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 및 버냉키 연준의장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Economist) 최신호는 폴슨 등이 중국이 아니라 '중'동에 갔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세계석유 공급의 2/3를 차지하는 중동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은 막대한 석유달러로 해외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중인데, 사실 이 문제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사실 중국이 올해 2,000억달러 경상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석유생산국들은 무려 5,000억달러 경상흑자를 남길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 절반 이상이 중동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이 같은 경상흑자 규모는 더욱 커보인다.
특히 중동은 2002년에 불과 300억달러에 불과한 흑자규모가 올해 2,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중국의 흑자 증가폭 1,600억달러에 비해 훨씬 급격한 변화를 기록하는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등의 평균 경상흑자는 GDP의 30% 수준으로, 중국의 8%수치를 무색하게 한다. 이 같은 흑자는 국제자본흐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질서정연한 불균형 조정노력을 잠식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까지 5년 동안 석유수출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누적 1.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국의 7,000억달러 흑자예상을 압도한다. 과거의 경우 유가상승에 따른 경상흑자 누적기간이 짧았던 반면에 이번 경우는 상당히 오랫동안 그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최근 배럴당 60달러 전후로 후퇴한 국제유가는 여전히 내년 내후년까지 배럴당 60달러 중반을 웃도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990년대 유가에 비해 3배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석유수출국가들이 과거와는 달리 석유수입을 수입에 소모하지 않고 저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가가 안정을 찾고 수입이 다시 급격히 증가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석유달러의 팽창이 중요한 두 가지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지적한다.
먼저 이 자본은 국제금융시장이 유동성을 크게 확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동의 석유달러는 중국의 자본과는 달리 외환보유액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대규모 비밀투자계정에 쌓여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또한 중국이 미국계 증권사나 중개업체를 통해 재무증권을 매수하는데 반해 중동은 주로 런던의 중개업체를 통해 채권을 매수한다. 석유달러는 이 뿐 아니라 주식자금이나 헤지펀드, 사모펀드 그리고 부동산 등으로도 크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대 중동 석유달러가 서구은행에 환류되어 신흥시장으로 지나친 대출로 이어지면서 남미의 채무상환불이행 사태를 유발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석유달러의 환류가 이처럼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중요한 결과로는 중동국가들도 중국처럼 글로벌 불균형 조정에 방해가 되고 있는 세력이 되어있다는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은 점차 환율 유연화로 이행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등 거의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은 계속 달러페그제를 고수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통화는 대단히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가가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기 때문에, 유가가 급등하였는데도 달러페그제 때문에 중동통화의 실질실효환율은 하락하는 변태적인 양상이 전개된다. 이는 지역경제의 물가압력을 상승시키고 자산가치를 부양하며 내수경제의 신용거품을 창출한다.
또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에 연동되었다는 것은 수입수요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고, 이에 따라 글로벌 경상적자 불균형의 조정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등 석유수출국들이 수입과 재정지출 수준을 크게 늘려야만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불균형의 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더구나 중동이 달러화에 대해 보이는 태도 역시 불안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만해도 유동성이 크고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제약을 받지만, 중동의 정부투자펀드는 거의 민간투자기관이나 마찬가지 수준의 리스크/투자수익 구조를 가지며 달러화가 계속 하락한다 싶으면 과감하게 다변화 움직임을 나타낼 가능성이 중국보다 훨씬 큰 편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밀어주면서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한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폴슨 재무장관이 진정으로 미국경제의 번영을 위한다면 중국 방문은 짧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동을 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