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1계약 거래에 불과했지만 그 영향은 대단했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금융 위기 속에 이미 취약해진 미국 경제에 타격이 되는 것은 물론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자랑하는 여타 세계 주요경제 역시 시험 무대에 오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보좌관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 상승은 가계나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경기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긴급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전략비축유(SPR) 방출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공급확대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국제유가는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과거 사상 최고치 범위에 드는 수준이다. 이런 고유가는 경제의 2/3가 소비지출로 이루어진 미국으로서는, 더구나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마이너스 부의 효과가 발생하는 지금으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 유가 100불 지속시 충격은
경제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이 3달러에서 4달러 선까지 급등할 경우 그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글로벌인사이트가 미국 경제를 기준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원유가격 상승은 경제성장률을 끌어 내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10달러 원유가격 상승은 휘발유 가격으로 갤런당 19센트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소비지출을 1/3퍼센트포인트 줄어들게 하고 일자리 10만 개를 줄어들게 함으로써 가뜩이나 1.1%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칠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나 삭감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지난 해 미국 소비자지출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연간 증가율로 볼 때 1/4분기에 4% 증가한 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2/4분기에는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후 3/4분기에는 다시 3% 성장률을 회복한 뒤 4/4분기에는 2.8% 수준으로 감속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금이 풍부해 보조금을 지급해 오던 아시아 경제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중국이 최근 유류제품 가격을 일괄 10% 올린 것은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지원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물론 과거 오일쇼크 때와 비교한다면 주요 선진국들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충격을 받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냐에 있다.
이제까지는 업체들이 고유가 충격을 생산성 향상을 통해 흡수해왔지만, 만약 고유가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모든 여건은 바뀌게 된다. 제품 가격 상승은 경기호황 때는 쉽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유가가 계속 상승하며 불가피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이나 기업들은 유가가 계속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될 것이며 갈수록 에너지 효율적인 대안들이 나오면서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것.
결국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가격 상승 자체"가 되는 역설이 발생하기를 기다리는 셈이다.
◆ 고유가에 따른 세계경제 재편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국제 사회의 위상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지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동, 러시아 그리고 베네수엘라 등의 경제는 앞으로도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항공과 자동차 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며, 환경변화를 둘러싼 정치적 대응과 새로운 자원과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년간 지속된 저유가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유가는 중동의 급변을 이끌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리미트연합(UAE) 등은 막대한 수입으로 도로와 학교 공항 등을 새로 짓고 새로운 첨단도시를 건설하는 중이다.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올해 탄화수소 수출액은 7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의 네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지역의 번성은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국부펀드의 위용에서 잘 드러난다.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국부펀드의 규모는 자산규모로 약 3.8조 달러에 달라한다. 아부다비투자청의 경우 900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최대 국부펀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규모는 일본은행(BOJ)과 동일한 자산규모다.
최근 아부다비투자청은 미국 최대 상업은행 시티그룹에 75억 달러 자금 수혈에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딜로직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그리고 UAE 등은 총 1243억 달러 규모의 외국계 기업 지분, 부동산 및 여타 자산에 투자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고유가 덕분에 점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이며, 중국이 이란과 가까워진 것도 석유 때문이다. 미국의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석유가 생산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명암이 극단적으로 교차된다.
다르푸르 학살에 대한 비난에도 수단에는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있고 미국의 경제 제재도 잘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는 유가 상승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금을 모두 써버려 처참한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담배를 수출하고 살아가는 말라위는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2.2%나 줄어드는 충격을 입는다.
고유가에 힘을 입은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에수엘라는 앞으로 미국에 대한 공세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수입을 주변국에게 지원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시도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