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을 앞두고 당분간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연준이 실은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긴 긴축사이클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먼저 최근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1995년의 재판'이 될 것이라며 비교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당시 이례적으로 매우 낮은 저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된 이후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되었고, 이후 5개월간의 금리동결 이후 금리인하가 단행되는 등 현재 추세와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 관측전문가(Fed Watcher)이기도 한 WSJ의 그레그 입(Greg Ip) 기자는 이 기사를 통해 이번 경우는 1995년의 재판이 아니며 그 때보다 오래 긴축사이클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차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 의장이 3주 전에 공식석상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이상 상승하지 않는지 혹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면밀하게 주시해야만 한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버냉키는 '근원 인플레'가 아니라 '인플레'를 언급했으며, 이는 연준이 단순히 근원물가 압력의 상승중단 내지 완화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레그 입은 전임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의 경우 버냉키처럼 분명한 방식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1987년 그가 의장으로 취임할 당시 근원물가상승률은 4%로 물가안정 범위를 확실히 이탈한 상태였지만, 단 한번도 물가안정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적이 없다.
특히 1994년~95년 기간에 열린 FOMC에서도 그린스펀은 물가압력에 대해 거의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애틀란타 연준총재가 "대체 어느 수준까지가 인내선인가"라며 답답해하는 발언을 제출했을 정도라고.
이 같은 그린스펀의 태도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경기가 취약해질 경우 물가수준이 장기적인 안정목표 수준을 상회하더라도 금리를 인하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레그 입은 주장했다. 이 같은 그의 접근방식은 "편의주의적 디스인플레이션(opportunistic disinflation)"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린스펀은 결국 근원물가 상승률이 1%~1.5% 수준까지 하락한 2003년 중반에서야 물가안정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평가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무려 2.9%까지 상승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 상승률은 이보다는 다소 낮기는 해도 연준의 안정목표 범위 상단을 넘어서고 있는 중.
그레그 입은 지금과 같이 물가안정에서 벗어난 상황에서는 연준이 다시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지만, 버냉키 연준의장은 당장은 일자리를 희생하면서까지 안정복원에 나설 의도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버냉키의 중심예측(central forecast)은 에너지 물가가 후퇴함에 따라 근원물가에 미치는 압력 또한 줄어들 것이어서 2008년까지 2%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쪽인데, 연준은 거기다가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 또한 이같은 결과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중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5%를 밑돌 것이란 예상에 대해 연준이 내심 기뻐한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
지난 주 자넷 옐렌(Janet Yellen)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경제가 추세선 이하의 성장기로 접어든 것 같다"며, 이는 "느린 속도로 기초 인플레이션 압력을 역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는 편의주의적 디스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의도적인 디스인플레이션(deliberate disinflation)'이라고 해야 맞을 듯 하다고 그레그 입은 지적했다.
여기서급격한 경기둔화 추세나 경기침체 가능성의 대두를 통해서만 연준은 우려의 중심을 물가에서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는 1995년보다는 2000년의 경험과 유비하는 것이 올바르다. 2000년에도 미국경제는 강력한 투자(지금처럼 주택이 아닌 설비투자)와 자산가격 상승(부동산이 아닌 주식)이 경기를 부양하고 있었다.
2000년에는 5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연준이 그 이후 7개월 동안 '추가금리인상 성향(bias)'을 유지한 바 있는데, 당시 민간에서는 물가우려 보다는 경기둔화 우려가 점차 강화되는 여건에 있었다.
당시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너무 빠르게 변화시킬 경우 다시 한번 증시 거품이 양산될 것을 염려했다. 지금 연준은 주택시장이 나스닥과는 다르다고 보지만, 그 조정 전망 및 영향에 대해서는 오픈마인드 상태다. 실제로 최근 연준이 금리를 두 차례 동결한 것은 주택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며, 이는 과거와는 구별되는 특징이다.
채권금리가 과거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조건이다. 현재 재무증권 수익률에서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 기대치를 빼면 1.7% 수준으로 2000년9월의 2.8%나 1995년 5월의 3.4%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도널드 콘(Donald Kohn) 연준리 부의장은 "금융시장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레그 입은 연준이 아직 장기금리의 하향안정 배경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장기적인 성장 및 투자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같은 완만한 금리수준으로는 통화정책이 특별히 긴축적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없으며, 따라서 당장은 금리인하 요구가 절박하지 않은 배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