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6일 전문가들이 실거주 의무가 전월세 공급을 줄인다고 지적했다
- 실거주 규제가 거래와 이동을 막아 세입자 부담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 장기임대 허용과 거주 요건 차등화 등 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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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매물 1년 새 11.9% 감소
장기임대 허용·거주 요건 차등화 주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집주인에게 직접 입주하도록 하는 실거주 의무가 전월세 공급을 줄여 세입자의 주거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왔다.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가 정상적인 주택 거래와 거주 이전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며 장기임대 허용과 거주 요건 차등화 등 제도 개편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자기 집 안 살면 투기?…실거주·실수요 구분해야"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실거주 의무인가'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실거주 규제가 주택 거래와 전월세 공급을 제약해 세입자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박유석 한국부동산학회 이사는 실거주 여부만으로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하는 정책의 한계를 꼬집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까지 투기 수요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거주의무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요건, 양도소득세 비과세·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 요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접 입주를 의무화하는 규제와 거주 여부에 따라 세제 혜택을 달리하는 제도는 구조가 다르지만 주택 소유자의 거주 선택을 제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규제지역 거래량은 비교지역보다 38.3%, 가격은 4.3% 감소했다. 인근 비규제지역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는 풍선효과도 확인됐다.
박 이사는 "규제 이후 거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거래량 감소가 곧 정책의 성공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가격이 일부 안정됐더라도 거래와 이동, 임대시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더 크다면 정책의 순효과가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 거래뿐 아니라 정상적인 매매와 주거 이동까지 막혔다면 그 비용도 따져야 한다"며 "규제지역의 가격과 거래량에 더해 전월세 공급, 임대료, 주변 지역으로의 수요 이동까지 평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전세매물 줄고 임대료 뛰고…세입자는 어디로
매매시장의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규제가 임대시장에서는 또 다른 실수요자인 세입자의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거주의무가 적용된 주택은 의무기간에 전월세로 공급하기 어렵고, 입주 유예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의 퇴거와 보증금 반환 문제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15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11.9% 줄었다. 전세가격은 9.96% 올라 전년 동기 상승률인 2.31%의 4배를 넘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도 10.41% 상승했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집값 문제를 투기 억제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면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보다 거래를 막는 수단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갭투자를 막아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세입자라는 또 다른 실수요자를 내몰고 있다"며 "규제에 앞서 다른 정책수단을 고려하고, 불가피하게 규제하더라도 비용과 편익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서 생활하던 서울 주택 소유자가 실거주를 위해 돌아오면 임대 공급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과 거주 규제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혜택을 줄 때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데 우리는 혜택 없이 규제한다"며 "공적 혜택과 연계하지 않은 거주의무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주택가격 억제보다 서민의 주거 안정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고 월세 부담도 커지면서 청년층이 매수로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소장은 "실거주 중심 정책은 충분한 주택 공급과 전월세시장 안정, 점진적인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아 서민과 30대 청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임대·이익공유로 선택권 확대…토허구역 연장도 쟁점
해법으로는 규제 폐지부터 거주 요건 차등화, 장기임대 허용 등이 제시됐다. 거래 억제에 집중하기보다 임대주택 공급과 국민의 거주 선택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이사는 직접 입주 외에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임대료·보증금 인상을 제한하는 장기임대나 양도차익 일부를 공공과 나누는 이익공유를 허용하고, 양도세도 거주기간에 비례해 공제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공적 혜택과 연계하지 않은 실거주 의무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주택 구입이나 대출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거주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일반적인 주택 거래에 거주를 강제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다주택자를 공급자가 아니라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공지원과 가격 혜택이 큰 주택에는 보호 장치를 두되 개인 사정과 지역 여건에 맞게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계관 대전과학기술대 교수는 직장 이전·질병·돌봄 등에 따른 예외와 유예를 확대하고 입법 평가를 통해 규제의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주거 선택권과 재산권을 존중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말 기한이 끝나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규제 효과를 검증할 대상으로 꼽혔다. 배 교수는 "기계적으로 연장해서는 안 되며 연장이 꼭 필요하다면 정부가 지역별 효과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 이후 나타날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 소장은 "실거주 의무를 풀면 초기에는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지만, 단기적인 반응에 따라 규제를 반복하면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시장의 기능을 믿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