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중국의 통화정책은 계속 미국으로부터 불만의 표적이 되어왔다.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의 달러 페그제가 불공정한 교역 상의 이점을 챙기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고 생각했다.이러한 미국인들의 비판의 핵심은 중국이 달러페그제를 유지하여 달러약세와 함께 자국통화가 상대적인 구매력평가 면에서 전반적인 '저평가" 상태를 인위적으로 유지해왔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상대가격을 낮게 유지 교역 경쟁력을 앞세워 대규모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美 유력 금융주간지 배런스 온라인(Barron's Online) 최신호는 조너선 리포우(Jonathan Lipow) 및 야커 플레스너(Yakir Plessner) 등이 제출한 외부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미국인들의 생각에 문제가 있으며, 실제로 中 위앤화의 달러페그제를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있다는 견해를 전달했다.리포우 등은 앞서 설명한 미국인들의 생각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되물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의 3%가 넘고 외환보유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국은 언뜻보기에 미국이 생각하는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엄밀하게 평가하자면 중국의 고정환율제도가 위앤화의 저평가 혹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라는 점을 전혀 분명하지가 않다는 것.게다가 이들은 미국의 정책은 중국이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라는 것인데, 이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신흥시장 통화가 저평가된 이유, '체계적 리스크 프리미엄'먼저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보자. 거의 모든 신흥시장 경제의 통화들은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할 때 실질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 이 때문에 나이로비에서 요리사 구하기, 민스크에서 피자 시켜먹기, 이스탄불의 택시타기 혹은 키토에서 머리다듬기 비용이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실소가 나올만큼 낮은 것이다.하지만 이들 신흥시장의 통화가 저평가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유일하게 근거있는 설명방식은 이들 개도국경제의 통화는 원시적인 자본시장 때문에 체계적인 위험(systematic risk)과 관련된 프리미엄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다르면 자본시장이 열악한 나라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회피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금융시스템을 가진 선진국의 경우 이들 신흥시장에 비해 통화의 가치가 잘못 평가될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남아공의 경우 3세계 수준의 경제를 가지고 있으나 선진국만큼 발전된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랜드(rand)화 가치는 신흥시장 통화 중에서 저평가 정도가 가장 낮은 편이다.바로 이런 점에서는 고정환율제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사실 개도국들은 자유변동환율제에서부터 고정환율제 그리고 복수통화가치 평가제 등 다양한 방식의 환율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맞다.따라서 미국이 中 위앤화 저평가가 고정환율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잘 이해하려고 해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국이 경제발전의 상대적인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위앤화가 "저렴"할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더구나 구매력평가설은 경상수지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수의 "저평가된 통화"를 가지 개도국들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볼 때 美 달러화에 비해 그렇게 저렴하지 않은 지역경제가 막대한 규모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중국이 달러페그제를 도입한 배경, "홍콩과 대만의 정치경제적 통합전략"이렇게 미국이 제시하는 경제적인 주장이 의문의 여지가 있는 반면, 美 환율정책 상의 처방, 즉 위앤화 변동환율제의 도입 요구가 상당히 잘못된 외교정책이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런 판단의 근거를 알기 위해서는 왜 중국이 달러페그제를 도입하고 있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는 나라들은 대략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게 한다. 첫째, 취약한 통화 및 정치체제를 가진 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라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이후 통화정책 상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곤 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통화정책 상의 신뢰나 인민은행의 명성을 감안할 때 이런 이유로 설명될 수는 없을 것이다.둘째, 버뮤다나 홍통 등과 같은 "소규모 교역경제"의 경우 지역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한다. 이것 역시 중국의 경우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그리 작지도 않을 뿐더러, 중국의 GDP 대비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로 수출입 중심의 경제라고 말하기에도 한계가 있다.셋째, 해외경제와의 사회적 정치적 통합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는 나라가 존재한다. 쌍방 교역 및 투자에 대해 동일한 환율정책을 구사하여 서로 분리된 두 개의 경제가 하나의 통합된 전체를 구성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은 유로화의 탄생배경을 설명해준다.이 마지막 설명방식이 중국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은 홍콩 및 대만과의 교역 및 투자를 극대화하여 장기적으로 이들 두 경제를 중국으로 통합해내기 위해 달러화 페그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결국 중국은 홍콩달러 및 대만달러에 대한 연계를 美 달러 페그제를 통해 이루려고 한 것이다.이미 홍콩은 거의 완전이 美 달러화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계를 없애는 것은 지역 금융센터로서의 지위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홍콩이 달러화에서 위앤화로 전환하도록 강제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홍콩경제를 파괴할 이유는 없다.대만의 경우도 당연히 위앤화와의 연계가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조건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통합을 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만은 주권을 제약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할 것이다.결국 홍콩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대만은 정치적으로 위앤화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美 달러화를 매개로 한 비공식적인 연계관계를 창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이렇게 경제적 통화이 진척될수록 중국과 대만이 무력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며, 중국이 공상주의 중심의 계획경제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기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이런 결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中 달러 페그제, 장기적으론 미국의 이해관계에 득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유지할 경우 미국에게도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달러페그제가 홍콩과 대만의 중국으로의 정치적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채택되는 한, 미국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과 동남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데서 유리한 입지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추세를 보자면 이는 미국의 글로벌 수퍼파워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사실 위앤화의 저평가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미국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 중국이 페그제를 방어하기 위해 위앤화를 무서운 속도로 발행하여 美 달러자산을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중국의 본원통화는 19%나 급증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상승하였으며,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통화 강세효과를 유발하여 통화저평가에 대한 효과적인 치유책이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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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주가는 급락, 빚은 그대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가 없고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계좌는 반등을 기다리기에 앞서 부족분부터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해진 기한까지 추가 담보를 납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가 회복 전에 보유 주식이 강제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2800원(6.35%) 내린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3만2000원(10.44%) 하락한 11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각각 7.57%, 9.4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도 커지고 있다.
