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 임상년수가 길어지면서 우리 생활 주변에는 도사(?)라 자칭하는 돌팔이들이 너무도 많이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 한의학 치료가 사회 저변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서양의학자들에게 정통한의학까지도 부정하게 하는 독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언론보도를 통해 그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무슨무슨 사혈요법도 그중 하나이다.
사혈요법이라는 것은 원래 한방치료에서 중요한 치료도구의 하나인 부항요법을 응용 발전시킨 치료법이다. 부항(附缸)이란 ‘항아리(缸)를 붙여(附) 치료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전통시대에는 작은 항아리를 만들어서 아픈 자리에 붙여서 치료하였으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매끈한 유리컵처럼 생긴 기구로 공기를 빨아들여 치료한다.
이것으로 피를 뽑아 내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멍들게 하여 진통효과와 국소의 혈액순환 촉진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원래 한의학 이론에 의하면 만병의 근원 가운데서 ‘어혈(瘀血)’이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건강한 인체란 기혈(氣血)이 제대로 통해야만 이루어진다.
만약 인체에 심각한 외부적 충격이 가해지거나, 체열이 지나치게 낮아진 지점에는 정상적이 혈액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한채 모세혈관에서 빠져나와 정체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혈액의 찌꺼기들이 뭉쳐져 있게 된다.
이런 어혈덩어리는 혈액순환에 장애를 미치는 일종의 혈관쓰레기로 남아서 그 부위에 심각한 통증을 야기한다. 청말의 명의였던 왕청임(王淸任)이라는 의가(醫家)는 “어혈이야말로 곧 모든 병의 근원” 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사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근육순환에 있어서 어혈이 통증을 유발시키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예컨대 발목을 삐어서 그 부위가 부었다든지, 어깨 근육주위가 심하게 땡기고 뭉치는 경우, 그리고 묵직한 허리 통증 등에는 어혈을 제거하는 부항요법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또한 만성화된 저림증상이나 뻐근한 통증도 의사의 진단을 거쳐 부항으로 어혈을 제거하거나, 어혈이 풀리는 한약을 투여하면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들이 확대해석되어, 모든 만성병을 부항으로 고칠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동네 주변 목욕탕만 가도 등에 시커멓게 자국을 내면서 부항을 붙여주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
어떤 이들은 고혈압, 당뇨병으로부터 갑상선질환, 심지어는 암까지도 피만 빼면 모두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개월에서 수년간 심한 허증 환자들에게 불법 부항진료를 하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여기에 현혹되어 빈혈에 이르는 경우를 필자는 심심치 않게 보아 왔다. 심지어 이들은 체험관을 버젓이 만들고, 책도 팔고, 빈혈이 된 사람들에겐 고가(高價)의 엉터리 보약을 불법으로 조제해서 팔기도 한다.
속지 말아야 한다. 피만 빼면 모든 난치병이 낫는다면 세상에 의학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전문가가 왜 필요하겠는가? 한의학적으로 볼때 부항술은 어혈의 적체가 심한 경우에만 한의사의 지도하에 일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또한 부항을 부착하는 부위도 정확하게, 그 정도와 빈도도 적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돌팔이들 때문에 정통한의학까지도 서양의사들에 의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서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