과 중국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2008년 들어서 중국이 식량 수출 억제 정책을 추진하여 한국의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둘째,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여 북한에 대한 지원국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태국산 쌀의 국제시세는 2000/2001 양곡년도 평균 톤당 184달러에서 2008.3월 현재 520달러까지 급등했다. 옥수수 가격도 동기간 톤당 82달러에서 219달러까지 상승했다. 또한 국제 해상운임도 상승하여 추가적인 가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곡물 지원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북한의 자국내 곡물 수급 부족량(170만톤)은 1995/1996년도에 국제시세로 환산할 경우 4억 3,500만 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0년대에는 1억 7,000만 ~ 2억 2,000만달러 내외에서 유지되었다. 그러나, 2007/2008년도는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여 곡물부족량의 국제시세 환산액이 또 다시 4억 4,000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정상적 소비량 감안시 271만톤, 10억달러 추정)
셋째, 북한의 경제여건상 곡물의 상업적 수입을 위한 재원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곡물 수급 부족 규모는 2000년대 들어와서도 100만톤 내외가 지속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북한은 농림어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3%에(2006년 기준) 달하며, 이에 따라 급등하는 곡물가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수입으로 부족분을 자체 충당하기에는 국가 재정이 취약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항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정책적 시사점
첫째, 인도적 식량 지원은 정치적 상황이나 상호주의 원칙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북한과 단일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의 식량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 또한 민족이나 통일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직접적 이해당사국으로서 북한에서 사회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남북간의 정치적 상황이나 신정부의 상호주의 원칙과는 상관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에 대해서 조속한 식량 지원에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국제 사회의 대 북한 원조가 급감하고 있는데다가 곡물가 급등으로 북한의 곡물 수입 능력마저 제한되어 올해 북한은 ‘고뇌의 행군’ 시기만큼이나 심각한 식량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 미국, 한국 등 주요 관련국의 원조가 없을 경우 713만명분에 해당하는 119만톤의 식량 대부분이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셋째, 북한에 대한 남한의 식량 지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07/2008 양곡년도 119~271만톤의 부족식량은 2008년 3월 27일 현재 국제시세로 환산할 경우 4.4억달러~10.0억달러에 달한다.(원화로는 5천억~1조원) 북한의 핵문제가 조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와 같은 부족 식량은 주로 중국과 남한에서 지원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의 대외 식량수출 억제 정책으로 남한의 부담이 더욱 커질 공산이다. 따라서, 남한 정부는 국제 사회와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관계국의 지원 확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대북 식량 지원 항구화를 막기 위한 농업 생산성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 인도적 차원의 원조에만 의존하는 일방 통행식 교류는 주는 쪽에는 원조 피로감을, 받는 쪽에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와 자구 노력의 동기를 박탈한다. 북한도 남한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할 경우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정상적인 에너지 섭취량 수준의 곡물 자급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하여 농기계 및 자재, 비료, 신품종 종자 보급, 노후화된 관개 시설 정비, 경사지 사방사업 실시 등 물자적인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종자 개량, 이모작 확대 등의 기술 지원, 그리고 비료·농기계 등의 생산시설 확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과 식량자원화 추세에 대응하여 남북한 상생의 농업협력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북한의 곡물 수급 안정성을 도모하고 남한에도 도움이 되도록 상호간의 비교우위를 결합한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공동의 해외 농업기지 개발, 비교우위 작물의 교류, 북한 지역내 남한의 자본 및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농업 협력특구 설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
[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