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정 회장은 변호인 보충신문을 통해 "향후 7년에 걸쳐 1조원 기금을 출연하겠으며 첫 1년 안에 120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이미 600억원을 현금으로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회장의 변호인은 현금 600억 원이 입금된 예금통장 사본을 법원에 공식 제출했다.
당시 서울 고등법원 재판부는 예금통장 사본은 얼마든지 복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또 설령 통장 원본이라 해도 본인만 좋다면 언제든지 은행에 1000원만 내면 재발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당시 재판부는 1조원을 출연하겠다고 한 정 회장에게 8400억 원을 내라고 선고, 16%를 절감해 주며 동시에 1600억 원 원가세일을 해준 셈이 됐다.
이날로 부터 꼭 6개월 뒤인 22일 정 회장은 자신의 글로비스 주식 92만 여 주를 재단법인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이하 '해비치 재단')에 증여했다고 증권선물거래소에 공시한다. 싯가로는 600억 원 대의 돈이라는 현대차 그룹 측의 주장이다.
◆ 정 회장 최측근, 유홍종 BNG스틸 대표이사
정몽구 회장측은 이 글로비스 주식을 해비치 재단에 기부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이는 여전히 현대기아차 그룹의 영향력 안에 놓여있는 돈이다.
해비치 재단 기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특수관계인 지분은 80%로 변동이 없다. 즉 실제로 돈이 그룹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해비치 재단이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면 그 오페라 하우스는 곧 해비치 재단의 소유가 된다. 여기서 벌어지는 오페라의 수익금은 결국 해비치 재단이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 개인의 주머니에 있을 때 보다는 물론 더 좋은 일을 위해 쓰게 되겠지만 여전히 현대기아차 그룹의 영향력 속에 있게 된다.
정 회장은 해비치 재단의 임원진을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했다. 현재 해비치 재단은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어윤대 한국국제경영학회 고문, 신수정 전 서울대음대 학장, 손지열 전 대법원 대법관, 최준명 한국신문협회 이사 유홍종 BNG스틸 대표이사(사진) 등의 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해비치 재단의 주요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사로 보이는 사람은 현대기아차 계열사 사장인 유홍종 BNG스틸 대표이사다. 유 대표이사는 결국 해비치 재단의 실제 경영권, 즉 운영권과 자금집행의 영향권을 가진 인물로 지목할 수 있다.
당초 해비치 재단 설립위원회에는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해비치 재단 설립시에는 임원에서 제외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의 경우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현대기아차 그룹 측은 박 이사장이 해비치 재단의 실제 감사라고 설명했지만 뉴스핌의 확인 결과 그는 정식 임원으로 되어 있지도 않았다.
과연 박원순 변호사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임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 과연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 정몽구 회장의 600억 통장..이자만 수십억대
한편 정몽구 회장이 지난 5월 "이미 출연했다"고 증언한 현금 600억 원의 행방도 관심거리다.
이번 주식 출연으로 정 회장은 결국 현금을 돌려받고 글로비스 주식을 내준 셈이다.
그런데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이 돈은 정 회장의 "이미 출연한 바 있다"는 증언과 함께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하지만 정작 제출된 것은 돈이 아니라 통장사본이었다. 통장 사본은 복사가 가능하고 통장 원본은 언제든 은행 창구에서 재발급이 가능하다.
해비치 재단이 설립된 것은 불과 2주 전인 지난 11월 9일이다. 여기에 22일 글로비스 주식으로 600억 원 대의 자산이 들어간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현금납입은 없었으므로 정회장이 기부하겠다고 했던 600억 원은 실제로는 정 회장의 수중에 있었다. 또 예금 통장에 들어 있었으므로 이 돈을 중간에 꺼내 쓰지 않았다면 당연히 이자가 붙었다.
그렇다면 600억 원이 6개월동안 묶여 있으면 도대체 이자는 얼마인가?
못해도 수십 억 대의 돈이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결국 그 정도의 돈이라면 대략 현대차 그룹 총수 일가족 100명의 여름휴가를 한 달 동안 보낼 수 있는 비용으로 쓰기에도 충분한 돈이고 이자수익일 것이다.
◆ 출연금 50억 절약한 원샷 재테크도 탁월
정몽구 회장은 약 50억 원 가까이를 단박에 절약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 20일 종가인 6만5000원에 주식을 증여했다.
하지만 공시 시점인 22일 주가는 6만원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정 회장은 주당 5000원을 비싸게 내놓은 셈이며 이 돈은 5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이 된다.
또 향후 글로비스 주식이 주당 1000원이 더 떨어진다면 10억씩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글로비스 주식은 추가하락해 5만5000원 선에서 멈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정 회장은 대략 100억 원에 가까운 재테크에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 해비치 재단 설립자산 300억은 도대체 누구 돈인가?
그런데 해비치 재단은 지난 9일 설립되면서 초기 자산으로 300억 원이 들어있는 설립장부 등록했다. 다시말해 설립 당시인 9일 현재 해비치 재단은 300억 원의 자산을 들고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까지 현대차 그룹 측은 이번 글로비스 주식 600억 원 출연이 처음이라고 했고 연말까지 60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기존에 600억 납입한 현금 중 300억은 급한 돌려막기에 사용하고 300억 만 먼저 출연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관련 활동을 하면서 분명 이 정도 규모의 돈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일 때 언론 등에서 거론했던 규모의 금액이다.
만약 그렇다면 300억 원은 이달 9일 납부했고 600억 원은 20일 출연했으니 해비치 재단은 900억 원에 조금 못미치는 자산을 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룹 측은 해비치 재단의 수중에는 현재 600억 원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그룹 관계자는 "법인 설립시 기초자산 300억 원은 설립 당시에 서류 상으로 그렇게 정해 놓은 것"이라며 이 설립자산 300억 원의 존재를 부인했다.
과연 이런 해명처럼 그냥 설립자산을 얼마로 정하고 재단법인격을 부여받고 사업을 시작하는 재단법인이 있을 수 있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기관이 법인을 설립허가할 때는 최소한 예금통장 사본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결론적으로 카드 돌려막듯 이돈 저돈 막다보니 기부한 돈도 그룹 돈이고 결국 그 돈이 그 돈이니 넣었다 뺐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룹 내 특수관계인인 재단에 기부한 것이라도 명색이 기부금이라면 최소한 투명한 장부정리가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 현대차 그룹은 이와 관련 명쾌한 설명이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