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급증에도 생산 증가세 완만
두바이유 95달러로 급등…물가 상방 압력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다섯 달 연속으로 우리 경제에 '소비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긍정 평가를 내렸다. 이런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경제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고 반도체 수출 물량에 제약이 걸리면서 경기 반등 속도 자체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향후 물가와 경기 흐름에 대한 대외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와 생산비용에 반영될 경우 내수 회복세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소비 개선' 진단 지속…반도체 중심 수출 증가세
KDI는 12일 발표한 '2026년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조세와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건설업 부진으로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동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소비 중심 경기 평가 흐름을 유지한 것이다. 앞서 KDI는 지난해 11월 경제동향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이후, 12월에는 "소비 개선으로 완만한 경기 개선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재차 진단했다.
올해 들어서도 소비 회복 흐름에 무게를 두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소비 개선으로 완만한 생산 증가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라며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이번 3월 경제동향에서도 "소비 회복세 지속"을 언급하면서 5개월 연속으로 소비 개선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서비스업이 경기 흐름을 견인했다. 1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했으며 금융·보험(7.0%)과 도소매(5.8%), 보건·사회복지(6.1%) 등 대다수 부문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서비스업은 지난해부터 줄곧 양호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1월 전산업생산은 4.1% 증가했지만, 설 명절 등 계절 요인을 조정한 지표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소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생산이 전체 증가폭을 이끌었지만, 건설업 생산이 -9.7%를 기록하며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에 영향을 받았다. 건설기성은 두 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이어가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17.4%) 등에 힘입어 7.1% 증가했지만, 이는 조업일수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계절조정 기준으로는 -0.9%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는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제약이 이어지면서 생산이 5.2% 감소했고, 재고도 3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0% 증가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는 49.4% 증가했다. 조업일수가 3일 감소했음에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1~2월 일평균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9.8% 늘며 지난해 12월(8.6%) 증가폭보다 크게 확대됐다.

특히 반도체 가격 급등 영향으로 1~2월 ICT 품목 일평균 수출은 110.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ICT와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0.9%에 그쳐 여타 품목의 회복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율 관세과 부과된 대미국 수출을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KDI는 반도체 수출 증가가 생산 확대보다는 가격 상승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생산 지표와 제조업 전반의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배경에는 이 같은 '가격 중심 수출 증가'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KDI는 "수출 금액이 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생산 물량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으나 아직 공급 능력이 제약돼 있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이외 제조업에서는 생산 증가세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 물가 안정세 속 '중동 전쟁' 변수…국제유가 급등
소비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1월 내구재 소비는 9.5%, 준내구재 소비는 7.1% 각각 증가했으나 비내구재 소비는 5.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매판매 증가율은 1.3%에서 0.1%로 둔화됐다. 다만 명절 요인을 제외한 계절조정 기준에서는 소매판매가 0.6%에서 2.3%로 증가하며 소비 개선 흐름이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 상승률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근원물가(2.3%)의 상승폭이 여행 관련 품목의 일시적 상승으로 인해 전월 대비 늘었지만, 이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월과 동일한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바이유 가격은 1월 배럴당 62.0달러에서 2월 68.4달러, 3월 초 95달러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석유류 가격과 운송비, 생산비 등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용 지표는 전반적으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6만8000명에서 10만8000명으로 축소됐지만, 이는 일시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임시직·단순노무직을 중심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이 24만1000명에서 14만1000명으로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만 건설업(-2만명)과 제조업(-2만3000명) 감소폭은 전월보다 약 4만명 축소됐고, 계절조정 기준 경제활동참가율(64.7%)과 고용률(62.8%)은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업률은 3.0%로 전월(3.3%)보다 소폭 하락했다.

연초 이후 우리 경제가 소비 회복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복의 탄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고 대외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경기 반등 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해석이다.
KDI는 "서비스업 생산은 소비 개선세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건설업 부진으로 전산업 생산 증가세는 완만한 모습"이라며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향후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ang@newspim.com












