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오라클은 7월 신용등급 하향으로 투자등급 최하단에 밀렸다.
- 데이터센터 임차 불일치와 수주 쏠림이 현금흐름을 압박했다.
- 채권금리와 CDS 급등으로 투기등급 우려가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EBITDA 대비 부채 4.3배, 강등 조건 근접
임차 19년에 고객 임대 5년, 기간 불일치
수주잔액 6380억달러 절반가량이 오픈AI
유통금리는 이미 투기등급 수준으로 상승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자금폭식이 초래할 금융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이어 ⑩~⑬편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해부, 신용위험 측면에서 옥석을 가리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회사채 투자자 입장에서 보유 채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디폴트(부도) 다음으로 겁나는 사건이다. 특히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는 일명 '추락천사' 이벤트는 타격감이 남다르다.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는 물이 달라지기에 급할 때 제값 받고 현금화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지난달 오라클의 신용등급 강등은 추락천사에 해당하진 않았지만 그 못지 않은 경각심을 인공지능(AI) 빅테크 회사채 보유자들에게 불러일으켰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가장 먼저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선 오라클(ORCL)은 지난달 9일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최하단으로 미끄러졌다. S&P글로벌이 이 회사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했는데, 여기서 한 단계만 더 내려가면 투기등급으로 떨어져 추락천사 신세가 된다.
현금흐름 악화는 하이퍼스케일러 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지만 오라클은 유독 허약하다. 현금창출력이 견실한 다른 회사의 경우 차입 추가 확대 여력 남아있는 데 비해 오라클은 그 공간이 부족하다. 데이터센터 임차와 고객 임대 계약의 기간 불일치, 특정 고객에 지나치게 쏠린 수주잔액, 이미 투기등급 수준까지 오른 조달 비용 등 3가지가 취약 고리로 언급된다.
◆투기등급 강등 기로
오라클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보다 1년여 먼저 현금흐름상 적자로 돌아서 부족분을 사실상 빚으로 메워 왔다.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올해 3~5월(2026회계연도 4분기)까지 다섯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의 급격한 현금흐름 악화는 최근 분기 들어서부터다. 2분기(4~6월) 적자로 돌아선 곳은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는 적자 직전까지 몰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흑자다.

오라클은 추가 차입이 곧바로 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지점까지 와 있다. 2026회계연도 4분기까지 연간 전체로 봤을 때 총차입금이 연간 EBITDA(영업이익에다가 감가상각비를 더한 값) 4.3배까지 올라 S&P의 추가 강등 조건인 4.5배와 0.2배 차이만 남았다. 다른 하이퍼스케일러 4곳의 관련 배수가 1배가 채 안 되는 것(로이터통신 추산)과 대조적이다. 무디스는 오라클만큼 레버리지가 높고 현금흐름이 취약한 하이퍼스케일러는 없다고 진단했다.
강등 조건까지 남은 격차는 차기 회계연도 예상 조달액을 고려하면 유지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 설비투자를 900억~950억달러로 제시했고 고객이 미리 낸 서비스 대금을 빼더라도 약 700억달러를 자체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총차입금/연간 EBITDA 배수가 일시적으로 5배에 근접할 수 있다고 봤다. 연말께 무디스나 피치에서도 S&P처럼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단으로 하향하는 조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모간스탠리)이 나온다.
◆취약 고리① 임대차 기간 불일치
차입 여력이 부족한 오라클에서 부담이 집중되는 지점은 3가지다. 첫째는 데이터센터를 빌리는 임대 기간과 고객에 빌려주는 임차 기간의 불일치다. 오라클이 공시한 미개시 데이터센터 임차 약정은 2600억달러로 2027~2029회계연도에 시작돼 15~19년간 이어진다. 반면 연산 용량을 임대하는 고객 계약은 최장 5년 수준이다. 고객이 재계약하지 않으면 매출 없이 임차료만 10년 이상 남는다.
