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강원도체육회가 27일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성적 관련 계약기준을 인정했다
- 1년 단위 계약과 성적 압박이 지도자의 고용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 보수·경력·초과근무를 개선해 학교체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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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미래 그릴 수 있어야 후배도 이어져…교육청·체육회 상생 해법 기대
학생선수의 성장을 이끄는 체육지도자들이 정작 제자에게는 자신의 직업을 권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고용, 대회 인솔에 따른 노동과 보상의 간극이 직업적 자부심을 흔들고 있다는 호소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인지도 돌아봐야 한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일은 지역에 필요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여건을 만드는 데서도 시작된다. 뉴스핌은 강원지역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처우 실태와 제도의 빈틈을 짚고 다른 시도 사례를 통해 학교체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춘천=뉴스핌] 이형섭 기자 = "해임한다는 게 아니라 해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강원지역 학교운동부 지도자 A씨는 대회 성적과 고용 불안의 관계를 설명하며 두 표현을 구분했다. 성적이 없으면 반드시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해임할 수 있다는 기준 자체가 지도자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도체육회도 성적과 연계한 계약 해지 가능 기준이 있다고 인정했다. 성적만으로 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지도자가 느끼는 부담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 문제는 지도자 개인의 일자리를 넘어 학교체육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자신의 내일을 걱정하고 제자에게 같은 직업을 권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선순환도 기대하기 어렵다. 체육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도자의 고용안정을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 도체육회 "성적 관련 기준 있다…일률적으로 계약 끝내지는 않아"
도체육회 담당자는 27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학교에 배치된 지도자가 3년 동안 소년체전·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고용 관계에 대해서는 지도자가 학교가 아닌 도체육회와 1년마다 근로계약을 맺고 체육회가 학교로 배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학교에 배치된 인원은 현재 70여명이다.
앞서 A씨는 과거 교육청 관련 근무지침에도 일정 기간 소년체전·전국체전 성적이 없으면 해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었으며 이후 삭제됐다고 말했다.
도체육회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일률적으로 계약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담당자는 계약 종료 사례가 많지는 않으며 종목별 여건 등을 감안한다고 설명했다. 체육회와 학교의 평가를 각각 50으로 반영하고 성적뿐 아니라 근태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지도자가 성실히 지도하도록 하려는 취지이며 학생을 압박하도록 만든 규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 계약 종료 여부보다 일상적인 압박이 문제…후속 인력의 미래도 흔들
A씨가 강조한 것은 실제로 계약이 끝났는지만이 아니다.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도자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는 고용이 불안정하면 학교 운영에 소신 있는 의견을 내기 어렵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요구에도 참고 지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용 유지에 대한 걱정이 학교 안의 관계와 의사 표현까지 제약한다는 주장이다.
1년마다 계약을 맺는 구조에 성적 관련 기준이 더해지면 지도자는 당장의 결과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생긴다.
지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과 안정적으로 일할 기반을 보장하는 일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다. 평가 기준과 계약 절차를 투명하게 정하고 지도자가 자신의 업무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함께 필요하다.
고용 불안은 지도자라는 직업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A씨는 학교에서 운동을 배운 학생이 대학과 선수생활 등을 거쳐 지도자로 돌아오는 경로를 설명했다. 선수 경험에 전문지식을 더한 후배가 현장에 돌아와 다시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는 정작 제자들에게는 지도자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자신의 직업을 권하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하다는 토로다. 반대로 학생들에게 "코치도 괜찮은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계의 미래를 선수 발굴과 대회 성적만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선수를 키우는 지도자가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도 지도자의 삶을 보며 자신의 진로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고용 안정은 현직자의 처우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축적된 경험과 지도 역량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 메달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지도 과정도 평가 필요…보수·경력·노동 보상도 함께 살펴야
A씨는 노력하면 누구나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곧바로 지도자의 노력 부족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비판했다.
학교운동부가 메달을 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인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입상하지 못했더라도 학생이 꾸준히 연습하고 기량을 키웠다면 그 과정 역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 평가에서도 경기 실적과 함께 학생의 안전과 성장, 지도계획 이행, 학업·진로 지원 등을 살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고용을 안정시키되 맡은 업무와 지도 과정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하는 방향이다.
성적 관련 기준의 정확한 조문과 배점, 실제 적용 사례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계약 유지 여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지도자가 결과를 납득하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성적과 성장 사이의 갈등은 학교체육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도 다뤄졌다. 윤계상이 럭비부 감독으로 출연한 SBS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는 운동부 해체와 감독 해임 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도전과 성장을 그렸다. 극 중 "성적보다 성장을 할 수 있는 체고를 만들고 싶었다"는 교장의 대사는 학교체육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묻는다.
현실에서도 질문은 이어진다. 대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지도자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도자가 학생의 장기적인 성장을 돌볼 수 있도록 일할 기반을 보장하면서 그 과정과 책임을 함께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고용 안정은 소속별 처우 문제와도 연결된다.
A씨는 같은 학교에서 교육청과 체육회 소속 지도자가 함께 근무하면서도 계약상 근무시간과 보수체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체육회에서의 지도 경력이 교육청 소속으로 옮길 때 보수 산정에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도체육회는 개인별 급수와 경력·실적 등에 따라 보수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기본급은 매년 인상됐으며 다른 직종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생활과 주거 부담을 호소하는 현장과 보수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셈이다.
대회 인솔 노동의 보상도 과제다. A씨는 경기 지도 외에 학생들의 식사와 이동, 생활관리까지 맡지만 충분한 초과근무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상휴가가 있어도 다음 대회 준비와 훈련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진술도 나왔다.
실제 근무를 누가 기록·승인하고 지급 여부는 누가 점검하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휴가를 사용할 때 훈련과 학생 관리를 대신할 수 있는 업무분담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안정적인 계약과 적정한 보상, 실제 휴식이 연결돼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될 수 있다.
◆ 강삼영 "고용 안정·처우 개선 노력"… 교육청·체육회 협약, 지도자와 학생 위한 상생의 기반으로
도체육회 담당자는 무기계약 전환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도청과 도교육청 등과 함께 살펴야 할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강삼영 강원교육감은 학교운동부 지도자와 학교 스포츠강사 등을 함께 고려해 직종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마다 근무조건이 다르고 일부는 개인 레슨 등을 병행하는 만큼 근무시간과 겸직 기준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교운동부 지도자와 스포츠강사는 실제 업무와 계약조건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 형태와 근무시간, 업무 범위, 평가·재계약 절차를 정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강 교육감은 후보 시절 교육공무직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노동 존중 공약으로 제시했다. 학교 체육지도자와 관련해서는 체육 지도자 무기계약 전환을 확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근무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과 도체육회는 지난 9월 학교체육 활성화와 학교운동부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력 내용에는 학교운동부 지도자 공동지원체계 구축과 운동부 계열화 지원, 학생선수 진로·진학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 협약은 소속이 다른 지도자와 학생선수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함께 해법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다. 공동지원체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지도자의 근무 여건과 전문성을 살피고 학생에게 더 안정적인 지도 환경을 제공하는 상생의 방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도자는 책임 있게 일하고 학생은 지속적인 지도를 받으며 학교와 체육회는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모색할 수 있다.
출발점은 소속별 실태를 같은 기준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계약 형태와 보수, 경력 인정,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고 각 기관이 맡을 개선 과제와 추진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체육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지도자의 일자리부터 안정돼야 한다. 지도자가 자신의 내일을 그릴 수 있어야 학생의 장기적인 성장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메달을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학교체육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강삼영 교육감은 "꼬여 있는 문제는 풀고 최선을 다해서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