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세계반도체 시장을 휩쓴 이후 줄곧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지금 긴 시련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가 일시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일 것만 같던 삼성전자에 어떤 이유로 위기가 찾아왔을까. 반도체업계에서는 '윈도비스타' 쇼크, 업체간 과다경쟁, 6F스퀘어 공정전환에 따른 수율하락 등을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윈도비스타에 헛물켠 반도체산업
올 초 D램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새 운영체계 '윈도비스타'에 눈길이 쏠렸다. 반도체 부품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PC교체 수요증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올해 반도체 업체들은 너도나도 윈도비스타 호황을 기대하며 공급물량을 쏟아냈다.
하지만 윈도비스타가 선보인 지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윈도비스타 효과는 온데 간데 없다. 기업용 PC 채택률은 여전히 저조한 상태고, 일반 소비자들도 기존 운영체계인 윈도XP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MS는 기존 윈도XP를 사용하려는 소비자 욕구가 커지자 XP의 사용 종료 시기를 5개월 연장했다. 당초 내년 1월 30일까지로 돼 있던 시한을 5개월 늘리는 등 스스로 판매 부진을 시인하는 꼴이 됐다.
윈도비스타 효과를 누리려던 반도체업체들은 이제 윈도비스타 쇼크에 전전긍긍하게 됐다. D램 업체간 과다 공급 경쟁에 더해 예상을 밑도는 윈도비스타 수요로 반도체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타격은 이중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부문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70%를 웃도는 등 반도체 위기는 곧 삼성전자의 위기를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시장이 침체를 맞았던 시절과 지금의 위기 상황은 삼성전자에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며 "후발 업체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생산력 우위를 바탕으로 후발업체들을 옥죄던 모습을 이제 삼성전자에서 찾아보기는 어렵게 됐다. 절대 왕좌의 자리에서 후발 업체들을 길들이던 무림의 제왕의 시기는 지나갔다는 것이 이제 통설로 통한다.
◆덩치 키우기 과다 경쟁
반도체 업계의 덩치 키우기 경쟁이 끝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2~3년간 공격적으로 생산라인을 늘리고 있고 시장에서 도퇴되지 않기 위해 업체간 제휴 또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업체간 덩치 키우기 과다 경쟁은 공급 과잉 사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공급 과잉은 가격 인하로 이어져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현물가격은 올해 들어 77% 급락했다. 시장주력제품인 DDR2 512Mb 64M×8 667MHz 가격은 지난 5일 1.39달러를 기록하는 등 생산 원가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다.
후발 업체들의 덩치 키우기에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도 이에 편승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2년까지 330억 달러를 투자해 8개의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키로 하는 등 후발업체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러한 대응은 아직까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은 기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선두주자로서 공격적인 대응으로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도 가장 앞선 기술,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삼성전자에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거와 같은 파괴력을 보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반도체 선발주자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시장을 선점한 후 후발 업체가 쫓아오면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후발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방법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체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기술경쟁력, 생산력 모든 부문에서 후발업체들은 선발업체에 맞설 맷집을 키운 상태다.
또한 삼성전자의 강점인 기술력도 이제 시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기획한 6F 스퀘어 공정이 수율에서 문제점을 보이며 이제 기술력까지 의심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6F스퀘어 공정도입은 실패작?
삼성전자는 최근 셀의 단위 크기를 기존(8F스퀘어) 대비 25% 줄인 6F스퀘어 공정을 80나노 D램 양산라인에 도입했다. F스퀘어는 셀의 단위 면적 비율로 6F스퀘어는 셀의 크기가 8F스퀘어에 비해 25% 작아져 집적도를 25% 높일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8F스퀘어에서 6F스퀘어가 되면 수치상 25%가 줄어들지만 실제로는 집적도를 10∼20% 늘리는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80나노 도입과 병행한 6F스퀘어 전환이 오히려 삼성 반도체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기술 경쟁력으로 생산력을 높이려던 시도가 독이 돼 삼성전자의 발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D램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6F스퀘어로 전환해 수율에 문제를 겪고 있다"며 "하이닉스 등 후발업체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수율은 대외비라 공개되지 않지만 삼성 자체적으로도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삼성전자의 90나노 8F스퀘어 D램은 성능과 수율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80나노에서도 기존 8F스퀘어를 그대로 유지하면 안정적인 세대교차가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6F 스퀘어 도입은 현재까지는 실패작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새로 도입한 6F스퀘어 생산라인의 수율이 현재로서는 잘 나오지 않아 안정화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 반도체 수뇌부의 공격적 결단이 오히려 해가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반도체 업체간 캐파 증설 경쟁으로 인해 공급물량이 너무 많다"며 "D램산업에서 공급물량을 빨아들일 만한 킬러앱 제품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시련의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시련의 시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