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를 두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는 최신호 기사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사실 미국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연준(Federal Reserve)은 다섯달 전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 반면 유럽경제는 예상외의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달 7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은행(BO) 역시 금리인상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달러화 약세는 필연적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부시행정부가 제출한 경제전망 보고서가 올해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하향조정한 것은 물론, 이번 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제출한 반기경제전망보고서에서도 경기둔화 전망이 재확인됐다.
특히 주택경기가 미국경제를 내년에 침체로 빠드릴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며, 비록 소수견해지만 금융시장은 이 소수견해를 상당히 수용하고 있는 중이다.
버냉키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불편할 정도로 높다고 경고했지만, 사실 이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데고 불구하고'란 문구를 더하고 보면 균형이 잡힐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이다. 결국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기 보다는 생각보다 빠른 금리인하를 기대하지 말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 미국경제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가 더욱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유로/달러가 이전 최고치인 1.3660달러 선을 돌파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연준의장은 연착륙 가능성이 충분하고 따라서 달러화 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지만, 경제가 생각보다 더욱 약화된다면 이런 기대도 무산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경기순환 면에서의 달러강세 지지요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구조적인 면에서의 달러강세 요인은 환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과 미국의 구조적인 경제력 격차는 생각하는 것보다는 크지 않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 동안 '강한 달러'는 미국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하고 또한 가장 투자매력이 높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었으나, 실제 지표상으로 보자면 이런 인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한다.
먼저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유럽보다 높지만, 이는 미국의 인구가 유럽에 비해 빠르게 증가한 것이 중요한 원인들 중 하나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문제를 좀 더 파고 들자면, 환율결정 요인 중 중요한 근거가 되는 노동생산성 향상 추세 또한 미국이 압도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올바른 비교기준으로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자면 사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의 노동생산성 향상률은 거의 동일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최근 미국의 생산성이 둔화되는 반면 유럽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중적인 인식과는 달리 미국경제는 유럽경제를 크게 압도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미국은 이런 주도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막대한 '스테로이드' 주사에 의존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한다.
미국은 지난 2000년 이래 재정적자 확대양상 속에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전환, 방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형성했지만, 유럽은 이 기간 재정부양책을 별로 쓰지도 않았고 저축률로 별로 낮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경제는 주로 소비경제에 의존해왔는데 이런 소비경제부양한 것은 주택경기 호황이었고, 이제는 주택경기가 하강하면서 경제를 침체의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자칫하면 장기 불황사태가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생산과 고용시장이 경직되어 있다고 지적되어 왔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는 중이다. 유럽은 아직도 개선할 것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지속할 경우 유럽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주장된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투자자들이 달러보다는 유로화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정당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결론내리고 있다.
◆ 글로벌 불균형 조정에서 발생하는 쟁점
물론 달러화 가치가 지지될 수 있는 요인들도 존재한다. 신흥시장 경제가 워낙 많은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 신흥시장은 자국통화의 가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여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화 보유액을 계속 늘리는 것은 결국 막대한 손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더이상 달러보유액을 늘리지 않겠다는 정책적인 움직임이 엿보이는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모두 달러화 약세가 얼나마 갈 것인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달러화가 아직은 그렇게 약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실질 교역가중치를 감안한 달러화지수는 여전히 30년 평균치에 근접하는 수준이며, 미국의 막대한 대외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직 상당 폭 더 절하될 필요가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달러화 약세가 세계경제에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예상도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세계경제는 달러화의 점진적인 약세추세로 부터 얻을 것이 더 많으며, 특히 막대한 글로벌 불균형이 조정되고 미국경제의 생산이 교역재 쪽으로 이동하면서 주택경기 조정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달러약세는 유럽과 아시아의 수출업체에 타격이 될 것이지만,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내수를 부양한다면 세계경제로서는 더욱 바람직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들은 지적했다. 유럽과 아시아가 현재와 같은 확장기조를 유지한다면 미국경제의 둔화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황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점진적인 달러 약세가 아닌 달러화 급락사태는 또다른 얘기라는 점은 인정된다.
이럴 경우 세계금융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대폭 상승하고 버블이 끼어있는 부문에서는 심각한 동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달러급락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 연준이 주택경기 급강하로 인한 경기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신속하게 인하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달러화의 약세를 점진적으로 진행해 나가지 않고 미루다가 갑작스러운 급락사태를 유발한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더욱 뼈저린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