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복기왕 의원이 4일 반도체 소부장 출연재산 증여세 특례안을 발의했다
- 공동 실증시설은 중소기업 접근성과 공정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 기술정보 보호와 성과관리, 장기 운영책임까지 법률에 담아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기술개발만큼 어려운 과제는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제조공정에서 검증하는 일이다. 좋은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시험·평가와 신뢰성 검증을 거치지 못하면 양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복기왕 의원이 2026년 9월 4일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소부장 연구개발·실증 지원 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에 증여세 특례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고가의 장비와 시설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공동 실증 기반을 확충하자는 입법 취지는 타당하며 연구개발·실증과 관련 시설의 구축·운영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을 대상으로 하고, 목적 외 사용 등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도록 하는 구조다. 그러나 산업 지원의 필요성이 곧바로 특정 세제 수단의 타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회가 물어야 할 것은 "반도체를 지원해야 하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이다. 증여세 면제가 실제로 새로운 출연을 만들어내는가. 그 출연으로 조성된 시설을 자금과 협상력이 부족한 기업도 이용할 수 있는가. 국민이 세수를 포기한 만큼 산업 전체에 편익이 돌아오는가.
첫째, 증여세 면제가 실증 투자의 결정적 장애물을 해소하는 수단인지 입증해야 한다. 재산을 출연하는 기업과 그 재산을 받는 법인은 서로 다른 주체다. 출연받는 법인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시설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출연기업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출연기업은 비용 부담뿐 아니라 시설 이용 가능성, 기술정보 유출 위험, 장기 운영의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 과정에서는 기존 과세체계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부담, 예상 출연 규모, 면제에 따른 추가 출연 효과를 제시해야 한다. 기존에 예정됐던 출연에 혜택만 더해지는 경우와, 특례 때문에 새로운 출연이 발생하는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직접 보조, 실증 이용료 지원, 공동 장비 확충과 비교해 어느 수단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더 효과적으로 낮추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설의 목적에 맞게 재산을 사용한다는 사실과 시설을 공정하게 운영한다는 사실은 다르다. 출연받은 장비를 반도체 실증에 사용하더라도 출연기업이나 그 계열사에 이용 시간이 집중될 수 있다. 외부 기업에는 긴 대기기간과 높은 이용료를 적용하면서 출연기업에는 우선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런 운영은 연구개발·실증이라는 목적과 양립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어긋날 수 있다.
세제 혜택을 받는 공동 실증시설에는 공개된 이용 기준, 합리적인 요금 체계, 이용 거절 사유의 설명, 이해충돌 관리가 따라야 한다. 출연 규모에 따른 일정한 편익을 인정하더라도 비출연 중소기업의 접근 기회까지 사실상 배제해서는 안 된다. 시설을 세웠다는 실적보다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셋째, 조세특례의 핵심 조건을 하위법령에 지나치게 맡겨서는 안 된다. 공개된 개정안 조문은 목적 사용기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출연재산의 범위·사용방법·사후관리 등도 대통령령에 위임한다. 목적 외 사용이나 대통령령상 요건 위반 시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도록 한다. 기술과 운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에서 시행령의 역할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어떤 공익적 의무를 부과하며, 어떤 경우에 혜택을 회수할 것인지는 법률이 기본 방향을 정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접근 보장과 출연기업의 사익 추구 방지 같은 조건은 정책의 본질에 해당한다. 구체적 위임의 적정성은 별도로 검토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을 법률에서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는 입법적 요구는 분명하다.
넷째, 사후관리는 목적 외 사용에 대한 과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비를 구입한 뒤 장기간 가동하지 않거나, 이용 수요와 맞지 않는 시설을 구축하거나, 과도한 비용으로 외부 기업의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재산은 목적사업에 투입됐지만 정책 성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출연재산 사용 내역과 함께 시설 가동률, 중소기업 이용 비중, 평균 대기기간, 이용료, 실증 이후 사업화 성과 등을 살펴야 한다. 다만 기술적 실패 자체를 제재 사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실증은 실패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당한 실험 실패와 시설 방치, 부당한 이용 제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편익 제공을 구별하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공동 실증시설의 확대에는 기술정보 보호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소부장 기업이 실증 과정에서 제공하는 공정 조건, 성능 자료, 설계정보와 실패 데이터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일 수 있다. 출연기업이 시설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면 참여기업은 자신의 정보가 거래 상대방이나 경쟁기업에 전달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시설이 있어도 기업은 이용을 꺼리게 된다. 운영자의 비밀유지 의무, 정보 접근권한, 실증 데이터의 이용 범위, 지식재산권 귀속과 분쟁 해결 절차를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 실증 참여를 이유로 과도한 기술이전이나 독점적 거래 조건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기술을 검증하러 들어간 기업이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면 지원제도의 목적은 훼손된다.

여섯째, 한시적 출연 혜택과 장기 운영계획을 연결해야 한다. 법안은 2031년 말까지 출연받은 재산을 특례 대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출연 시한을 정하는 것만으로 시설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장비를 확보한 뒤에도 전문인력, 유지보수, 소모품, 안전관리와 장비 교체에 비용이 발생한다.
출연을 받아 시설을 조성하는 단계부터 운영재원과 책임 주체를 정해야 한다. 법인이 해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할 경우 잔여재산과 장비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세제 혜택으로 형성된 자산이 장기적으로 공동 실증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소부장 실증 지원은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세제 혜택은 산업 경쟁력이라는 명분만으로 충분히 정당화되지 않는다. 감면으로 줄어드는 공공재원에 상응하는 공공적 의무와 검증 가능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심사에서는 면제 대상과 사용 목적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이용권, 운영의 독립성, 기술정보 보호, 성과 공개와 장기 운영책임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제특례와 별도의 산업지원 법제를 연결해 이러한 의무가 실제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좋은 산업 입법은 시설을 짓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시설에 누가 접근하고, 누가 의사결정을 하며, 문제가 생기면 누가 바로잡을 수 있는지까지 정한다. 반도체 실증 지원의 성패 역시 세금 면제의 규모보다 이러한 통제가능성의 설계에 달려 있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