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006년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재미있는 부록을 내놨다.다음 아닌 고정환율제도가 좋으냐, 아니면 변동환율제도가 좋으냐 하는 논의를 정리한 간단한 내용이다. 얼핏 지나갈 수 있는 이 부록은 사실 중요한 함의가 담겨있다.결론만 보자면, 이 보고서는 멕시코와 브라질, 한국 그리고 중국에 대한 보고서이자, 결론적으로는 이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둔 중국에 대한 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또한 이 보고서는 이들 신흥경제가 유연한 환율제도를 도입할 경우, 통화정책은 새로운 준거지점, 즉 '중앙은행의 독립성'와 '물가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 기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은행 등에 대한 건전한 규제 조치가 부가되고 있다.미국 재무부는 지난 해에 이어 이번에도 의회와 업계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이 때문에 지난 해 11월 반기 보고서에서는 미국 무역법에 근거한 "환율조작국" 분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연구보고서를 부록으로 싣기도 했다.그런데 이번 10일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서는 재무부는 부록1에서 지난 해 제출한 세 가지 분석도구를 이용해 상황을 재검토한 결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그리고 부록 2에 뜽금없이 고정환율이냐 변동환율이냐 하는 논쟁을 정리한 4쪽 분량의 보고서를 실었다.아래는 중국을 중심에 놓고 대형 신흥시장 경제가 왜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주장과, 이를 위해 IMF가 감시활동에서 몇 가지 원칙과 기준을 세우라는 제안이 담긴 이 부록2의 기본 내용이다.◆ 고정/변동환율 각각 장단점 존재, 뚜렷한 결론 아직 없어먼저 '부록2' 보고서는 일반화할 수 있는 최적 환율제도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이 장기간 이어져 온 것이며, 금본위제나 브레튼우즈체제와 같은 제도가 존재한 적이 있다며 서두를 개시했다.그러나 특히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는 과정에 대해 소묘한 이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향력 있는 경제적 논의가 고정환율제도가 신흥시장의 하이퍼인플레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어진 신흥시장의 일련의 위기로 인해 이 같은 주장에 의구심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글로벌 금융시스템에 편입되기 시작한 신흥시장에서는 변동환율제도가 좀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중이라는 것이다.통상 어떤 환율제도가 좋은가 하는 논쟁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장점에 대한 강조로 이루어진다.예를 들어 순수 고정환율제도는 사실상 경제활동을 환율에 적용한 것으로, 환율은 경제활동을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다. 어떤 경우이든 경제안정 및 번영이 획득되느냐 하는 결정요인은 경제펀더멘털에 있으며, 환율이 결정요인이 되지 못한다.한편 보편적으로 최적인 환율제도란 없다. 제도의 선택은 개별경제의 속성과 특징에 따라 선택되는 것 뿐이라는 등등.고정/변동환율제도 각각에 장단점이 존재한다.고정환율제도는 투명하고 단순한 통화정책의 고정장치가 된다고 주장된다. 정책을 좌우하는 제도가 취약한 경우 통화정책 신뢰성을 신뢰도 높은 주요국 통화에 고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정환율제도는 거래비용 및 외환리스크를 제거한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금융부문이 발전되지 못한 나라의 경우 경제주체들은 장기 환리스크를 헤지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정환율제도는 매우 점진적인 가변성만 허용하며, 또한 국내경제의 물가변화가 완전히 자유화될 것을 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자본흐름의 변화에 직면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결국 이러한 고정환율제도의 경직성은 통화정책에 매우 제약이 될 수 있으며, 재정정책의 경기 진작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의 금리가 고정되어 있는 선진국 통화에 비해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는 주체들이 이러한 고정 통화에 대해 헤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일국경제를 환율변화에 대해 취약하게 만든다. 당국은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유해한 자본통제을 실시하게 된다(물론 이는 변동환율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도 그럴 수 있다).보고서는 따라서 고정환율제도란 개방된 자본시장이나 통화정책의 독립성과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내린다.더구나 최근에는 신흥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편입되고 있으며, 점차 낮은 물가안정 목표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기초로 한 정책을 수용하는 중이라고 평가된다.여기서 변동환율제도는 일국의 통화정책을 기축통화 발행 국가의 통화정책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또한 경험으로 볼 때, 변동환율제도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좀 더 강한 회복탄력을 보여주며, 경제의 대외 및 대내 부담을 분산시켰다.물론 고정환율제도는 변동성을 크게 줄여주거나 제거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리스크부담이 공공부문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장단점 평가 속에서 일국의 환율제도는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결론내렸다.◆ 주요통화국 및 대규모 신흥시장, 변동환율제도가 유리한편 보고서는 달러, 유로, 엔 등 세계경제의 42%를 차지하는 주요 통화는 서로 완전히 자유변동하는 것이 좋다는데 광범위한 동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실제로 거의 모든 국제교역이 이들 통화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 외환보유액의 95%를 이들 통화가 차지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대규모 발전된 금융부문을 가진 국민경제 역시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는 중이다.그 다음 대형 신흥시장 경제(명시적으로 멕시코, 브라질, 한국, 중국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참고로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물가안정 목표제적인 통화정책의 맥락에서 '관리변동환율제'라고 평가하고 있다.)이는 무엇보다 이들 경제가 점차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 경우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가진 경제가 좀 더 강건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물론 보고서는 변동환율제도가 이들 경제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특히 건전한 재정 및 통화정책과 건강하고 회복력 강한 금융기관들을 대체할 수 있는 특정 체제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다만 보고서는 유연한 환율제도를 가진 경제는 통화정책에 새로운 기준이 존재해야 하며, 바로 이것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안정목표제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건전한 은행에 대한 규제와 같은 조치들이 함께 진전되어야 한다.여기서 보고서는 바로 이 같은 지적에 가장 명백하게 해당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고 강조했다.중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되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 2003~4년 대규모 자금유입으로 경기과열 발생 △ 통화정책의 제약와 행정지도로의 보충 △ 금융부문의 발전으로 행정지도 필요 감소 △ 미국과 중국의 경기주기의 비동조화, 통화정책 여건 상이 △ 시장경제로의 진전 △ 아시아 교역상대국과의 마찰, 불균형 해소필요 등을 제시했다.◆ IMF에 대한 관련 4가지 제안한편 이번 부록2에서 재무부는 IMF가 이러한 나라의 환율시스템에 대한 감시와 컨설팅을 동시에 수행할 근거가 충분하다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제안'을 제출했다.첫째, IMF의 회원자격에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원칙을 명기해야 하며, 대규모의 일방적인 시장 개입과 외환보유액 축적 등의 기준도 제시할 필요가 있음.둘째, "Article VI" 보고서에서 특히 체계상 중요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좀 더 실질적이고 집중적인 환율쟁점에 대해 실을 것.셋째, 개입이 좀 더 효과적이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려면 특별한 컨설팅 메커니즘을 도입할 것.넷째, 환율행태를 평가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신흥시장에 적용할 것.[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