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기자] "모의투자 등으로 자신만의 '감'을 갖는게 중요하지요"
이장수(가명. 55세)씨는 국내 '해외선물 개인투자자 1세대'라 부를 수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한 전산거래가 일반화되기 전인 2002년부터 전화로 거래를 시작해 햇수로 7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P정밀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후 일과의 대부분을 해외선물 투자에 쏟고있다.
이 사장은 서울 신림동에 있는 오피스텔을 사무실 겸 투자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오피스텔에 들어서자 브람스의 교향곡이 흐르고 있었다. 사무실 왼편을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대형 스피커 6개와 오디오셋트로 가득 채웠다. 반대편 책장에는 음악 관련 월간잡지가 1990년대에 발행된 것부터 최근 것까지 키높이 넘게 쌓여있다.
"스트레스를 음악 감상으로 풉니다. 돈이 왔다갔다하는 거래를 하다보면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대신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잠자는 시간과 휴일이 아까운 전업투자가"
이 사장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잠을 2시간 이상 연이어 자지 않는다. 새벽에도 잠시 눈을 붙였다 깨어 거래를 하는 식이다.
오전 7시부터 해외선물 거래가 시작되므로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시세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를 자정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따진다면 이미 그는 시작했지만.
봉천동 자택에서 신림동 오피스텔까지 걸어서 10시경 출근해 하루를 이곳에서 보낸다. 특히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밤 9시30분부터는 오피스텔의 다른 사무실들이 퇴근하므로 음악 소리를 높이고, 노래를 부르며 거래에 빠져든다.
새벽 2~3시까지 이곳에서 거래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토막잠을 자며 계속한다. 컴퓨터에서 거래가 체결되면 신호음을 내므로 이 소리에 깨어나는 식이다. 이 정도면 가정이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의 부인도 해외선물 투자자다. 이 사장이 권유해서 부부가 같이 거래를 하고 있다. 부인은 주로 집에서 거래한다.
낮에 다른 약속이 있거나 컴퓨터를 볼 수 없을 때 부인한테 전화로 시황을 묻고, 급한 연락을 받기도 한다. 진짜 ‘전업투자가’의 모습이다.
"돈을 많이 잃거나 계속 벌고 있을 때는 주말이나 공휴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게 너무 아쉬워요"

◆"투자금액의 10~20%만 투자해 위험관리"
이 사장이 밝힌 총 투자금액은 50억원. 이 가운데 실제 투자하는 금액은 10~20% 정도인 5억~10억원이다. 이는 위험 관리의 방법 중 하나다.
"해외선물은 변동성과 레버리지가 워낙 커 이익도 크지만 손실도 엄청납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하룻밤새 수천만원 날라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죠"라며 위험 관리가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위험 관리 방법은 거래를 쉬는 거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자신감이 있다 할 지라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시장 방향과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면 한동안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로 투자하는 상품은 통화선물이다. 유로, 캐나다달러, 파운드, 엔, 스위스프랑, 호주달러 등 6개 통화를 거래한다. 금(Gold), 금리 등도 한때 거래해봤지만 자신과 잘 맞지 않더란다.
수익률을 묻자 "월평균 10% 가량"이라고 했다. 7년째 거래하면서 5년째인 2006년부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수익이 나면 돈을 찾아야 진짜 수익이 됩니다"라며 "이익이 났을 때 욕심 부려 더 먹으려 갖고 있으면 시세는 꺾이고, 계좌에서 돈을 빼지 않으면 이익은 온데 간데 없어져요"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고 싱겁게 웃는다.
이 사장은 여기에 덧붙여 "마음을 비우는 것"을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이익을 내려는 욕심에서 투자를 시작하지만 욕심이 지나쳐 평정심을 잃으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즐기는 차원으로 넘어가는 대목이다.
◆"경험과 노력으로 '감'을 가져야"
이 사장은 해외선물 투자에서 여러가지 이론과 기술보다 자신의 '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투자 비결을 알려달라고 해도 특별히 해 줄 말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의 이 '감'은 오랜 경험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경제지표를 비롯한 자료 분석, 기술적 분석 등을 갖춘 상태에서 그에 더해지는 것이다. 통찰력, 인사이트(insight)과 통하는 개념이다.
그도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며 지금에 이르렀다. 2002년에 5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2년만에 손실액이 5억~6억원까지 커졌다. 거래시스템이 뒤떨어져 있었던 시절인데다 그야말로 '뭣 모르고' 거래에 뛰어들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는 얘기.
"증권회사, 은행의 지점장이라는 사람들도 해외선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도움을 받을만한 책도 없었던 때"였다며 "손실이 너무 커 정말 죽으려고 한강에도 2번이나 갔는데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것으로 다시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회상했다.
이 사장은 "모의 거래 등으로 충분히 경험을 쌓고 실전 거래를 시작하라"며 "이렇게 하더라도 어떤 때는 겁이 나서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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