![]() |
장기 임차 부담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도 안고 있지만 임차료 회수 구조에서 오라클과 차이가 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의 미개시 임차 약정은 각각 3291억달러와 2790억달러로 오라클을 웃돈다. 다만 이들은 데이터센터 수요 상당 부분을 검색·광고·소셜미디어 등 자체 서비스가 차지해 임차료 회수가 외부 고객의 재계약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오라클은 연산 용량 대부분을 외부 고객에 임대하고 있어 고객이 이탈하면 잔여 임차료를 충당할 수요가 사라진다.
기간 불일치는 고정 지출과 자산 처분 제약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 임차료는 고객 계약이 끝나더라도 줄일 수 없는 고정 지출이어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인 오라클로서는 매출 공백을 빚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임차한 데이터센터는 소유 자산이 아니어서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빚을 줄이는 수단으로 쓸 수도 없다. 임차 약정이 계약대로 개시되면 갚을 방법은 좁아지는데 갚아야 할 부담만 계속 쌓이는 셈이다.
◆취약 고리② 수주잔액 쏠림
둘째는 임차료를 갚을 미래 매출이 한 고객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4분기 말 잔여계약의무(RPO) 6380억달러를 투자 회수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S&P 추산으로 절반 가까이가 오픈AI 한 곳과 맺은 계약이다. 오픈AI의 대금 지급은 2027년에 시작되고 오픈AI 자체적으로 2030년까지 흑자 전환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 S&P는 오픈AI가 대금을 내지 못하면 오라클이 해지하기가 어려운 임차 계약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고 경고했다.
![]() |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주 자체는 자체 서비스 수요와 다수 고객에 분산돼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연산 용량을 독점 공급하던 계약을 재검토한 끝에 단일 고객 의존도를 키우기보다 오픈AI가 오라클에서 용량 임차를 허용하는 쪽을 택했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RPO에는 앤스로픽 계약이 상당액 포함돼 있지만 한 곳이 절반을 차지하는 편중은 없다. 대금을 낼 고객이 잉여현금흐름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라면 오라클의 RPO 6380억달러의 무게는 그만큼 줄어든다.
◆취약 고리③ 이미 높은 유통금리
셋째는 채권시장이 등급보다 앞서 투기등급 수준의 조달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유통금리가 투기등급 채권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설비투자 재원의 상당분을 앞으로도 빌려야 하는 오라클은 신규 발행 때마다 높아진 금리에 맞춰 이자를 물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오라클 10년물 금리는 6.4%로 BBB 등급 10년물 평균 5.7%를 웃돌아 BB 등급 10년물 평균 6.7%에 가까워졌다.
만기가 길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본드블록스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오라클의 2045년 만기물(표면금리 4.125%) 유통금리는 7.2%까지 올랐고 일부 채권은 7.8%에 거래됐다. 신용등급이 같은 투자등급이어도 시장이 매긴 값은 등급표 밖에 있는 셈이다.
![]() |
일부 차입 계약의 금리와 조달 조건은 신용등급에 연동돼 있어 강등이 확정되면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시건주 세일린 지역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프로젝트가 발행한 채권 신용도와 오라클 자체 100억달러 신용한도의 금리가 오라클 등급에 연동돼 있다.
투기등급 강등이 현실화하면 투자자 이탈이 금리 상승을 증폭시킨다. S&P·무디스·피치 중 한 곳에서라도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투자등급 회사채 전용 펀드는 보유 채권을 덜어내야 하고 매물은 규모가 훨씬 작은 하이일드 시장이 받아내야 한다. 오라클은 블룸버그미국회사채지수(투자등급) 구성에서 비금융 발행사 2위에 해당된다. BNP파리바의 메건 롭슨 미국 크레딧 전략 책임자는 투기등급 전환 과정에서 채권 금리가 추가로 올라 보유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신용 위험을 사고파는 CDS(신용부도스와프) 시장은 강등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오라클을 투기등급 기업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5년물 프리미엄은 최고치인 215bp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서도 200bp를 웃돌았다. 동종 하이퍼스케일러의 약 80bp를 크게 넘어선다. 이달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시에떼제네럴은 CDS 프리미엄에서 역산한 오라클의 5년 내 부도 확률은 16%를 넘어서 투자등급 평균 4.5%와 크게 대비됐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2분기 테크 기업 CDS 하루 평균 거래의 3분의 1이 오라클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