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방향은 ‘저 낮은 곳을 향해서’이다.
‘엔저(低)의 가속화’로 대변되는 ‘엔화의 질주’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배경으로 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와 그에 따른 금리상승이 그 연원이 되고 있다.
미국은 1997년 12월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5.50%였던 연방기금금리(FFR)을 인하하기 시작해 지난 2003년 12월 1.00%까지 낮췄던 금리를, 지난 2004년 6월을 시작으로 2006년 6월까지 무려 열일곱 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5.2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를 축으로 하는 달러 강세 현상이 빚어졌으며, 여기에 유럽과 여타 국가들의 경기 회복세가 이뤄지며 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일본과 세계 주요국간의 금리격차가 국제금융시장의 화두가 됐다.
유로존은 지난 6월 금리인상을 추가해 현재 기준금리가 4.00%를 기록하고 있고, 영국은 5.50%, 호주 6.25%, 뉴질랜드 8.00%, 중국 6.39%, 인도 7.75%, 인도네시아 8.50%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지난 2004년 12월 3.25%까지 낮아졌던 목표 콜금리가 지난 2006년 8월 4.50%로 인상한 뒤 올들어 경기 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과잉유동성 문제로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지난 2001년 12월 무담보 콜금리가 0.00%까지 내려갔다가 고질적인 디플레이션과 부실채권 문제로 제로금리가 유지되다 지난 2006년 7월 0.25%, 2007년 2월 0.50%로 인상됐을 뿐이다.
일본의 경기회복이 올들어 가시화되는 듯하자 금리인상이 거론되고는 있으나 아베 정권의 재신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오는 7월 참의원를 앞두고 금리인상 기대가 약화되는 모습이다.
지난주 15일 열렸던 일본의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동결했으며,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의 상하방 리스크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면서도 엔화 약세를 리스크요인이라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후쿠이 총재는 전날(18일) 최근의 금리상승은 미국의 거시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그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본 요인보다는 미국 요인을 강조, 일본 금리인상 기대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를 계기로 엔화는 더욱더 낮은 곳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22.20선의 전고점을 넘어 123.60선대로 급등했고, 유로/엔은 161엔대까지 조정을 받았다가 165엔선을 훌쩍 뛰어 넘었다. 100엔/원 환율은 75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뉴욕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23.60대로 상승해 4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엔은 165.80대로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0엔/원 환율은 750.87원으로 마감해 지난 1997년 10월 8일 747.94원 이래 9년 8개월여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기사는 19일 오전 8시 18분 유료회원들께 앞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국제금융시장은 엔캐리 지속, 엔/원 하락 압력 이어질 듯
일본의 금리인상 전망이 안개 속으로 접어드는 반면 유럽을 축으로 하는 경제성장과 인플레 압력으로 국제금융시장의 금리상승 압력이나 일본과 금리격차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싼 자금을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는 당분간 지속되면서 ‘엔화의 질주’를 추동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BOJ)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개 외국계 은행 일본지점이 일본에서 저리로 조달해 역외 펀드 투자 및 여타 목적으로 송금한 금액이 21조92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06회계년도 해외 송금 규모는 전년대비 30%나 급증한 것이며 2년 연속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본 내 외국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에 가담하고 있으며, 특히 이같은 움직임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여전하지만, 현재처럼 세계 주가 상승이 지속되는 등 고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금융시장 환경에서 이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흐름을 제어할 ‘브레이크’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국내 주가는 1800선대를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원 환율은 928원대에 묶여 있으며, 달러/엔은 123.60선대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100엔/원은 750원대 하향 테스트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6월 임시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출석해 “과도한 원화절상이 빚어질 경우 단기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보면, 말 그대로 정부의 개입은 ‘단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시장 역시 정부의 개입 경계감을 주시하고 있고 매도를 자제하지만 주가 급등으로 환율은 뜨지 못하고 달러/엔은 상승하니 고스란이 엔/원은 하락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역시 차익실현적 관점이 지배적이어서 쉽게 달러/원 환율을 상승시키는 수급 재료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925~930원선에서 아래위 제한된 공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량도 90억달러를 넘어서던 것이 60억달러대로 줄어드는 등 시장 역시 아직은 매도매수 등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 시장은 하락 여지를 살피되 정체되면서 새로운 재료를 탐색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내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점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