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야 있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한마리 토끼라도 확실히 잡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 기사는 25일 오전 7시3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정부의 고민은 지난 2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성장 우선 발언과 주말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 우선 발언으로 돌출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24일 기획재정부가 대변인 입을 통해 "물가와 성장 어느 한쪽도 놓칠 수 없다"는 말로 봉합을 하려 했지만 재정부의 이런 입장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는 게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
물가와 성장이 모두 중요한 거야 초등학생도 다 알지만 물가를 잡으려면 성장이 뒷전에 밀리고 성장을 잡으려면 물가가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물가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재는 25일 아침 기업인 포럼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국내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의 하강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물가 우려에 좀더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 보다 경기하강 리스크에 좀더 무게를 뒀다면 3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경기 보다는 물가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었다.
이런 기조가 이날 기업인 포럼 연설에서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글로벌 인플레 압력증대 부분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저물가 시대를 주도한 주요인으로 ▲ IT 및 유통혁명 등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기업간 경쟁 심화 ▲ 중국·인도 등 저임금 거대경제권의 글로벌 생산시장 편입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 세가지 요인중 앞의 두가지 저물가 요인의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마지막 요인은 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오히려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수 있겠으나 여기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지속으로 원유 곡물 등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이로인해 국제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최근의 원유 및 곡물 가격 상승은 곧바로 국내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부터 빠르게 높아져 12월 이후에는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3.0±0.5%)의 상한을 상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하반기에는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 대목은 3월 금통위 때와 마찬가지로 뺐다. 하반기 물가안정을 자신하지 못한 것이다.
한은이 하반기 물가안정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한 기준금리가 조기에 인하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지금의 물가상승이 수요가 아닌 공급 요인 때문에 생긴 것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서 넌즈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리인하를 주문했다.
그러나 한은은 이성태 총재의 연설을 통해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의 톤을 유지함으로써 이를 완곡하게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해묵은 것이다. 경제성장과 물가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이 논쟁은 여지없이 돌출됐었다.
지금은 물가도 어렵고 성장도 어렵다.
해묵은 통화논쟁을 다시 꺼내들기 보다는 한은은 물가를 중시하는 통화정책을 펴고 정부는 통화 환율 등 거시 정책보다 규제완화 등 미시정책이나 재정·세제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데 지혜를 모아야할 시점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