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시장은 외환보유고의 손 안에▪ 지난해 4분기부터 지금까지 채권순발행은 거의 대부분 외환보유고의 증가에 기인했다. 최근 채권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하반기 11조원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추가 발행도 이러한 추이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문제이다. ▪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의 발행 그 자체가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어떤 이유로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채권시장에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국채발행이 금리상승폭을 확대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외환보유고가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전체 채권 순발행액은 35조 8천억원인데 비해 외환보유고의 재원조달을 위해 발행한 통안채와 외평채(외환시장안정용 국채를 포함, 이하동일)는 44조 6천억원에 이른다. 채권발행이 외환보유고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빚을 줄이고 정부는 빚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은데 반해, 외환보유고는 큰 폭으로 끊임없이 늘어나면서 외환보유고 재원조달용 빚만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1]을 보면 외환보유고의 재원조달용 채권발행이 전체 채권시장을 흔들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하반기부터였다. 이전에는 통안채 및 외평채의 순발행규모가 연간 10~20조원으로, 전체 채권순발행의 20~30%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통안채 및 외평채의 순발행규모가 전체 채권순발행 규모의 60%를 넘어섰고, 11월부터는 100%도 넘어섰다.
통안채/외평채잔액 = 외환보유고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의 구조에서는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 통안채와 외평채도 거의 동일한 금액만큼 늘어나게 되어 있다. 물론 외환보유고에는 해외채권 매입에 따른 이자수익이 포함되어 있고, 또 외환보유고가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이종통화 사이의 환율변화로 인한 수익(손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통안채와 외평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 또 외환보유고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통안채와 외평채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발행한 통안채와 외평채의 이자부담 때문이다. 외환보유고 증감을 계산할 때는 해외채권 매입에 따른 이자수익과 이종통화 사이의 환율변화로 인한 수익, 그리고 통안채와 외평채의 이자부담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을 모두 감안한 후의 외환보유고와 통안채 및 외평채의 잔액을 구해보면 거의 동일한 값을 얻게 된다.
외환보유고증감 = 국제수지흑자[그림2]는 통안채와 외평채의 발행이 외환보유고에 의해 거의 완전히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외환보유고는 무엇에 의해 설명할 수 있을까? 혹자는 외환보유고의 증감이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정부가 환율하락을 막으려는 의지가 강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많이 사들이게 되고, 그러면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의 환율하락 저지 의지가 약하면 외환보유고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외환보유고의 증감을 낳는 가장 큰 힘은 [그림3]에서 보듯이 국제수지의 움직임이다. 국제수지 흑자로 해외에서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 외환보유고도 많이 쌓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02년 이후를 보면 외환보유고의 움직임은 시차는 있지만 국제수지 흑자와 거의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고를 결정하는 두번째 힘이 환율에 대한 정부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원화절상을 유도하던 98~2001년 시기에는 국제수지 흑자에 비해 외환보유고 증가가 작았고, 정부의 환율하락 저지 의지가 강했던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의 시기를 보면 국제수지 흑자보다 더 많은 외환보유고를 쌓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채권순발행 = 통안채/외평채순발행 = 외환보유고 = 국제수지흑자이제 식이 완성되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최근까지 채권순발행은 거의 100% 통안채와 외평채의 순발행이었다. 통안채와 외평채의 순발행은 외환보유고 증가와 거의 일치하고, 외환보유고 증가는 국제수지 흑자와 거의 같다. 따라서 지금은 '채권순발행=통안채/외평채순발행=외환보유고=국제수지흑자'의 식이 성립하는 시기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11조원 발행하겠다고 한 것도 기본적으로 국제수지 흑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전망을 할 때 경상수지 흑자를 60억달러로 전망했었다.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물량은 애초 7조원이었는데, 이 정도 국채발행이면 통안채 순발행없이 경상수지 흑자 60억달러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를 22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맞추어 재경부도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을 하반기에 11조원 더 늘리겠다고 했다. 최근의 자본유출이 지속되어 하반기에 자본수지에서 40~50억달러 정도의 적자를 기록한다면, 올해 발행될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18조원으로 국제수지 흑자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통안채/외평채 발행은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반기에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가 11조원 더 발행된다는 것이 금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채권순발행 규모가 커진다면 금리는 오른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가 발행된다는 것은 국제수지가 흑자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기업이 수출해서 번 10억달러를 국내로 가져오고, 기업은 이 달러화를 은행에 매각한다. 정부가 1조 2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하여 은행이 갖고 있는 달러화를 산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다음 남은 결과는 채권시장이 1조 2천억원의 국채를 가지면서 현금 1조 2천억원을 지불했고, 기업이 이 현금 1조 2천억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국채가 발행된 대신 다른 한편에서 누군가는 그만큼의 현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통안채와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는 기본적으로 통화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수지 흑자로 해외에서 유입된 금액만큼의 채권이 발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본다면 금리가 오르거나 내릴 이유는 없다. 다만 누군가가 현금을 갖고 다른 누군가는 채권을 갖기 때문에 발생하는 mis-match의 문제는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는 3~5년의 장기채권으로 발행되는데, 현금을 가진 누군가가 단기채권만 갖기를 원한다면 단기금리는 하락하고 장기금리는 상승할 것이다. 현금을 가진 누군가가 장기채권을 갖기를 원한다면 금리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결국 현금을 가진 누군가가 단기채권을 원하느냐 장기채권을 원하느냐에 따라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고 보아야 한다. 아무래도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면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장기채권을 선호할 것이고,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면 단기채권을 선호할 것이다.종합해보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의 추가 발행 그 자체가 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어떤 이유로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채권시장에 퍼지게 되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발행의 mis-match 문제로 금리상승폭이 커지게 될 것이다. [랜드마크투신 김일구 운용본부장] ikkim@Lmtru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