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 따른 뒷맛은 전혀 개운치를 않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총재와 부총재로 이루어진 지휘부의 의견이 분할된 것이 눈길을 끌며, 금리인상의 논리가 전혀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이다.
더구나 지속적인 금리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하는데도 실패한 것 같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에 영향을 주지도 못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통상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은 자국 통화강세와 주식시장의 조정 그리고 채권금리의 상승을 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BOJ의 금리인상 직후 보여준 금융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미 정책결정 이전에 그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듣기는 했지만, 사실상 금융시장의 반응은 ‘그래 가지고 뭐 해보겠어?’라며 얕잡아보는 듯 하다.
(이 기사는 22일 14시 58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집행부의 혼선과 금리인상 논거 빈약
먼저 이와타 가즈마사 부총재의 금리인상 반대가 지니는 의미는 각별하다. 9인으로 구성된 일본은행 정책위원회의 집행부 혹은 선임위원회 역할을 하는 총재와 부총재 3인 위원회의 이견발생은 1998년 신 일본은행법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며, 1월 회의에서처럼 정책심의위원 3명의 반대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후쿠이 총재는 8대 1 다수결 금리인상 결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 이전에 나는 집행위원회에서의 의견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시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타 부총재가 반대한 이유는 물가전망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와타 부총재는 지난 해 3월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할 당시에도 명시적인 물가목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는 인물이고, 정부 측의 의견을 수용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혀왔다.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가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의견에도 그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정책컨센서스의 도출을 중시하는 중앙은행의 문화에 비추어 볼 때 이번과 같은 의견분열 사태는 향후 정책운용 방식의 구체적인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BOJ가 영란은행(BOE)와 같은 의사결정 방식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연준이 아니라 BOE와 같은 의결방식은 후쿠이 총재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며, 부총재의 지위는 일반 정책심의위원 수준으로 내려가게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의 변화가 단순한 절차나 지위상의 변화 뿐 아니라 일본은행 정책결정단위의 정책결정 배경의 혼선과 관련된다는 데 있다.
1월에는 3명의 위원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쿠이 총재를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이 경제 물가전망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의 통일 불가능해보이는 이견이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정책결정의 논리나 그 투명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월 회의 때와는 달리 이번 2월 회의 전에는 누구도 시장에 이렇다 하게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없다. 후쿠이 총재는 오히려 시장의 투기적인 관측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 것이며 그것이 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내놓은 경기 및 물가판단만 해도 문제가 있는 것이, 단기적인 물가전망을 유가변화에 종속된다는 식으로 다소 무책임하게 내놓았다. 물가는 추세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유가의 변동성 때문에 추세를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는 식으로 말이다.
목요일 중의원에 참석한 후쿠이 총재는 “국제유가 하락 때문에 단기적으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금리인상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는 4/4분기 GDP 결과 밖에 없는데, 이는 정책결정이 ‘포워드룩킹(forward looking)’한 것이 아니라 ‘백워드 룩킹(backward looking)’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빈약한 근거와 집행부의 내부 의견 분열은 그래서 앞으로 정책운용을 불신하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 불확실성: 언제쯤 다시 금리인상 논의 가능할까
금융시장은 이번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이 너무 힘들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당분간 추가 금리인상을 추진할 힘은 거의 소진되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후쿠이 총재 역시 이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금융시장은 7월 선거가 끝나는 8월 정도는 되어야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그러나 1월부터 3월 사이 근원CPI가 제로 내지 마이너스 추세를 기록하게 된다면, BOJ가 4월에 제출하는 반기 경제 및 물가전망 보고서에서는 중기 물가전망을 지난 번 보다 하향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이 보고서가 제출되는 달에 발표되는 3월 근원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면 BOJ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결국 BOJ의 금리인상 시도가 지속되려면 국제유가가 대폭 상승하여 하락하는 물가에 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라 이 같은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물가가 추세적인 상승기조를 드러내는 하반기 이후에야 BOJ는 다시 본격적인 금리인상 시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후쿠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 결정이 독일 에센에서 열린 G7 회담과 무관하며,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도 정책의 신뢰성을 손상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 금리인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것은 G7에서 형성된 비판을 피해가야 한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후쿠이 총재나 오미 코우지 재무상이 G7에서 유럽 등 여타 선진국 정책 당국자들의 양해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성장전망에 대한 확신과 금리정상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유로존 그리고 미국과의 커다란 금리격차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당분간 캐리 트레이드가 더욱 성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험한 캐리 포지션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으려면 후쿠이 총재가 향후 금리인상 전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오히려 더욱 부담스러운 입장이 됐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이번 BOJ 금리인상을 바라보는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임기 만료가 얼마남지 않은 후쿠이 총재가 앞으로 시장과 얼마나 잘 대화해 나갈 지, 내년까지 금리정상화 행보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