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강민호는 8일 삼성의 KS 우승으로 23년 만에 한을 풀었다
- 삼성은 KT를 12-1로 꺾고 12년 만에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 강민호는 부상에도 포수로 활약하며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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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23년을 기다렸다.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도 정작 자신이 가장 원했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우승 반지만큼은 손에 넣지 못했던 강민호(삼성)가 마침내 평생의 한을 풀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KS 5차전에서 12-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한 삼성은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 KS 우승을 달성했다.

삼성 선수단 모두에게 특별한 순간이었지만, 강민호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무려 23시즌 만에 처음으로 KS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제주신광초와 포철중, 포철공고를 거친 그는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유망주였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 끝에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수비, 장타력을 겸비한 그는 롯데의 안방을 책임졌고, 2018년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도 주전 포수 자리를 지켰다.
강민호는 올 시즌까지 통산 260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6, 2303안타, 363홈런, 1371타점을 기록했다.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7차례 수상했다. 오랜 기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로 인정받았다.
국가대표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까지 경험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여러 차례 누렸다.
그런 강민호에게도 유독 허락되지 않았던 무대가 있었다. 바로 KS 우승이었다. 롯데 시절에는 가을야구에 여러 차례 진출했지만 KS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번번이 마지막 관문에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2012년에는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SK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탈락했다. KS 진출까지 단 1승을 남겨놓고 무릎을 꿇었다.
2017년에도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NC에 패하며 가을 여정을 마무리했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14시즌을 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8년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기다림은 계속됐다. 삼성은 강민호 합류 이후에도 한동안 우승권과 거리가 있었다. 2021년에는 정규시즌 공동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KT와의 1위 결정전에서 패한 뒤 PO에서 두산 베어스에 2연패하며 탈락했다.
강민호에게는 또 한 번의 좌절이었다. KS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토록 바라던 첫 한국시리즈 무대는 데뷔 21년 차였던 2024년에야 찾아왔다.
당시 삼성은 PO에서 LG를 꺾고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강민호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KS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첫 경험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삼성은 KIA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1승 4패에 그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강민호는 마침내 KS에 출전했다는 기쁨을 누렸지만, 가장 원했던 우승 반지는 손에 넣지 못했다.

2025년에도 삼성은 한화에게 패배하며 PO에서 가을 여정을 마쳤다. 어느덧 불혹을 넘긴 강민호에게 남은 기회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맞이한 2026년, 강민호는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했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했고, KIA를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꺾으며 KS에 올랐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몸이 문제였다. 강민호는 PO 도중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통증이 심해 정상적인 타격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허리를 회전시키며 스윙해야 하는 타자에게 옆구리 부상은 치명적이다.
강민호 역시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정상적인 스윙 대신 팔 위주로 방망이를 돌려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강민호는 포수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타격에서 제 몫을 하기 어렵더라도 수비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투수들의 구위를 파악하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경험은 다른 선수들이 쉽게 대신할 수 없는 강민호만의 강점이었다.
강민호의 절실함은 KS 3차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지금은 모든 걸, 제 영혼이 있다면 영혼을 지금 갈아 넣고 있다. 진짜 절실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우승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 23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꿈을 위해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각오였다.
실제로 강민호는 한국시리즈 초반 3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격에서 아쉬움이 컸지만 박진만 감독은 강민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 믿음이 가장 빛난 순간은 7일 열린 4차전이었다. 강민호는 이날 체력 안배를 위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김도환이 선발 포수로 나서 1회말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활약했다.
그러나 삼성은 5회초 7-1로 앞선 상황에서 불펜이 흔들리며 위기에 몰렸다. 미야모리 사토시와 배찬승이 제구 난조를 보이면서 KT가 7-4까지 추격했다. 박진만 감독은 이재희를 투입하면서 포수도 강민호로 교체했다. 경험 많은 포수가 젊은 투수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이재희는 2.2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삼진 4개를 잡아내며 KT의 추격을 차단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경험 많은 포수가 필요하다고 봤다"라며 "이재희는 원래 슬라이더를 승부구로 사용하는데 오늘은 직구 승부를 많이 했다. 강민호가 직구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갔고, 그것이 위기를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희 역시 강민호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강민호 선배가 '공이 좋으니 안타를 맞더라도 가운데로 그냥 던져라'라고 주문했다"라며 "민호 선배의 격려로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라고 밝혔다. 방망이로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포수로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리고 8일, 운명의 KS 5차전이 찾아왔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박 감독은 강민호를 9번 타자 겸 선발 포수로 다시 기용했다.

강민호는 선발 원태인과 호흡을 맞춰 KT 타선을 봉쇄했다. 원태인은 사흘 휴식 후 선발 등판이라는 부담에도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강민호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삼성이 3-1로 앞선 5회말 1사 2, 3루에서 KT는 류지혁을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강민호와의 승부를 선택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운 강민호를 공략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강민호는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하지만 KT 내야진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강민호는 1루에 살아남았다. 이어 김지찬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터뜨리자 강민호도 전력질주해 홈을 밟았다. 타격할 때마다 통증을 참아야 했던 강민호가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삼성은 5회에만 8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이후 12-1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우승이 확정되자 강민호는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크리스 페덱과 뜨겁게 포옹하며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을 만끽했다.

23시즌 동안 수많은 경기를 뛰었다. 국가대표로 금메달도 목에 걸었고, 골든글러브도 7번이나 받았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포수라는 평가도 얻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큼은 끝내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2004년 롯데에서 시작된 도전은 2018년 삼성으로 이어졌고, 2024년 첫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픔을 거쳐 2026년에야 결실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강민호는 부상을 안고도 포수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정상적인 스윙조차 어려운 몸으로 투수들을 이끌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온 힘을 다해 홈까지 달렸다.
강민호가 말했던 '영혼을 갈아 넣는 절실함'은 결국 평생 꿈꿔오던 우승으로 귀결됐다. 23년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무관'이라는 꼬리표도 이제 사라졌다. 강민호의 길었던 기다림이 마침내 끝났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