◆ 주가 급락에 담보비율 하락…납부기한 넘기면 반대매매
문제는 주가가 떨어져도 빌린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 대비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유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 담보 납입이나 대출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다른 담보 없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 종목만 담보로 잡혀 있고 대출금이 그대로라면, 담보비율이 150%였던 계좌는 지난 5일 하루 하락만으로 각각 약 138.6%, 135.8%까지 낮아진다. 유지 비율 140%를 적용받는 계좌라면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이자와 비용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계좌의 담보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원어치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투자자는 지난 5일 주가가 7.57% 떨어지면서 담보 가치가 약 1억3865만원으로 줄어든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최소 담보 가치가 1억4000만원이라면 하루 만에 약 135만원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셈이다. 부족분을 제때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고객에게 부족 금액과 납입기한을 안내하고 있다. 현금 입금이나 증권 입고, 보유 주식 매매, 신용융자 현금상환 등으로 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지만, 기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주가가 더 떨어지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객의 추가 납입 여력과 담보가치가 동시에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계좌를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융자 잔액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조7715억원으로 전날보다 1269억원(0.44%) 증가했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 관련 반대매매 체결액은 약 84억2000만원으로, 이달 4일 약 39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에 정부는 반대매매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담보 부족이 대규모 강제매도로 이어지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규제 완화가 모든 계좌의 반대매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담보 유지 기준과 적용 대상, 기존 담보 부족 계좌의 처리 방식 등은 증권사별 시행 방안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로,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증권사들은 정부 발표 직후 내부 검토에 착수했으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과 기존 계좌에 미치는 영향은 검토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담보부족 고객의 단기 반대매매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반대매매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주가 급락과 강제매도가 맞물려 하락세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라고 전했다.
◆ 메모리 업황은 견조하다는 평가…반등까지 버틸 여력이 변수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미주 영업·마케팅 채널을 점검한 결과 당장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역시 수요 감소보다는 건설 지역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27년 예상 순자산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각각 1.13배, 1.00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잠재적 위험보다 기대수익에 압도적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급락이 반도체 업황 자체의 악화보다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의 AI 산업 규제 강화 우려와 헤지펀드 청산 등이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 역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투자가 지연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 수요가 유지될 수 있어, 정책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곧바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협의와 장기공급계약의 이익 방어력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관련 기술주 역시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AI 산업이 고성장 국면에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적자인 데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AI 기업들과 빅테크들의 현금흐름 개선 단서가 입증되기 전에는 악순환이 끊어지기 어려워보인다"라며 "시장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이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4분기 실적 시즌까지는 가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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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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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용적률 1.2배 허용한다더니…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와 여당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인센티브를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통과가 기대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공 정비사업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지원 기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은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적인 요건과 제한이 붙을 수 있어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사업성 개선 효과가 폭넓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합의 됐지만 실제 법안 통과는 미지수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 1.2배까지 부여하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법안 개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일러스트=이동훈 선임기자]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간 협의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오 시장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10대 개선 과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8개 과제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과제 중 하나인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법적 상한의 최대 1.4배,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최대 1.3배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점을 들어 민간 정비사업에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법적 상한의 1.2배 또는 1.3배까지 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토부는 용적률 1.2배 방안을 최종 선택해 여당과의 협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포함한 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제도가 확정되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 서울시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360%까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으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50%에서 300%까지 받게 된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아지면 2031년까지 약 4만300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물량은 기존 목표인 8만7000가구에서 13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법적 상한 1.2배 상향이 모든 사업장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사업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같이 추산된다"고 말했다. 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의 정비사업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면 단순계산시 35만가구 착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의 방향성은 마련됐지만 국토부와 여권에서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라서다. 실제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와 도시정비법처럼 바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협력하겠다"면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를 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국토부가 아닌 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보다 야당과의 협의가 우선시 될 것"이라며 "세부적인 개정안 내용에 대해 서울시의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고 단지 서울시의 요청사항만 국토부에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 與 지역별 차등적용 등 추가 조건 내놔…대통령 비판 인식도 통과 변수
이미 방향성이 확정됐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시 입장은 이미 전달한 만큼 개정안 처리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했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법안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사안도 발생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권의 추가 사항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먼저 지역별 차등적용이다. 강남·서초·송파구의 강남3구와 용산구의 민간정비사업은 용적률 추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늘어난 용적률로는 전용면적 59㎡ 이하 주택만 짓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주지 못하도록 명확히 하는 것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당에서 요구하는 추가 사안은 서울시가 고려했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 추가 소요와 진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부분은 서울시가 크게 반대할 사안은 아닌 만큼 개정안 통과를 크게 늦출 요인이 아니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사업성 증대가 절실한 비도심 강북지역에 중점적으로 배정할 수 있고 또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는 재건축 이후 사업성까지 고려해 고밀 재건축을 크게 반기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요구 사항인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완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통과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면서도 막판 진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출범 이후 사안마다 극한대립에 빠진 서울시와 국토부의 관계 때문이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홍 장관과의 빠른 만남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홍지선 장관은 실무협의부터 마무리한 다음 만남을 공식화한 상태다. 도정법 개정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한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도정법 개정에 대해 시 의견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개발 사업장을 찾아 공공 재개발을 강조하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재개발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데 민간정비사업은 부정 부패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을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시장 전문가는 "대통령이 맞대 놓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했는데 여권이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에 대한 방향성은 국정과제에도 명시돼 있는 '공공성 강화'며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도 있는 만큼 국회나 정부의 제도 개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2026-11-07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