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다시 930원 밑으로 떨어졌다.
시장 주변 여건이 하락 우위로 점철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만으로 매도압력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한미 정부간 FTA 협상 타결 이후 한국의 수출 증대 및 경쟁력 제고 기회가 커지게 됐고 이런 가운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태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1,500선대를 상향 돌파하는 등 주가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한미 FTA 타결 직후인 지난 3일 이후 내리 11일째 주식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른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를 위한 달러 매도 또는 공급 상태가 지속되면서 환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또한 4-5월께 국가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미국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로 정부 파견단을 보내 이번에야말로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등 관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국가신용등급 상향 ‘임박설’까지 나돌면서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을 삼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역내외 매도세가 합세되며 달러/원 환율의 930원 하향을 공감하고 있다.
또한 4월 들어서도 수출은 주요 주력제품 등을 중심으로 20% 가량 호조세를 지속하는 등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여전하다.
반면 4월 이후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대부분 해소되면서 수급간 불균형이 새삼스레 진행되고 있다. 계절적인 수요가 일단락되면서 이전처럼 공급우위 시장 상황으로 복귀, 달러/원 환율의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동결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글로벌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엔의 경우 일본의 회계연도 결산이 3월말 끝나고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아 4월 이후 해외투자가 본격화됨에 따라 엔캐리가 지속되며 엔약세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엔화를 제외하고 유로나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태국 바트를 위시해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시아 통화들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도 연초 계절적인 배당금 수요가 일단락되면서 내림세를 보이면서 930원을 밑돌게 되자 연중최저치 수준에 근접하고 전년말대비 절상세로 거의 돌아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개입은 속도조절 차원에 그칠 것이고 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시장을 비롯한 외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당국이 무리했다가는 통화증발과 통안채 이자 부담, 재정 부담, 산업계의 기술혁신 및 구조조정 지연 등 부작용만 커지고 막상 환율도 추세대로 하락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간의 경험이자 학습효과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여전히 경제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경제주체들한테 대응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의 속도조절용 개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930원을 중심으로 실랑이를 벌일 수 있지만 결국 920원대에서 점진적인 하향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930원대 회복 여부가 관심인 가운데 929.60원을 중심으로 928.30~930.30원 수준에서 1차 거래선이 잡히고, 이를 넘을 경우 927.70~931.50선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기조가 지속되고 월말로 접어들면서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세가 강화될 것이므로 수급 불균형 국면이 중요하되, 당국의 개입 여지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18일 오전 8시 45분 유료회원들께 송고된 바 있습니다)
◆ 뉴스핌 외환시장 컨센서스
다음은 국내외 금융권 소속 외환딜러 및 이코노미스트들의 외환시장 전망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회사별 가나다 ABC순).
▷ 대구은행 노광식 과장
: 여전히 하락 압력이 커 보인다. 전자, 기계 등 주말까지 네고 대기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적으로 하락 쪽으로 방향은 잡은 것 같고 최근의 상승은 속도조절 성격이 강한 것 같다. 달러/엔 환율은 급등 후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고 국내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당국의 개입이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추가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 부산은행 최근환 차장
: 최근 며칠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에서 1조 8천억원(20억달러 상당)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 물론 환율은 덩달아 밀렸다. 주가지수 1500 시대를 맞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 패턴이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시 급등세를 계기로 차익실현 및 배당금 역송금 수요 규모에 따라서는 환율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의 의중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40% 남짓이나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며, 외환시장에서도 이들의 입김은 앞으로도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 ABN암로 김인근 지배인
: 크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고 전날과 비슷한 928~930원 흐름을 보일 것 같다. 최근 일중 변동폭이 2~3원에 그치면서 어차피 930원 레벨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달러/엔 환율과 같은 비율로 움직이고 있지도 않다. 어느 한쪽 방향성을 예견하는 게 별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만 배당금 재투자라는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계속 이어진다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HSBC 이주호 상무
: 달러/원 환율은 920원 수준에서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의 숏플레이와 개입 학습효과로 930원 지지인식이 강했으나 막판 주식 자금 등 매물로 다시 930원 이하로 급락했다. 925원의 연중최저치를 공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국가신용등급이 곧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어 하락이 자연스럽다. 원화 강세와 더불어 코스피지수 또한 작년보다는 올해 저평가 상황에서 벗어나 좀더 뻗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
: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네고물량 출회도 많아 하락압력이 강하다. 그러나 하단에서는 결제수요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개입 경계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전날과 비슷한 920원대 후반, 930원대 초반 흐름을 예상한다. 해외 지표발표가 많지만 달러/원 환율에는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 KB선물 이탁구 이코노미스트
: 달러/원 환율은 920원대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통화들이 작년말 대비 대체로 절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주가 강세도 동반되고 있다. 태국의 바트화 절상률이 8%에 달하는 가운데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폴, 위안화 등이 모두 절상추세다. 한국은 3-4월 배당금 수요로 절하를 이뤘으나 최근 환율 하락으로 다시 절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로나 파운드, 호주달러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이 미국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경기가 좋거나 금리인상 여지가 큰 유럽과 아시아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따라 통화절상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원 환율은 일단 전저점인 928원을 1차 타겟으로 삼고, 차츰 연중 최저치인 925원선으로 하향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국의 개입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하락 속도가 문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