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 달러/원 환율 900원이 붕괴되며 10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800원 시대의 도래에 준비해야 된다는 이구동성의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다. 수출업계에서는 채산성 악화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정부에 강력한 환율 안정대책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자원부는 지난 11월 12일 무역협회에서 김영주 장관 주재로 수출기업대표, 수출유관기관 관계자들과 ‘민관합동 환율관련 수출업계 조찬간담회’를 주최하고 수출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수출중소기업 환위험관리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원대책’의 주요 내용은 수출실적 1백만 달러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 연말까지 환변동보험 가입시 이익금 환수 면제, 환변동보험 만기시 보험료의 공제, 수출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환위험관리 교육 강화,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1:1 맞춤형 환위험관리 컨설팅 등 4가지로 이뤄져 있다.
이번 산업자원부의 긴급 지원대책은 기본적으로는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번 지원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산업자원부와 수출중소기업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환변동보험 이익금 환수면제나 보험료 사후공제 등의 조치는 환변동보험의 가입을 증가시킴으로써 보험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은 수출기업들이 경영계획상의 손익분기점 환율에 근거를 두고 청약할 경우 본래의 취지대로 수출채산성 확보와 안정적인 경영활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단기 혜택을 누리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환율하락 리스크만을 염두에 두고 환변동보험을 가입하게 될 경우 ‘지원대책’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된다.
◆ 중기지원대책, 단기 혜택보다 수출채산성 및 경영안정성 우선 고려해야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에 대한 개념이 취약하고 또 환율이 극도로 불리할 때 불안감에 따라 무작정 ‘헤지’(Hedge)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율 불안 심리와 함께 이번 조치의 단기 혜택을 탐해 기업들이 서둘러 보험에 가입할 경우 헤지거래를 자원하기 위한 조치가 투기거래를 조장하는 쪽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둘째, CEO 대상 환위험관리 교육이나 1:1 맞춤형 환위험관리 컨설팅에 대한 지원대책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한 환위험관리 교육과 컨설팅대상은 CEO 뿐만 아니라 해당부서의 직원들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무관리 측면에서 환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수출채산성을 관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식상한 환율정보 제공이나 헤지상품을 설명하는 정도의 내용으로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번 지원대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지도 경험이 풍부한 ‘중소기업형 환위험관리 전문컨설턴트’ 등 적절한 인재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현장방문, 현황조사, 문제점 진단, 상황분석, 환위험 측정, 적정 헤지대책(Hedge Policy) 제시, 환위험 관리 체계수립 및 교육 등의 모든 절차를 방문 기업에게 맞춤형(Customizing Model)으로 제시하고 피드백(Feed-Back)까지 해줄 수 있는 '중소기업형 환위험관리 전문컨설턴트‘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시 된다. 산업자원부는 이 점에 대해 각별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넷째, 수출중소기업은 최근의 환율변동성 확대가 엔캐리 트레이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및 미국 증시동향 등의 복잡한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양방향 리스크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향후의 변동요인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중소기업 CEO들은 섣부른 환율예측이나 환율정책에 너무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경영 위험을 자초하지 말고, 이번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근본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함으로써 수출채산성 보전을 통해 안정된 경영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
◆ 금융회사, 상품판매보다 근본적인 환위험관리정보 함께 제공해야
올해 금융회사 등이 개최한 수많은 환위험관리 세미나는 이전처럼 대부분 ‘환율동향 및 주최기관의 헤지상품 소개’ 등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채워졌었다.
그러나 과연 수출중소기업들은 이런 세미나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들한테 근본적인 환위험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새로 개발한 각종 이색(exotic) 옵션상품 등을 헤지상품으로 권유하고 판매하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상품 중 상당수가 환율하락 심리에 편승해 개발되기 때문에 자칫 시장상황이 달라지기라도 하면 중소기업들한테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투기상품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중소기업들이 환율하락에 따른 불안감에 더해 추가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으로 과도하게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기업은 환율예측과 정부의 환율정책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고 사업도 투기적인 방향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수출중소기업들은 환위험과 환위험 관리면에서 여러 가지 취약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산업자원부는 수출중소기업이 근본적인 환위험관리 체계를 수립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또 수출중소기업들은 산업자원부의 이번 지원제도는 물론 지난 5월 1일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환위험관리 우수기업 인증 및 지원제도’를 잘 활용하여 전문적인 환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내부에 전문가를 육성하여 더욱 안정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길 기원한다.
[뉴스핌 이석재 외환관리 전문위원 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중소기업 경영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