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차입한 외화자금을 국고채 등 국내 안전자산에 투자해 무위험 수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들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외환거래량 등 외환시장 통계를 보다 신속하고 상세하게 공표해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은행 외화차입 증가의 배경과 위험요인’이라는 경제현안 분석 보고서에서 “은행권을 통한 외화자금 유입을 의미하는 예금은행의 차입이 지난해 44억3,000만달러에서 올 1~10월중 399억1,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장기차입은 11억5,000만달러에 그친 반면 단기차입은 387억6,000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예금은행의 대외 대출은 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출(약 120억달러)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 흑자규모는 올 1~10월중 1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KDI는 “올 10월까지의 예금은행 단기차입(388억달러) 규모는 과거 은행의 단기차입이 급증했던 1994~1996년간 211억달러의 1.8배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이러한 증가세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욱 급격히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이 같은 은행권의 외화차입 증가 이유에 대해 △선물환거래 증가에 따른 외화포지션 조정 △선물환율 하락에 따른 재정거래 차익 추구 △국내외 금리격차에 의한 외화대출 수요 충족 등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선물환거래 증가에 따른 외화포지션 조정은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변동위험 헤지를 위해 선물환 매도를 급속히 증가시킨 데 따른 것이다. 선물환을 대규모로 매입해 환위험을 인수하게 된 은행들은 이를 헤지하기 위해 외화차입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더해 KDI가 추가로 주목한 부분은 이처럼 선물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외화자금을 조달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운용함으로써 무위험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재정거래 차익 기회가 올 2/4분기 이후 상당 기간 제공됐다는 것.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을 중심으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외화차입이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선물환율-현물환율)/현물환율 값인 스왑 레이트(swap rate)는 해당 통화간 금리차와 동일한 수준에서 형성돼야 하지만 선물환의 초과공급이 발생하면서 상당 기간 무위험 수익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예를 들어 국내 CD금리가 4.36%, 미 달러화 리보금리가 5.23%인데 달러/원 환율은 945.6원, 선물환율은 942.6원인 경우(올 5월 30일, 3개월물 기준), 미 달러화 자금을 1달러 차입해 현물환 시장에서 945.6원에 환전할 수 있는데 NDF(3개월물) 계약을 체결했다면 3개월 후 942.6원만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이TDj 3.0원의 이득이 발생한다. 스왑레이트는 연율로 1.27%((3.0/945.6)*4)가 된다.
이 때 현물환시장에서 환전한 원화자금을 3개월 동안 CD매입으로 운용할 경우 미 달러화 차입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 대내외 금리차 0.87%(=5.23%-4.36%)만큼 손실을 보게 되지만 전체 거래에서는 연율 0.4%(=1.27%-0.87%)의 무위험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 쉽게 얘기하면 은행들이 투자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외화자금을 들여와 국고채에 투자한 뒤 다시 달러로 바꾸는 행동만으로도 0.4%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원래는 이 같은 시장참가자들의 재정차익 실현을 위한 거래는 환율조정 등을 통해 괴리가 즉각 해소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이 완전히 효율적이지 않아 상당 기간 유지되기도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현욱 연구위원은 “수출기업들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이 외화차입을 통해 환위험을 헤지한 것은 이러한 거래를 통해 재정거래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들이 재정거래 차익을 목표로 외화차입을 확대하고 이에 따른 환위험을 헤지하는 과정에서 수출기업들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 수요에 부응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재정거래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외화차입은 주로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외은지점의 외화차입금은 본지점간 외화차입을 중심으로 올 1~9월중 22조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이 자금을 국고채 매입 등 국내 안전자산에 투자해 운용함으로써 재정거래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외화 본지점 차입이 19조3,000억원에서 28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외화콜머니 차입도 9~10조원 규모로 증가한 것. 이는 외은지점의 국채투자 잔액이 2005년말 12조1,000억원에서 올 9월말 21조원으로 9조원 증가한 데서도 유추 가능하다는 설명. 이에 따라 은행권 전체의 국채투자 잔액 중에서 외은지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의 21.3%에서 올 9월말 31.2%로 크게 증가했다. 통화안정증권, 중소기업금융채권 등의 잔액도 6조3,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끝으로 국내외 금리격차에 의한 외화대출 수요 충족을 위해서도 은행들은 해외에서 단기 차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 9월말 현재 국내 일반은행의 외화차입금 잔액은 3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28조7,000억원보다 7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와 함께 외화대출금 잔액도 35조원으로 지난해 말 24조6,000억원 대비 10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주로 엔화대출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재원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단기외채 급증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외화유동성 위험은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선물환 헤지의 경우 만기가 되면 자동적으로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개별 경제주체들의 환위험이 급격히 높아진 것도 아니라는 설명.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외화유동성 관련 지표들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환율변동위험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은행이 차입한 외화자금을 기초로 대출을 급격히 증가시킬 경우 은행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외환거래량 등 외환시장 통계를 보다 신속하고 상세하게 공표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외환관리 당국과 금융감독 당국간의 정보교류 및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