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사흘만에 반등했다.
국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기조가 지속됐지만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시장을 눌렀다.
달러/원 환율이 925원 수준의 연중 최저치에 바짝 접근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매도세는 주춤한 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추가 하락이 제한되는 등 극심한 눈치 장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외환중개회사를 경유하는 은행간 시장에서 현물환 거래량이 50억달러에도 못미치며 연중 두 번째 수준의 최소 거래량을 보였다.
특히 정책당국에서 단기외채 급증 우려, 환투기 주의 환기 등을 촉구한 상황이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들에 대해 단기외화차입을 자제해달라는 ‘창구지도’에 나서는 등 ‘직접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우려가 커졌다.
비록 외환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치들은 아니었지만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등 외환금융 및 감독당국의 행보가 환율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라고 알려지면서 외환시장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청와대 금융점검회의: 금융당국의 ‘해프닝’으로 종결?
그러나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전날 ‘청와대 금융점검회의’는 ‘창구지도 발언’ 이후 특정한 대책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권오규 경제부총리, 윤증현 금감위원장, 이성태 한은총재 등이 참석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가지고 최근 급증한 단기외채 문제와 함께 시중 유동성을 점검했다.
그렇지만 저녁이 다돼서야 비로소 재정경제부를 통해 "현재의 상황이 아직 시장안정과 금융건전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면밀한 관찰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짤막한 보도자료 하나를 내놓았을 뿐이다.
이 보도자료에는 어떠한 견제나 규제 장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대책은 한 줄도 없었으며, 더욱이 지난주 이래 단기 외채증가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했던 금융당국의 모습은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지난 18일 36개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대표를 불러 놓고 단기외화차입을 자제해 달라고 ‘창구지도’를 했고, 향후 말을 듣지 않으면 ‘실사를 벌일 수 있다’고 했었으나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이나 해명도 들어있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조원동 차관보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에 대해 “단기 외채가 너무 급증하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던 발언도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
더욱이 지난 20일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시중은행장들과 함께 한 ‘4월 금융협의회’ 자리에서 “최근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차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환율 및 채권금리에 큰 영향을 주고 유동성 증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던 입장도 철회됐다.
(이 기사는 25일 오전 8시 25분 유료회원들께 송고된 바 있습니다.)
◆ 금융당국의 합동 ‘헛발질’에 유감
이번 단기외채 급증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행보를 보면 이미 ‘헛발질’의 조짐이 보였으며, 이내 ‘해프닝’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사실 지난주 이래 금융당국의 접근 방식을 보면, 외은지점의 단기외화차입 문제를 제도적 차원에서 풀려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주의를 환기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36개 외은 지점 대표를 불러 모아 단기외화차입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며, 이같은 ‘창구지도’를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실사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추가로 외화차입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또는 현재의 늘어난 외화차입 규모를 줄이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정한 지도지침’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또 외은지점의 단기외화차입이 비과세 한도인 6배를 넘어 18배까지 늘린 곳도 있다는 실례를 들기는 했으나, 비과세 한도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외화차입의 급증이라는 ‘겉모습’을 보고 향후 금융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기는 했으나, 일시적인 구두성 발언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났다.
왜냐하면 단기외화자금의 흐름의 원인 진단과 함께 외은지점들의 건전성 감독강화라는 ‘명분’을 실현할 만한 제도적 및 중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외은지점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외은지점장들한테 ‘단기외화차입을 자제해달라’는 주문에 앞서, 현재의 시장여건을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일차적인 수순이 되어야 한다.
또한 당국과 시장이 외화차입 급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시중은행들한테 적용하듯이, 향후 단기성 자금에 대해서는 ‘외화유동성 비율’을, 중장기 자금에 대해서는 ‘중장기 재원조달 비율’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검토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로 가야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은 지난주와 달리 ‘직접적인 규제 도입’으로 나가는 것을 꺼렸으며, ‘실사 가능성’등에 대해서도 발언의 수위를 낮췄고, 그야말로 '언론이 앞서간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행태도 보였다.
그러하다 여지껏 ‘단기외채 급증에 우려한다’던 입장은 어느새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로 둔갑해 버렸다.
그렇다면 사전에 어떠한 준비도 없이 시장에 ‘우려한다’는 발언을 던진 이유가 무엇이며, 그로 인해 벌어졌던 시장의 혼란상과 그에 따른 비용은 어떻게 수습될지 의구심만 무성하게 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허술하게 접근했다는 게 드러났고 금융점검회의가 ‘해프닝’으로 종결됨에 따라 그에 따른 '신뢰 상실‘ 역시 당국의 몫으로 남게 됐다.
금융당국이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고 글로벌 달러가 미국의 주택 등 경제지표 악화로 약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원 환율도 다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927.00원을 중심으로 924.90~929.10원 수준에서 등락이 예상되며, 여전히 주식시장의 여건과 더불어 월말 네고 출회 여부가 관건인 가운데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뉴스핌 외환시장 컨센서스
다음은 국내외 금융권 소속 외환딜러 및 이코노미스트들의 외환시장 전망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회사별 가나다 ABC순).
▷ 국민은행 김태완 과장
: 외환당국과 관련된 뉴스가 많아 숏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청와대 회의가 있다는 것 자체가 환율 개입 의지와 연관이 안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쉽게 규제에 나설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락 압력이 강해 당국의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930원 위는 어려울 것 같다.
▷ 기업은행 김성순 과장
: 달러/원 환율은 연중 최저치인 925원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또 외국인들의 매수우위가 지속되면서 상승이 버겁지만, 차츰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최근 환율을 하락시킨 주요요인들이 일부 조정과정에 들어갈 즈음이 아닌가 한다. 뉴욕주가가 조정을 받게 되면 최근 급등했던 국내 주가도 조정을 받고 외국인 순매수도 줄면서 환율이 반등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역외도 일방적인 매도에서 벗어나 매수와 매도를 병행하고 있다. 많이 오르기는 힘들겠지만 반등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관건은 역시 역내 물량 출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식 관련이나 업체 월말 네고가 출회되는 정도에 따라 반등 여지가 달라질 수 있다.
▷ 산업은행 이윤진 과장
: 920원~930원 박스권이 유지되고 있다. 당국에서 외환시장 규제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를 요인도 별로 없다. 때문에 연저점 테스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역내 세력만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시장이 무거워져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다. 롱스탑이 반복되다 포지션이 쏠리면 무거워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