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엿새 연속 하락하며 910원대로 급락했다.
6일 동안 14.40원이 떨어졌는데 오늘 하루에만 무려 7.9원0이 빠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외환당국의 개입은 보이지 않았다.
당국의 920원 방어 의지가 없는 것이 확인되자 실망 매물에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까지 蔥蠻?급락세가 연출됐다.
시장은 이제 개입다운 개입이 900원대 초반에서 나올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는 당국을 빼고는 이렇다 할 매수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이 910원까지 추가하락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910원 근처에서는 속도조절용 개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90원 하락한 916.40원으로 마감했다. 달러/원 선물 12월물은 916.40으로 전날보다 7.50원 떨어졌다.
이날 환율 종가는 지난 1997년 10월 22일 기록한 915.10원 이래 9년 1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틀째 종가가 저가여서 캔들 분석상 급락세를 상징하는 '장대 음봉'이 나타냈다. 전날대비 하락폭도 지난 6월 30일 11.70원 이후 최대였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전날 달러/엔 환율이 115엔 아래로 무너진 데다 역외 NDF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920원 아래에서 마감되자 전날 대비 3.80원 급락한 920.50원에서 출발했다.
이후 919.70원까지 떨어졌지만 저가 결제 및 한은의 구두개입 이후 개입 경계감에 기댄 매수세로 922.00원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후 1시경 920원대 횡보 움직임을 멈추고 하락 흐름을 타기 시작해 1시 30분쯤에는 920원이 재차 무너졌다. 기대했던 당국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고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까지 가세했다.
오후 2시 20분에는 재경부 고위관계자의 구두개입이 있었지만 ‘실탄개입’이 아닌, 그야말로 구두개입으로만 확인되면서 오히려 낙폭을 키웠다.
지난 달 930원대에서 40억달러 안팎의 실탄을 소비했던 당국이 920원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당국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과 자조감이 뒤섞이면서 패닉(panic)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시장은 당국의 개입다운 개입이 어느 시점에서 나타날 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단은 910원이 무너지면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거나 믿는(?) 이들이 아직은 많은 것 같다.
달러/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920원 방어는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114.60엔까지 밀렸고 추가 하락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뉴스핌이 이날 오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출 대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서 상 환율을 900원~925원 사이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10원을 적용한 업체의 경우 920원도 매도하기 좋은 가격대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910원이 무너지면 업체들도 달러 매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당국도 개입 명분이 얻으면서 제대로 된 개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의지와 중공업체들을 필두로 한 수출기업들의 물량 싸움 결과가 어떤 결말로 귀결될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달러 매수를 하려 들면 너무 잘 주지만 팔려면 비드가 없다”며 “합리적 사고에 의한 매매가 아니라 패닉성 분위기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주도세력이 나타나기보다 서로 시장 분위기를 잘 따라가려는 추종 매매를 하게 된다”며 “당국과 수출업체간 어느 쪽 힘이 더 세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당국의 입장도 920원 지지는 별로 의미가 없고 900선 방어가 절실하지 않겠느냐”면서 “910원 아래에서 본격적 개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선물사 한 관계자는 “달러/엔 환율이 114엔선 초까지 빠지면 당국도 개입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910원 정도에서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정부가 개입에 나설 수 있겠지만 아직 바닥을 본 게 아니다"며 "글로벌 달러를 봐야겠지만 추가 하락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러/엔도 빠지고 해서 일단 기존 포지션에 대해 차익실현을 하더라도 숏캐리나 신규 숏전략이 유효하다"며 "매수전략보다는 여하튼 매도전략, 보수적으로는 셀 앤 바이와 반등시 매도 전략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통화당국의 개입은 당국 내부나 국회나 해외의 견제를 받아 과거와 달리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많은 듯하다"며 "IMF 이후 고환율 정책을 고집한 것이 국내 유동성 급증이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 부작용을 낳고 당국 스스로도 과거방식에서 변화하지 못해 정책면에서 운신폭을 좁힌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출 호조에서 보듯이 원화 강세는 IMF 이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일정 반영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최근 몇 년간 하락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환율도 이제 IMF 이전의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경제주체나 당국도 뒤늦게나마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